[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23일(한국시간) 독일을 상대로 정식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지도자끼리 선수 시절 악연으로 얽힌 경기다.

선수 시절 잉글랜드 대표 수비수였던 사우스게이트는 독일을 상대로 ‘최악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유로 1996’ 준결승에서 독일을 만났을 때였다. 연장전까지 1-1 무승부에 그친 잉글랜드와 독일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양팀의 모든 키커가 골을 성공시키는 흐름이 이어졌고, 독일의 6번 키커까지 성공했다. 잉글랜드의 6번 키커로 나선 사우스게이트가 안드레아스 쾨프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승부가 갈렸다. 결승에 오른 독일은 우승까지 차지했다.

유로 1996은 잉글랜드에서 열렸기 때문에 사우스게이트의 약한 킥은 더 충격적이었다. 당시 잉글랜드의 준결승이 열린 곳은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이었다. 결승전도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경기장에 있던 사우스게이트의 어머니 바바라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당시 중계진이 포착하기도 했다.

사우스게이트의 킥을 막았던 쾨프케가 지금 독일 대표팀 골키퍼 코치로 일한다. 2001년에 선수 생활을 마친 쾨프케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14년차 대표팀 코치로 장수하는 중이다. 코치로서 세 차례 월드컵에 참가했고 2014년엔 우승까지 함께 했다.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과감한 방어 스타일을 응원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새 출발을 알리기엔 얄궂은 만남이다. 이번 경기는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다. 국민들 앞에서 패배하는 것이 얼마나 뼈아픈지 잘 아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선수들이 성공에만 몰두하며 실패 가능성을 애써 부정하기보다 축구는 늘 성공과 실패의 반복이라는 걸 받아들이길 원한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지난 ‘유로 2016’에서 당한 패배의 기억을 선수들에게 상기시키며 정신적으로 강해질 것을 요구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정식 감독으로서 소집한 첫 선수단에 마커스 래시포드, 제임스 워드프로우스, 네이선 레드먼드, 제이크 리버모어, 제시 린가드 등 신선한 선수들을 여럿 포함시켜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노리고 있다. 감독으로서 첫 단추를 잘 꿰는 동시에 선수 시절의 상처를 씻어내는 것이 첫 경기 목표가 됐다. 독일전으로 데뷔하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27일 리투아니아와 갖는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 F조 5차전 홈 경기를 통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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