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울월드컵경기장] 한준 기자= 수원삼성은 전반전을, FC서울은 후반전을 지배한 경기였다. 5일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1라운드 경기에서 두 팀은 1-1로 비겼다. 서로 가진 불안과 희망을 모두 확인했다. 

서울은 2연패 과정에서 수비 라인에, 수원은 2연무 과정에서 중원에 숙제가 드러났다. 두 팀 모두 새로운 선발 명단으로 경기에 임했다. 결과적으로 두 팀 모두 세 경기째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서울 약점 공략한 수원의 선발 전략

선발 명단을 통해 문제를 개선한 쪽은 수원이었다. 서정원 감독이 지휘한 수원은 3-4-3 포메이션을 유지했다. 스리백은 양상민 이정수 구자룡의 조합이었다. 변화의 폭이 큰 쪽은 중원과 전방. 레프트백을 보던 김민우를 우측면 공격수로 올리고, 미드필더 고승범을 레프트백 자리에 배치했다. 이종성의 중원 파트너로 김종우가 새로 선발 출전했다.

서정원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변화가 불가피했다고 했다. “23세 이하 선수를 기용해야 했고, 이용래는 부상이 발견됐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 만은 아니었다. “고승범은 지난해 전북전을 포함해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동계 기간에 그 자리도 봤다. 김종우는 수원FC에서 이미 잘했고, 동계때 주목했다. 기술을 갖고 있다.”

염기훈 조나탄과 스리톱으로 짝을 이룬 김민우의 이동에 대해서는 “19세 청소년 대표때부터 본 선수다. 전천후 선수다. 워낙 영리하다. 풀백, 윙어, 쉐도우, 미드필더까지 다 보는 선수”라고 했다. 오른쪽 공격 역할 역시 동계 훈련을 통해 준비된 포지션이었다. 

서 감독은 실제로 김민우 영입을 발표하던 당시 풀백이 아닌 공격 자원으로 여겼다. 홍철 군입대 공백을 메울 풀백 영입에 실패해 레프트백 보직을 맡게 됐다. 레프트백으로 뛴 두 경기에서 어색한 모습을 보였던 김민우는 라이트윙 자리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활발했다.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을 추구하는 수원의 경기가 잘 풀리기 위해선 전방 압박이 잘 이뤄져야 한다. 김민우는 공을 소유했을 때도 위협적이었지만, 공이 없을 때도 부지런히 압박하고 수비에 가담하며 수원이 전반전을 지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 감독은 경기 후 회견에서도 “김민우를 공격 지역에 배치해 공격 가담은 물론 수비 역할도 해주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우라와레즈와 원정 경기에서 2-5 패배를 당한 서울은 수비 불안이 크게 지적됐다. 김동우와 김근환을 새로운 센터백 조합으로 세우고, 오스마르를 포백 보호자로 내세우며 변화를 줬다. 황선홍 감독은 “곽태휘가 부상을 입었다”며 변화를 준 이유를 설명했다. 서 감독은 “높이는 좋지만 불안요소가 있는 센터백”이라며 공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서울은 불안을 극복하지 못했다. 수원 스리톱의 적극적인 압박에 센터백 지역의 빌드업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두 센터백과 오스마르 사이 공간은 수원 스리톱을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 

조나탄이 두 센터백을 묶었고, 염기훈과 김민우가 좁혀 들어올 때 오스마르 옆에서 커버가 부족했다. 윤일록과 고요한은 이종성 김종우의 중원 선수들과 대치했다. 김종우는 안정적으로 볼을 연결했고, 이종성은 논스톱 패스로 템포를 높였다. 수원의 좌우 풀백 고승범과 장호익이 활발하게 뛰면서 측면 주도권도 가져왔다. 

고승범과 장호익은 크로싱 능력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염기훈 김민우와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서울 압박 대열을 흔들었고, 이 틈을 탄 수원 미드필드의 패스 공급이 날카롭게 이어졌다. 더불어 전반 9분 만에 나온 수원의 선제골은 서울을 심리적으로 더 위축시켰다. 

수원은 김종우가 우측으로 전개한 볼을 조나탄이 크로스 패스로 문전에 침투시켰고, 김민우가 이어 받았다. 김민우는 서울 수비 취약 지점인 센터백과 오스마르 사이 공간으로 빠져 나오며 기막힌 터닝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탁월한 판단이었다. 김민우는 “조나탄이 사이드로 빠지면 내가 중앙으로 들어가야 골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황선홍 감독은 “상대 스리톱과 스리백에 우리가 적응을 하기 전에, 경기 흐름을 따라가기 전에 실점을 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진단했다. 우라와전과 마찬가지로 이른 시간 실점이 문제를 야기했다며 전략 자체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후반전에는 경기 흐름에 적응했고, 압박 타이밍 등 여러 가지가 잘 됐다.”

수원은 이후에도 강력한 전방 압박을 통해 서울 수비의 실수를 유발한 뒤 추가 득점 기회를 만들었으나 조나탄의 마무리와 판단이 아쉬웠다. 특히 전반 26분 조나탄이 김근환을 압박해 볼을 따낸 상황에서는 김민우에게 더 좋은 슈팅 기회가 될 수 있었으나 무리한 슈팅으로 기회를 놓쳤다.

수원은 수비시 5-4-1 형태로 공간을 없애고자 했다. 서울은 5백 배후를 노린 몇몇 롱패스가 위협적이었으나 수원은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잘 대처했다. 밀려 내려왔을 때는 문전에서 육탄 방어로 위기를 넘겼다. 전반전은 수원이 지배했다. 

#전반 숙제 해결한 황선홍 교체 전략

황선홍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주세종 이석현을 투입하고 김근환 김한길을 교체하며 빠르게 변화를 줬다. 오스마르가 센터백으로 내려가고, 윤일록이 측면으로 이동했다. 주세종과 이석현이 고요한과 중원에 포진해 경기 지배력을 높였다. 오스마르가 최후방으로 내려가 1차 빌드업의 안정성을 확보했고, 중원에서 볼 관리가 되면서 서울이 원하는 플레이가 이뤄졌다.

후반 17분, 서울이 가장 바랐고, 수원이 가장 바라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수원에서 서울로 이적한 이상호가 서울을 위한 동점골을 터트렸다. 김치우의 프리킥이 뒤로 흐른 것을 윤일록이 슈팅으로 연결했고, 이상호가 문전 혼전 속에 방향을 바꿔 놓으며 득점했다. 이상호는 수원 서포터를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세리머니를 했다. 

경기 흐름은 급격하게 서울 쪽으로 기울었다. 수원은 후반 21분 김종우를 빼고 산토스를 투입했다. 김민우가 좌측으로 이동하고, 고승범이 중앙으로 이동, 산토스가 우측면 공격으로 재배치됐다. 중원 지배력을 회복하지 못해 공염불이었다. 서 감독은 “중원에서 안정을 찾아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전반전에 잘해줬는데 체력 소모로 인해 전력 누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원은 전반의 기세를 90분 간 유지하지 못하는 문제를 반복했다.

서울이 후반전을 지배했다. 후반 26분 이석현의 중거리슛이 시원하게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후반 30분 황 감독은 고요한을 빼고 마지막 승부수로 공격수 박주영을 투입했다. 수원은 후반 35분 조나탄을 빼고 다미르를 투입했다. 다미르는 그대로 조나탄의 잘에서 제로톱처럼 뛰었다.

여전히 공격 기회는 서울이 만들었다. 후반 41분 박주영의 프리킥 크로스를 오스마르가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세기가 약했다. 수원은 전방 압박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헐거운 중원으로 공이 쉽게 통과됐다. 

수원은 공격 상황에서 김민우와 산토스 모두 골문과 거리가 너무 멀었다. 서 감독은 후반 43분 고승범을 빼고 장신 공격수 박기동을 투입하는 것으로 마지막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다미르가 미드필드 지역으로 내려오자 수원의 공 소유력이 개선됐다. 하지만 막판까지 여전히 서울의 기세가 좋았다. 결국 경기는 추가 득점 없이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서울과 수원 모두 첫 승 올리기가 쉽지 않다. 서울의 다음 상대는 강력한 공격진을 보유한 강원과 원정 경기, 수원은 전북현대와 홈 경기다. ACL 3차전 경기가 이어지는 일정이라는 점에서 운용의 묘까지 필요하다. 슈퍼매치 무승부는 어느 쪽에도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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