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축구 경기를 지배하기 위해선, 중원을 장악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를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확실한 골잡이와 골키퍼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수비 전술과 더불어 ‘실리축구’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는 이 모든 것을 갖고 있다.

아틀레티코는 한국시간으로 16일 새벽 바이엘04레버쿠젠과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안방에서 거둔 아쉬운 무승부였으나, 적지에서 거둔 4-2 승리를 바탕으로 1,2차전 합계 1승 1무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감독 교체가 팀에 심리적, 전술적으로 주는 효과는 극적이다. 교체 단행 직후에 극대화되는 극약처방이다. 레버쿠젠은 UCL 16강 1차전에서도 무력했던 것에 이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연전연패한 로거 슈미트 감독을 경질하고 타이푼 코르쿠트 감독을 선임했다.

코르쿠트 감독은 지난 주말 베르더브레멘과 데뷔전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킥을 놓쳐 아쉽게 승리를 놓쳤다. 아틀레티코전도 불운했다. 경기력은 개선됐으나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콤팩트한 4-4-2 포메이션으로 나선 코르쿠트의 레버쿠젠은 속도감 있는 역공으로 아틀레티코를 위협했다. 18번의 슈팅을 시도했고, 이중 7개가 유효 슈팅이었다. 육탄 방어에 걸린 슈팅도 4차례. 아틀레티코가 13번의 슈팅과 4번의 유효슈팅을 만든 것보다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레버쿠젠은 볼 점유율에서 55%로 앞섰고, 패스 정확성도 85%로 아틀레티코(79%)보다 우세했다. 심지어 뛴 거리(114km)도 아틀레티코(113.2km)보다 근소 우위를 점했다. 레버쿠젠이 넘지 못한 것은 아틀레티코 골키퍼 얀 오블라크였다. 이날 7개의 선방을 기록한 오블라크는 무서운 집중력과 반응력으로 레버쿠젠을 좌절시켰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후반 23분 수비 지역에서 호세 히메네스가 패스 미스를 범하며 나온 위기였다. 율리안 브란트와 일대일 기회에서 눈부신 반응으로 선방했고, 흐른 공을 케빈 폴란트가 두 차례나 시도한 재차 슈팅을 거듭 일어서 막아내는 경이로운 플레이를 했다. 후반 35분에는 베일리와 캄플의 연이은 슈팅이 골문 구석으로 날카롭게 향했으나 모두 쳐냈다. 

지난 16강 1차전에서 두 골을 내준 당시 오블라크는 어깨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해 결장했다. 아틀레티코는 올 시즌 UCL 조별리그에서 5연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했는데, 이 5연승 과정에서 1골만 내줬다. 나머지 4경기는 무실점 승리였다. 바이에른뮌헨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0-1 석패였다. 

아틀레티코는 올 시즌 비야레알, 레알마드리드에 각각 0-3 완패를 당한 바 있다. 대량실점 과정의 문제는 골키퍼의 실책과는 관계가 없었다. 오블라크는 안정적인데다 슈퍼세이브를 구사하는 골키퍼다. 경기당 한 두골은 넣어주는 공격수가 있고, 한 두 골은 막아주는 골키퍼가 있다면 중원 지역에서 조금 열세를 보이더라도 실리적인 전술로 승리할 수 있다. 누구나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짤 수 있지만, 시메오네의 방식이 성공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다.

슬로베니아 국가대표인 오블라크는 2013/2014시즌 벤피카의 포르투갈리그, 포르투갈컵, 포르투갈리그컵 등 자국 트레블 달성의 주역이다. 2013/2014 유로파리그 준우승을 이루는 과정에 큰 주목을 받았다. 벤피카 입단 1년 만인 2014년 여름 아틀레티코로 이적했다. 이제 라리가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오블라크 이전에도 아틀레티코는 뛰어난 골키퍼를 보유해왔다. 2009년 세르히오 아센호를 영입했으나 그가 부상으로 쓰러지자 유스 출신 다비드 데헤아를 1군팀에 전격 기용했다. 데헤아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스페인 최고의 골키퍼로 성장했다. 2011년 데헤아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이후에는 첼시가 영입한 벨기에 유망주 티보 쿠르투아를 임대로 영입했다. 쿠르투아는 아틀레티코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현실화시켰다. 

쿠르투아는 2014년 임대 기간을 마치고 첼시로 돌아갔다. 그 뒤를 이은 오블라크가 아틀레티코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아틀레티코는 페르난도 토레스, 디에고 포를란, 세르히오 아구에로, 라다멜 팔카오, 디에구 코스타 등을 배출해 공격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팀으로 알려져왔다. 지금도 앙투안 그리즈만이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아틀레티코는 골키퍼를 발굴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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