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벤투스의 오른쪽 수비수 다니 아우베스와 왼쪽 윙어 마리오 만주키치를 잇는 대각선은 알고도 막기 힘든 강력한 공격 루트다.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도 아우베스와 만주키치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유벤투스가 포르투를 1-0으로 꺾었다. 앞선 1차전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유벤투스는 두 경기 합계 3-0으로 8강에 진출했다.

아우베스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이번 시즌 자유계약으로 유벤투스에 합류한 뒤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신체 능력은 전성기보다 하락했지만 끊임없이 패스를 받기 좋은 곳으로 움직이며 사실상 플레이메이커처럼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은 여전히 정상급이다. UCL에서 이미 2골을 기록하는 등 팀내 비중으로 보면 바르셀로나 시절보다 오히려 확대됐다.

16강 2차전에서 아우베스의 존재감은 거대했다. 유벤투스는 아우베스를 중심으로 그 옆에 배치된 오른쪽 센터백 레오나르도 보누치,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오른쪽에 치중해 움직인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오른쪽 윙어 후안 콰드라도, 오른쪽으로 이동하길 즐기는 섀도 스트라이커 파울로 디발라 등을 활용해 경기를 풀어 나갔다. 공격 전개의 핵심 선수들이 오른쪽에 몰려 있다. 오른쪽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비대칭 전술에서 아우베스가 중심을 잡았다.

아우배스는 이 경기에서 가장 많은 105회 패스를 기록했고, 성공률은 90.5%였다. 아우베스가 동료에게 직접 만들어 준 슈팅 기회 4회, 상대 진영(경기장을 삼등분했을 경우)으로 전달한 패스 29회, 공 획득 11회, 태클 성공 5회, 가로채기 2회 모두 경기 최고 기록이었다.

활기찬 돌파로 오른쪽에서 아우베스와 호흡을 맞춰야 할 콰드라도는 이날 부진한 전반전을 마치자마자 교체됐다. 사실상 콰드라도는 미끼 역할만 했고, 결정적인 패스는 아우베스에게서 더 많이 나왔다. 후반전에 콰드라도가 빠지고 오른쪽 윙어 없는 변칙 전술이 가동되자 아우베스는 오른쪽 측면을 혼자 도맡아야 했다. 34세 노장에게 쉽지 않은 임무지만 아우베스는 무리 없이 수행했다. 배후 공간을 몇 차례 노출했다는 문제는 있지만 아우베스가 전속력으로 복귀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기보다 동료들이 전술적으로 메워줬어야 하는 공간이었다.

만주키치는 아우베스와 완전히 반대쪽, 경기장 대각선에 위치한 선수다. 보통은 아우베스와 패스를 주고받을 일이 가장 없는 선수지만 유벤투스 전술에선 두 선수의 호흡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만주키치는 왼쪽에서 플레이한 전반전 동안 아우베스의 패스를 두 번 받았다. 모두 대각선 롱 패스였다. 만주키치를 향한 대각선 패스는 유벤투스의 중요한 공격 루트 중 하나다.

만주키치의 독특한 캐릭터에서 비롯되는 조합이다. 190cm 신장을 가진 만주키치는 본업인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서도 세계적인 제공권의 소유자다. 최근 팀 전술에 맞춰 왼쪽 윙어로 활약 중인데, 윙어 포지션에서라면 세계 제일의 제공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공중볼 경합 능력을 넘어 낙하 지점을 적절하게 포착하고 적절한 헤딩 방식을 판단하는 센스가 발군이다.

오른쪽 후방에서 대각선으로 롱 패스를 하면, 만주키치가 높은 확률로 받아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만주키치는 전반 6분 대각선 패스가 땅에 튕긴 것을 머리로 돌려 놓아 디발라의 슈팅 기회를 만들어 줬다. 전반 8분엔 보누치의 롱 패스를 처리했는데, 몸을 숙이며 정수리로 톡 건드리는 절묘한 헤딩을 통해 뒤로 살짝 흘렸다. 오버래핑하던 알렉스 산드루에게 연결된 멋진 플레이였다. 만주키치에게 연결된 대각선 패스는 아우베스가 2회, 보누치가 3회 기록했다.

만주키치는 콰드라도의 얼리 크로스, 디발라의 코너킥 등을 모두 훌륭한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전반 39분엔 이케르 카시야스의 골킥을 끊으며 머리로 인터셉트까지 해냈다. 머리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측면으로 벌려 서며 산드루의 문전 침투를 돕는 패스를 내주기도 했다.

후반전에 콰드라도가 빠지고 왼쪽 윙어 마르코 피야차가 투입되자 만주키치는 중앙과 오른쪽을 오가며 활약하기 시작했다. 전반전과 거울처럼 달라진 역할이었다. 그러나 왼쪽에서 활약하는 산드루, 피야차, 베나티아 등은 만주키치를 향해 롱볼을 날릴 줄 몰랐다. 만주키치의 머리를 활용하는 공격 옵션은 후반전에 완전히 실종됐다. 대신 공격의 중심은 피야차의 측면 돌파가 됐지만 성공률이 낮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

오른쪽으로 간 만주키치는 아우베스와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호흡을 맞추는 방식으로 팀 플레이에 기여했다. 만주키치는 동료 선수 중 네 번째로 아우베스의 패스를 많이 받은 선수였다. 총 13번 패스가 전달됐다.

만주키치를 제공권으로 이길 수 있는 라이트백은 거의 없다. 만주키치가 측면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중앙으로 약간 이동하며 롱 패스를 떨어뜨리면 더 위협적이다. 유벤투스는 아우베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오른쪽 공격 전개, 만주키치를 활용한 왼쪽 제공권이 모두 위협적이라는 걸 포르투전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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