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2018년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은 이탈리아 대표팀이 앞으로 3~10년 사이에 전성기를 맞을 거라고 예고했다. “2020년에서 2028년 사이에 이탈리아 대표팀은 최근 20년 중 가장 강해질 것이다. 잘 성장하고 성숙해야겠지만 재능은 분명하다.”

부폰은 이번 3월에 소집되는 이탈리아 대표 멤버 중 압도적인 대선배다. 나이는 38세, 대표 경력은 무려 21년차다. 그나마 비슷한 또래는 안드레아 바르찰리(유벤투스) 정도인데, 나이차는 3살에 불과하지만 대표팀 데뷔는 부폰이 7년이나 빨랐기 때문에 비교하기 힘들다.

부폰이 자신만만하게 이탈리아의 새 전성기를 예고한 건 그만큼 젊고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많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굳이 20년을 거론한 건 '2006 독일월드컵' 우승 이후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을 노릴만 하다는 기대가 담긴 발언으로 읽힌다. 이탈리아는 25일(한국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 알바니아전을 치른 뒤 29일엔 네덜란드와 원정 친선 경기를 갖는다. 잠피에로 벤투라 감독은 두 경기를 위해 총 26명을 소집했다.

이번 명단 중 A매치 경력이 전무한 선수는 7명이다. 대표로 데뷔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선수도 안드레아 벨로티, 다비데 차파코스타(이상 토리노), 다니엘레 루가니(유벤투스), 알레시오 로마뇰리, 잔루이지 돈나룸마(이상 AC밀란) 등 5명이다. ‘유로 2016’ 직후 부임한 벤투라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을 빠르게 대표팀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나이가 어리지 않아도 최근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 원칙이다. 벤투라 감독은 원칙의 좋은 예로 29세에 아주리 데뷔 기회를 잡은 다닐로 담브로시오(인테르밀란)를 거론했다.

부폰이 말한 어리고 재능 있는 선수들은 특히 골키퍼 포지션에 몰려 있다. 두 후배 골키퍼는 조카뻘을 넘어 아들뻘이다. 18세 돈나룸마가 이미 부폰의 뒤를 받치는 후보 골키퍼로 자리잡았다. 이번에 뽑힌 세 번째 골키퍼는 세리에B(2부)에서 SPAL의 선두 질주에 공헌하고 있는 알렉스 메레트(원소속팀 우디네세)다. 메레트의 나이도 20세에 불과하다. 부폰 세대에서 약 20년을 훌쩍 뛰어넘어 과격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센터백의 미래는 청소년 대표부터 좋은 콤비였던 22세 로마뇰리와 23세 루가니가 책임지고 있다. 특히 루가니는 소속팀 유벤투스에서 부폰과 호흡을 맞추며 ‘BBC’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보누치, 바르찰리, 조르조 키엘리니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중이다. 좌우 수비수로는 이번 시즌 세리에A에서 두각을 나타낸 라이트백 차파코스타, 왼쪽 윙백으로 아탈란타 돌풍에 한 몫 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가 선발됐다.

이번 시즌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가장 안정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 23세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인테르밀란)는 데뷔전 기회를 잡았다. 이번 이탈리아는 4-2-4, 3-4-3 등 중앙 미드필더가 두 명인 전술을 쓸 것이 유력하다. 2인 수비형 미드필더 체제가 익숙한 갈리아르디니가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갈리아르디니가 25세 마르코 베라티(PSG)와 좋은 조합을 이룬다면 이탈리아는 앞으로 5년 넘게 중원을 책임질 수 있는 새 콤비를 찾게 된다.

공격진에선 벤투라 감독이 프로팀에서부터 발굴하고 육성한 벨로티가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왼발잡이인 마놀로 가비아디니(사우샘프턴),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피오렌티나)가 부상으로 빠진 건 아쉽지만 대신 더 의외인 선수들을 시험해볼 수 있게 됐다. 골은 많지 않지만 아탈란타에서 높은 팀 기여도를 인정받는 22세 유망주 안드레아 페타냐는 제공권과 힘을 강화하고 싶을 때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는 선수다. 공격형 미드필더 시모네 베르디(볼로냐), 윙어 마테오 폴리타노(사수올로) 역시 대표팀에 잘 적응한다면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이탈리아는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가 베테랑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로시(AS로마) 한 명뿐일 정도로 A매치 골 경험이 적다. 그러나 공격력 부족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월드컵 예선 3경기에 출장해 3골을 기록한 벨로티가 ‘벤투라 시대’의 확고한 주전으로 빠르게 자리잡아가는 중이고, 치로 임모빌레(라치오) 역시 부활의 기미가 확실하다. 측면에서 원톱들을 지원할 로렌초 인시녜(나폴리)는 최근 세리에A 2경기 연속 2골을 넣으며 1부 리그 개인 최다 득점인 12골을 따라잡았다.

벤투라 감독은 자기 손으로 뽑은 선수들을 “성장을 갈망하는 재능 넘치는 선수들의 덩어리”라고 표현했다. G조 라이벌인 스페인을 앞질러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는 것이 벤투라 감독의 목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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