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해도 너무 한다"

FC서울이 세 번째 골을 허용하자 기자석 옆 쪽에 앉았던 팬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짐을 챙겨 계단을 올라가며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한 무리가 일어나 경기장을 떠나자 다른 이들도 술렁였다. 아이 손을 잡은 팬은 계단을 올라가다 아쉬운 듯 경기장을 돌아봤다. 

"전에 왔을 때는 잘했는데... 오늘은 3골이나 먹었네..."

15일 서울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웨스턴시드니와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조별리그 3차전 경기를 치렀다. 사상 최초로 1.2차전을 모두 진 서울은 최약체로 평가 받는 웨스턴시드니를 잡고 반전하길 바랐다. 결과는 2-3 패배. 서울은 2경기에서 1골을 넣고 9골을 내준 웨스턴시드니에 3골을 먼저 내줬다. 윤일록이 후반에 2골을 넣으며 분전했으나 기적은 없었다. 

3실점은 심리적 저지선이었다. 팬들은 3골을 내주자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더 많은 팬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지만, 일어난 이들이 있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당시 시간은 20분 이상 남아 있었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서울이 뒤집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올 시즌 서울은 5경기를 치러 단 한 번 이겼다. 2골 이상 넣은 경기는 ACL 우라와레즈 경기에서 2-5로 패했을 때가 유일하다. 

서울은 억울할 수도 있다. 서울은 이날 웨스턴시드니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좋은 경기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야 강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이 보인 수비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서울 미드필더들은 위험 지역에서 현란한 플레이를 몇 차례 했다. 팬들은 처음에 환호했지만, 실수가 몇 차례 나오자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했다. 전반에 나온 두 차례 실점은 서울이 자초한 면이 크다. 

"사실 3골을 먼저 넣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웨스턴시드니 감독도 놀랐다. 웨스턴시드니는 서울과 달랐다.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 팀으로 수비하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았다. 웨스턴시드니는 이날 어린 선수를 대거 기용했다. 기회를 잡은 웨스턴시드니 젊은 선수들은 서울에 주눅들지 않았다. 웨스턴시드니는 슈팅 3개에 3골을 뽑고, "환상적인 결과"를 얻었다. 

"그렇게 실점해서는 이길 팀이 없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황선홍 감독은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황 감독은 "뭐 실망스럽다. 좀 너무 쉽게 실점하는 것이 경기를 굉장히 어렵게 만들었다"라며 어렵게 입을 뗐다. 누구 못지 않게 단기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던 황 감독은 서울을 이끌고 역사에 남을 연패 기록을 남기게 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황 감독은 수비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전반에) 두 번 넘어와서 두 골 먹었다. 그렇게 실점해서는 이길 팀이 없다. 수비 안정화가 시급하지 않나. 같이 블럭을 쌓고 같이 수비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상대) 순간적인 움직임에 대처하지 못했다." 황 감독은 지난 우라와 경기에서 5실점 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수비에 오스마르와 김동우를 세우고 중원에 주세종, 고요한 그리고 이석현을 배치했지만 실점을 막지 못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황 감독은 16강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최선을 언급했다. ACL에서 맥없이 무너지면 리그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서울은 화려함 속에 악착 같은 근성을 지닌 팀이었다. 1골만 넣고 이기는 경기가 많았다. 지더라도 무너지는 경기는 많지 않았다. 2017시즌 서울은 그렇지 않다. 황 감독과 선수단은 이 문제를 시즌 초반에 꼭 풀어야 한다. 

상대 웨스턴시드니는 서울에 답을 줄 수도 있다. 선제골을 넣은 스캇은 경기 후 한 기자회견에서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정말 죽도록 수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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