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이 잉글랜드 진출 이후 첫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골이 3개나 됐을뿐 아니라 패스, 돌파 등 모든 부문의 기록이 다 최고였다.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리시FA컵’ 8강전에서 토트넘홋스퍼 소속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은 3골 1도움으로 압도적인 활약을 했다. 토트넘은 리그1(3부) 구단인 밀월을 6-0으로 꺾으며 수준차를 보여줬다.

손흥민은 전반 41분, 후반 9분, 후반 추가시간에 한 골씩 터뜨리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골의 종류가 모두 달랐다. 첫 골은 오른쪽 측면에서 안으로 파고들며 수비 한 명을 제친 뒤 왼발 강슛을 날리는 특유의 패턴으로 넣었다. 두 번째 골은 등 뒤에서 날아온 키에런 트리피어의 롱 패스를 발리슛으로 마무리하는 고난이도 동작이었다. 마지막 쐐기골은 왼발 발리슛이었고, 골키퍼가 공을 흘려주는 행운이 따랐다.

손흥민은 후반 34분 빈센트 얀센에게 어시스트도 제공했다. 왼쪽에서 문전으로 슬금슬금 공을 몰고 가다가 얀센에게 패스했고, 얀센이 재빨리 왼발슛을 날려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두 팀 공격진을 통틀어 단연 가장 자주 보인 선수였다. 슛을 7회 날렸고, 그중 5회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해 3골을 뽑았다. 모두 이 경기 최다 기록이다. 손흥민 다음으로 유효슛을 많이 한 델레 알리, 해리 윙크스 등은 모두 2회였다. 두 배 넘는 차이가 났다.

경기 내내 엄청난 존재감을 보인 손흥민은 골만 ‘받아먹는’ 선수가 아니었다. 윙어로서 직접 기회를 만드는 동시에 마무리까지 해냈다. 드리블을 4회 성공시킨 것도 이 경기 최다 기록이고, 결정적인 패스 6회 역시 두 팀 통틀어 가장 많았다. 손흥민이 패스 마스터는 아니지만 돌파나 좋은 침투에 이어 동료에게 내주는 패스가 많았기 때문에 나온 기록이다.

한편 손흥민은 일단 공을 잡았을 때 가장 위협적이었지만, 퍼스트 터치는 약간 불안했다. 과감했던 만큼 실수도 많았다. 공을 잃어버린 횟수 4회, 볼 컨트롤 실수 3회 역시 두 팀 통틀어 최다 기록이었다. 손흥민의 활약은 밀월 수비진이 시간과 공간을 허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도 있다.

경력을 통틀어 네 번째 해트트릭이다. 손흥민은 바이엘04레버쿠젠 소속으로 2013년 11월 함부르크, 2015년 2월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두 차례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국가대표팀에선 2015년 9월 라오스를 8-0으로 완파할 때 해트트릭을 기록한 바 있다.

손흥민은 대회 6골에 도달하며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나란히 6골을 기록한 아담 모건(커존애시턴)이 대회에서 탈락한 반면 손흥민에겐 골을 추가할 기회가 남아 있다. 손흥민을 추격하는 생존자는 5골을 넣은 시오 월컷(아스널), 4골을 넣은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시티)와 페드로 로드리게스(첼시)가 있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밀월 팬들은 이날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구호를 외쳤다. 경기 후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닐 해리스 밀월 감독은 잘못된 행동이었다며 인종차별과 선을 그었다. 손흥민은 자신을 향한 비윤리적 야유에 실력으로 답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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