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성남] 김정용 기자= 조진호 부산아이파크 감독은 경기 전 이정협의 득점력을 과소평가했다. 그러나 밀리는 경기 속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이정협 덕분이었고, 경기가 끝난 뒤 “이정협의 특기가 헤딩슛”이라며 공을 돌렸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1라운드는 우승후보들의 대결이었다. 10팀 중 절반 정도가 우승 후보로 분류되는 춘추전국시대라지만 성남과 부산은 그 중에서도 앞선 편이다. 성남은 지난해 전반기에 K리그 클래식(1부)에서도 상위권이었던 팀이고, 부산은 선수단이 화려한 기업구단인데다 대전을 승격시켜 본 조진호 감독이 합류해 기대를 모았다.

경기 전 더 불안해 보이는 쪽은 성남이었다. 개막전인데도 부상자가 12명이나 된다며 박경훈 감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선수 공백에 대처하려 머리를 굴리다 나온 방안이 스리백이었다. 박 감독은 프로 감독 경력 5년 동안 스리백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부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이 제대로 소화해줄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

 

이정협의 머리

박 감독의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성남과 부산 모두 시즌 첫 경기라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가운데, 기회의 질이 더 높은 쪽은 부산이었다. 호물로의 패스와 박준태의 돌파가 성남을 위협한 반면 성남엔 그만한 개인 기량을 가진 선수가 없었다.

세트피스의 질도 달랐다. 전반전에 성남은 코너킥을 5번 시도해서 하나도 넣지 못한 반면, 부산의 득점은 전반전 유일한 코너킥에서 나왔다. 슈팅의 효율도 부산이 높았다. 부산은 득점을 포함해 4차례 슛 모두 유효슛이었지만 성남은 5회 중 1회만 골대 안으로 보냈고 나머지는 모두 빗나갔다.

전반 9분 호물루의 왼발 코너킥이 문전으로 날아들 때 성남 선수들이 낙하 지점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공이 떨어지는 자리에 있던 선수는 이정협 한 명뿐이었다. 이정협의 깔끔한 헤딩골이 골망을 갈랐다. 경기 전 조 감독이 “정협이가 프리 시즌 연습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다른 부분, 많이 뛰면서 수비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건 자신 있다. 득점이야 상황에 맞게 문전에서 과감한 플레이를 해 주면 된다”며 득점력을 평가절하했던 것과 달리 승리를 부른 건 이정협의 ‘한 방’이었다. 이번 시즌 K리그 전체 첫 골이기도 하다.

성남은 중앙 수비를 세 명 놓고도 부산 공격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자 전반 42분 일찌감치 수비수 오도현을 빼고 윙어 이창훈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전술적 실패를 자인하는 교체였다. 박 감독은 경기 후에도 “전술적으로 초반에 안 좋았던 건 감독에게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기회를 놓친 성남

후반전 경기 내용은 더 어수선했다. 성남은 갈수록 득점 기회의 숫자가 많아졌지만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후반 25분 플레이메이커 김두현, 후반 40분 장신 공격수 박성호가 투입되며 계속 공격이 강해졌지만 결정적인 장면이 부족했다. 전반전에 부진했던 파울로가 점차 리듬을 찾아가다가 후반 18분 수비를 제치고 날린 오른발 슛이 김형근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그 외엔 황의조, 장은규 등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마무리 슛에 실패했다.

특히 황의조는 K리그 챌린지 선수들이 뽑은 ‘득점왕 후보 1순위’답지 않은 아쉬운 경기를 했다. 이날 가장 많은 세 차례 슈팅 기회를 잡았으나 수비에 맞거나 위력이 없었다. 좋은 움직임으로 동료의 패스를 이끌어내지만 볼 컨트롤이나 슛이 투박했다. 황의조의 평소 장단점 그대로였다. 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황의조의 플레이를 돌아보며 “의조가 문제가 있다기보다 심제혁, 파울로가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어줬어야 하는데 자꾸 측면으로 벌리는 바람에 의조가 고립됐다”고 분석했다. 두 국가대표 공격수의 대결에선 이정협이 이겼다.

후반에도 파울로의 왼발에선 멋진 플레이가 나왔다. 여러 차례 좋은 패스가 있었을뿐 아니라, 후반 14분 골문 구석으로 가볍게 감아 찬 슛은 김동준의 엄청난 선방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추가골이 될 수 있는 궤적으로 날아갔다.

 

부산 첫 승 조진호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김두현이 공을 잡았을 때 주심이 종료 휘슬을 울렸다.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순간, 조 감독은 잔디 위에 무릎을 꿇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승이라도 한 듯한 세리머니였다. 감정 표현에 거리낌이 없는 조 감독 특유의 표정이 멀리서도 보였다. 솔직한 감정표현과 '셀카'로 유명한 조 감독은 이날 시즌 1호 세리머니를 했다. 승자가 되어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조 감독은 “내가 60%를 준비했고 선수들이 120%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이정협의 득점력에 회의적인 전망을 밝힌 바 있는 조 감독은 “연습경기에선 골을 못 넣었는데, 이정협의 특기가 헤딩 슛이다. 낙하지점을 잘 찾았다. 공수에서 희생적인 플레이를 하며 도움을 줬다. 국가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님(의 발탁에도) 힘을 얻지 않겠나. 머리로 넣었으니 다음 경기에선 발로 넣을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겠다”고 했다.

이날 부산은 슛을 7회 시도했고, 성남은 15회 시도했다. 성남이 슛으로 연결하지 못한 장면까지 합하면 20차례 정도 실점 위기를 겪은 셈이다. 그러나 조 감독은 승리의 기쁨을 먼저 밝히며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공격은 할 만큼 했고, 수비도 됐다. 만족하고 있다.”

올해 챌린지는 클래식 이상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이날 대결한 이정협과 황의조를 비롯해 클래식 못지않은 유명 선수들이 즐비한 리그로 발전하기도 했다. 조 감독은 “내가 부산 부임 이후 첫 승을 거뒀는데, 앞으로 35경기에서 다 이길 수도 있고 다 질 수도 있다. 매 경기 결승전이란 생각으로 임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목표란 물론 우승이다. 챌린지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모든 팀들의 공통 목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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