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대규모 리빌딩을 통해 새 팀으로 거듭한 강원FC의 최대의 적은 기대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베테랑 공격수 정조국(33)도 그 영향을 받았다. 지난 4일 상주상무와 원정 경기로 치른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1라운드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정조국은 지난 시즌 K리그클래식 득점왕을 차지하는 과정에 7개의 페널티킥을 모두 성공시켰던 명사수다. 정조국은 ‘풋볼리스트’와 인터뷰에서 “첫 경기이고, 팀에 중요한 경기여서 부담도 됐고, 생각도 많았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고 실축 이유를 설명했다.

정조국의 실축에도 강원은 이근호(32)의 멀티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정조국도 이근호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실축을 만회했다. 이근호는 “(조국이 형이) 평상시에 많이 산다. 많이 얻어먹고 있다”며 정조국이 특별히 보답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정조국은 “근호가 너무 좋은 활약을 해줬다. 선배로서 나도 그라운드 안에서 일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정조국은 경기를 하루 앞둔 10일 훈련에서 “(페널티킥을) 한번 차 봤다. 감독님도 내가 못차겠다고 할때까지 믿어주겠다고 하셨다. 그동안 해온 것처럼 하겠다”고 했다. 첫 경기 승리로 인해 부담감은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첫 승으로 부담 떨친 강원, 서울전은 즐긴다

개막전의 영웅 이근호도 “스타트가 좋아서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팀으로도 다행이다. 부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첫 승으로 그 부담을 떠려낼 수 있어서 앞으로는 경기를 하는데 좀 더 편하게,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두 선수 모두 목소리가 밝았다.

이근호 역시 개인적으로 개막전 경기에 대해선 부담이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몸이 좋지 않다보니 걱정도 있었고, 뭐랄까, 자신에 대한 불안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동계 훈련 기간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으니까. 신경을 많이 썼고, 공을 많이 들여서 그런지 경기날은 (몸이) 괜찮았다.”

카타르무대를 떠나 K리그로 돌아온 이후 이근호는 매년 이적 과정에 동계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경기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 동계훈련부터 팀과 함께 한 이근호는 개막전 멀티골로 주간MVP까지 선정됐다. “몸을 풀때부터 감이 좋았다. 슈팅 찬스가 오면 과감하게 때려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잘 맞았다.”

강원의 홈 개막전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이다. AFC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를 목표로 설정한 강원 입장에서는 진정한 시험대다. 정조국에게는 오랜시간 뛰었던 친정팀이기도 하다. 상주보다 막강한 상대지만, 시즌 첫 경기를 승리한 만큼 부담감은 훨씬 줄었다. 정조국은 “부담 보다는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즐겁게. 동료들을 믿고 경기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부담은 오히려 서울에 클 경기다. 서울은 두 차례 ACL 경기에서 졌고, 수원삼성과 슈퍼매치로 치른 리그 개막전에서도 1-1로 비겼다. 세 경기째 무승이다. ACL 경기까지 앞둔 상황에 강원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서울은 이겨야 본 전이다. 수비 라인이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조국과 이근호의 활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정조국은 “서울은 지금도 응원하는 팀이고,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팀이다. 난 서울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혜택도 받았다. 서울은 매년 좋은 선수와 감독님이 있다. K리그를 이끌고 가야하는 팀이다. 안 좋은 부분이 조금 있지만 능력은 있다. 가면 갈수록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며 얕봐선 안된다고 했다. 이근호 역시 “경기력만 봤을 때 강팀은 확실하다”고 했다.

얕봐선 안되지만 못 잡을 상대도 아니다. 이근호는 “선수들끼리 예상하기로 K리그클래식에 그렇게 강팀도 없고, 그렇게 약팀도 없다. 모든 경기가 한 골차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인천-제주전 외엔 다 그런 양상이었다. 우리와 서울의 경기도 한 골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승산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이근호와 정조국은 이름 끝자를 따서 ‘호국 콤비’라는 별명도 얻었다. 상주전에 이근호는 정조국의 패스를 받아 첫 골을 넣었고, 김승용의 크로스 패스에 이은 헤더 득점도 정조국이 수비를 끌고 나와 생긴 공간을 활용했다. 두 공격 조합이 펼칠 역습은 K리그클래식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이근호는 “그 별명은 처음 들었다”고 웃었다. “운동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자꾸 얘기하고 어울리니 호흡이 잘 맞는다. 경기를 할수록 좋은 장면이 나올 것 같다.” 이미 상주전에 합작골을 만든 바 있는 둘은 서울과 경기에서도 창 끝을 세밀하게 다듬고 있다. 강원과 서울의 2라운드 경기는 11일 오후 3시 강원도 평창알펜시아스키점핑타워 경기장에서 열린다.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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