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수원삼성이 2017시즌 개막 초반 4경기에서 이기지 못했다. 3연속 무승부 뒤의 1패. 대진표가 유독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가와사키프론탈레와 일본 원정으로 AFC챔피언스리그(ACL) 경기를 치른 뒤 FC서울과 슈퍼매치로 K리그클래식 개막전을 했다. 이어 광저우헝다와 ACL 홈 개막전, 전북현대와 K리그클래식 홈 개막전이 이어졌다. 서울은 K리그클래식 우승팀, 광저우는 중국슈퍼리그 우승팀, 전북은 ACL 우승팀이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수원이 모든 참가 대회의 목표를 우승으로 설정하는 ‘명가’라는 점에서 변명이 되기 어렵다. 이기지 못한 경기의 문제가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온 일관된 약점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수원은 2016시즌 개막 초반 5경기에서도 이기지 모했다. 당시에는 감바오사카와 비기고 상하이상강에 졌다. 성남에 지고, 멜버른비토리와 비겼다. 전남과 리그 홈경기에서 졌고, 4월 들어 상주상무와 홈 경기에서 겨우 첫 승을 신고했다.

두 번째 승리까지 가는 길도 멀었다. 상주전 승리 이후 4경기 연속 비겼다. ACL에선 초반 4경기에서 이기지 못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감바와 ACL 홈 경기 승리를 빼면 리그에서는 상주전 승리 이후 6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졌다. 대부분 비긴 경기였으나, 장기 무승부가 선수단의 사기 저하를 가속화했다는 게 스포츠 심리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이긴 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닌 애매한 경기가 지속되면서 모멘텀을 갖지 못했다.

올 시즌 이어지고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4경기 무승 중 패배는 한 번 뿐이다. 고비는 이스턴SC(홍콩)와 ACL 3차전 원정 경기다. 엇비슷한 전력의 팀을 상대한 지난 4경기와 다르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팀을 만난다. 원정 경기라 쉽지 않지만, 승리 외의 선택지는 실패로 여겨질 뿐이다. 답은 승리 뿐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경기 하루 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번에는 3점을 따고 갈 수있도록 잘 준비해왔다. 이번 경기가 중요하고 내일 경기는 반드시 이기겠다”고 했다. 이스턴SC에도 이기지 못한다면 또 한번 장기 무승으로 인한 무력감이 찾아올 것이다. ACL 경기 뒤에는 승격팀 대구FC와 리그 홈 경기, 지난해 강등 위기를 겪은 인천유나이티드와 리그 원정 경기가 이어진다. 오히려 이런 경기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 입을 타격이 크다.

이스턴SC를 이기지 못하면 대구, 인천전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이스턴CS전은 이기지 못했지만 잘싸웠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서 감독은 경기 전 회견에 그 동안 선발 명단에 들지 못했던 조원희를 대동했다. 선발 전략의 변화를 암시했다. 조원희는 “선수들 모두 날씨에 대해 잘 적응했고, 잘 준비했다. 특히 나는 예전에 이 근처(광저우)에서 2년간 선수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습도에 대한 적응과 수분섭취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세세한 디테일에서도 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조원희는 “비디오 분석을 많이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팀이지만 철저하게 준비했다. 서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홍콩이 AFC챔피언스리그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제는 홍콩축구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쉽게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치르겠다.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어느 팀과 맞붙더라도 소홀하지 않게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스턴SC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스턴은 가와사키프론탈레와 무승부를 거두며 저력을 발휘했다. 또 다른 홍콩클럽 킷치는 이미 ACL 플레이오프에서 울산현대를 탈락직전까지 몰고 가기도 했다. 공은 둥글다. 수원이 이기지 못하는 일이 전혀 불가능한 옵션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기지 못한다면 서 감독에 대한 수원 팬들의 비판 여론은 거세질 것이다. 홍콩 현지에서 전달된 서 감독의 기자회견 사진은 현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14일 밤 9시에 킥오프한다. 9시 30분부터 JTBC3 FOX SPORTS에서 생중계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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