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로 2024를 열기 위한 경쟁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베테랑’인 독일과 ‘유로 개최 4수생’ 터키의 경쟁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8일(이하 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유로 2024' 신청 마감일이었던 지난 3일까지 독일과 터키만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개최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이 신청을 하지 않았다.

신청국들은 내년 4월까지 UEFA에 구체적인 유치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실사를 거쳐 9월에 개최지가 결정된다. 테오도르 테오도리디스 UEFA 사무총장은 “강력한 후보 두 곳이 신청했다.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다”라고 의례적인 촌평을 했다. 터키와 독일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UEFA의 방향성에 따라 개최지가 달라질 수 있다.

터키는 2008년부터 가장 의욕적으로 유로 본선 개최를 추진한 나라지만 3차례나 표결에서 탈락했다. 2008년에 그리스와 공동 개최를 희망했으나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 밀렸다. 처음 단독 개최에 도전한 2012년은 1차 투표에서 바로 탈락했다. 당시 개최국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였다. 2016년 대회에선 미셸 플라티니 당시 UEFA 회장과 긍정적인 교감을 나누고 있다며 희망적인 전망을 밝혔으나 결선 투표에서 한 표 차로 프랑스에 밀렸다.

터키는 2020년 대회 개최도 노렸지만, 대회 창설 60주년을 기념해 유럽 전역의 13개 도시에서 여는 방식 때문에 개최국이 아예 없어졌다. 한 번 거르고 터키는 2024년 대회에 또 도전한다.

터키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한 적이 없다. 월드컵, 유로, 동하계 올림픽 경험이 전무하다. 유로 유치에 성공할 경우 사상 첫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된다. 사회기반시설(인프라스트럭처) 확충 등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터키는 경기장을 의욕적으로 지으며 꾸준히 축구 대회 유치를 노리는 나라다. 2016년 유치전 때도 최신식 구장을 여럿 보유했다고 홍보했다. 유서 깊은 구단 갈라타사라이의 홈 구장도 지난 2011년 신축한 튀르크 텔레콤 스타디움이다. 일디림 데미로렌 터키축구협회 회장은 “수년에 걸쳐 새로운 경기장 32곳이 건설됐거나 건설 중”이라며 “터키는 축구 인프라 확충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독일의 상황은 터키보다 간단하다. 독일은 대형 축구 이벤트만 따져도 세 차례 개최 경험이 있다. 서독이 '1974 서독 월드컵'과 '유로 1988'을 개최했다. 통일 뒤엔 '2006 독일 월드컵'을 유치했다. 비교적 최근 국제대회를 개최했고 세계 최고 축구 리그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를 갖고 있어 별다른 시설 확충이 필요하지 않다.

독일이 내세우는 것도 안정적인 개최가 가능하다는 것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다. 라인하르트 그린델 독일축구협회장은 “우리의 풍부한 경험, 경기장과 인프라, 독일의 기본적인 환경을 고려할 때 경제적이면서도 최고 수준인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비교적 안정적인 사회 분위기도 개최국의 장점으로 내세운 것이다. 최근까지 주요 테러 대상국으로서 고생했던 터키에 비하면 치안이 안정된 편이다.

최근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화두는 비용 절감이다. 신축 경기장을 마구 짓기보다 해체 가능하게 설계해 공사비를 최소화하거나, 사후 활용 방안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최근 추세다. 영국은 ‘2012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을 축소 보수해 프로팀 웨스트햄의 홈구장으로 용도를 바꿨다. 반면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6 리우 올림픽'을 연달아 개최한 브라질은 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골치를 썩이고 있다. 국내에선 ‘2014 인천아시안게임’ 시설의 사후 처리가 문제로 떠오른 뒤 ‘2018 평창동계올림픽’도 우려를 모으는 중이다. 독일에서 대회를 열 경우 신축 시설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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