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 일정에도 K리그의 수난시대는 계속됐다. '클래식 챔피언‘ FC서울이 2월 28일 저녁 우라와레즈(일본)와 원정 경기에서 전반전에만 다섯 골을 내주며 2-5로 졌다. 상하이상강과 홈에서 치른 1차전에서 0-1로 진 서울은 초반 2연패로 16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동시에 K리그의 첫 승 소식도 있었다. 울산현대는 같은 시간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브리즈번로어(호주)에 6-0 대승을 거뒀다. 홍콩클럽 킷치를 상대로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며 간신히 본선에 오른 울산은 가시마앤틀러스와 본선 첫 경기에서도 0-2로 패배하면서 불거진 위기론에 응답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한 경기 결과의 의미가 과장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서울이 겪고 있는 일이 위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숙제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그 해법을 찾는 과정이 생각 보다 수월할 수는 있다.

서울 수비는 시즌 개막 전부터 우려의 대상이었다. 지난시즌 전력의 중심을 이뤘던 선수 중 확실한 결정력을 갖춘 공격수 아드리아노 중원 균형을 맞춰주던 미드필더 다카하기, 부지런하고 단단한 풀백 고광민과 센터백 김남춘이 각기 다른 사정으로 팀을 떠났다. 각 포지션에 대안 선수를 영입했으나 부상 및 적응 등의 이유로 지난시즌의 밀도를 보이지 못했다.

#구성부터 불안했던 서울의 수비조합

그런 와중에 황선홍 서울 감독이 꺼낸 선발 카드는 냉정히 말해 실패였다. 김치우-오스마르-곽태휘-신광훈으로 구성된 포백 라인은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 김치우와 신광훈은 공격형 풀백이고, 오스마르와 곽태휘도 패스 줄이 좋고, 경험을 앞세운 베테랑 수비수다. 힘과 스피드, 완력에서 상대를 일대일로 제압하기엔 나이가 많다. 두 명의 공격형 풀백이 비울 자리까지 커버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황 감독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김원식을 포백 앞에 배치했다. 김원식은 볼 관리 능력이 좋은 J리그팀을 상대로 단점만 부각되는 경기를 했다. 더구나 우라와는 3-4-3 포메이션으로 선발 전략을 세워 서울의 약점을 철저하게 공략했다. 빠르고 간결한 역습으로 서울의 측면과 배후 공간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렸다.

전반 9분 만에 나온 우라와의 선제골은 서울 수비의 모든 불안요소가 터진 장면이다. 고로키 신조가 우측면에서 올린 크로스 패스를 커버하는 과정에 측면 배후가 비었고, 무토 유키가 헤더로 마무리 슈팅을 할 때 김원식은 이미 동료 수비가 대응 가능한 위치에 있는 선수들에게 시선을 빼앗겨 자신이 커버해야 하는 무토를 자유롭게 내버려 뒀다.

2분 뒤 나온 이충성의 추가 득점 장면에서는 서울 수비가 수적 우위 상황을 갖고 있음에도 느슨한 압박으로 쉽게 슈팅을 내줬다. 전반 15분 세키네 다카히로의 득점 상황은 골키퍼 유현의 실책이 나왔다. 이후 추가로 나온 만회골을 위해 무리하게 전진했다가 쉽게 역습을 당했다.

황 감독은 아마 올 시즌 안에 이와 같은 수비 조합을 다시 세우지 않을 것이다. 신광훈은 아지 조직적으로 팀에 녹아들지 않은 모습이고, 김원식은 그 자리에서 낯설었다. 오스마르와 곽태휘를 최후방에 나란히 두는 것은 역습 상황의 불안요소가 크다. 

서울은 후반 초반 우라와의 슈팅이 골대를 때린 이후부터 강한 집중력으로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상하이상강과 1차전 경기에서 보인 수비 조직도 이정도 대량실점을 할 만한 모습은 아니었다. 

후방 빌드업과 중원 패스 연결 능력이 뛰어난 일본 J리그팀을 상대로 전방 압박을 가하고 라인을 높이는 것은 아직 K리그의 수준에서 위험한 판단이다. 볼 관리 능력을 둘째치고 아직 전방 압박의 수준이 그만큼 높지 않다. 전략적으로 변화를 가져간다면 참패는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후반전에 데얀이 한 골을 더 만회한 것은 의미가 크다. 홈에서 3-0으로 이기면 서울이 더 유리한 상황이 된다. 쉽지 않은 미션은 아니지만 불가능도 아니다. 웨스턴시드니를 상대로 2연승을 한다면 반전의 기회는 온다. 너무 일찍 탈락이나 절망을 말할 필요는 없다.

 

#부진한 호주A리그, 냉정하게 봐야할 울산의 대승

같은 시간 6-0으로 대승을 거둔 울산의 경우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려선 안 된다. 겨울 이적 시장 말미에 합류한 오르샤가 남다른 재능을 가진 선수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르샤의 두 골과 김인성의 두 골 모두 슈팅이 시원시원했다. 코바와 이종호의 마무리도 탁월했다.

하지만 이 경기로 울산의 전력이 지난 경기에 비해 개선되었다는 확신을 갖기는 어렵다. 상대는 장거리 원정을 와야 했던 호주팀이다. 브리즈번은 카를로스 테베스가 뛴 상하이선화와 원정 경기로 치른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 본선에 올랐다. 그 뒤로는 5경기 연속 무승, 호주 A리그에서 4무 1패를 기록하다가 울산 원정을 와서 한 번 더 졌다.

브리즈번은 울산과 경기에 앞서 2월 25일에 웰링턴피닉스와 경기를 치렀고, 26일에 한국으로 이동해 27일에 회복한 뒤 28일에 경기를 했다. 과거 호주에서 활약한 바 있는 강원 미드필더 김승용은 “한국 팀들이 호주 원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 호주 팀들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시즌 중에 세 차례나 그런 원정을 더 가야하기에 더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같은 날 상하이상강과 원정 경기에 나선 웨스턴시드니도 1-5로 크게 졌다. 1차전 일정 당시 호주 팀들은 홈에서도 부진했다. 웨스턴시드니는 우라와와 홈 경기에서도 0-4로 참패했다. 브리즈번은 홈에서 태국클럽 무앙통유나이티드와 득점 없이 비긴 팀이기도 하다. 애들레이드윤이티드는 감바오사카와 홈 경기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울산이 브리즈번과 경기에서 득점한 장면을 보면 브리즈번 수비와 골키퍼 제이미 영이 스스로 무너지는 상황이 많았다. 대승으로 자신감을 올리고, 부담을 떨쳐낼 수 있었던 점은 긍정적이지만, 너무 기대치를 높이는 것도 위험하다. 가시마앤틀러스에 2-1 승리를 거둔 무앙통은 분명 브리즈번보다 어려운 상대일 것이다.

서울과 울산 모두 숨 돌릴 틈 없이 K리그클래식 개막을 준비해야 한다. 서울은 수원삼성과 슈퍼매치(5일 오후 3시), 울산은 포항스틸러스와 동해안 더비(4일 오후 3시)로 리그 일정을 시작한다. 이 경기 결과로 팀 분위기는 다시 요동칠 수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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