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이랜드FC 2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한만진 대표이사는 김병수 감독을 선임한 뒤 “승격 못 해도 좋다”고 말했다.

25일 서울이랜드의 2017시즌 출정식을 앞두고 만난 한 대표는 “축구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게 경기력인데 그 면에서 서울 시민들에게 매력적인 구단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김 감독에게 거는 기대를 밝혔다. 팀을 리빌딩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인정하고 승격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이랜드 중국 투자관리 대표, 이랜드 건설 대표를 거쳐 이랜드 그룹 자산개발 본부장을 역임했다. 축구 경영은 처음이지만 늘 축구를 좋아했다는 한 대표는 바르셀로나, 아스널,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등을 즐겨 봤다고 말했다. 이야기 중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최근 부진을 거론하고, 아마추어 출신 대학 감독의 예로 윤성효 전 수원삼성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축구 팬으로서 김병수 감독의 전술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재미있다”며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지금은 참 좋다”고 말했다.

 

한만진 대표와 인터뷰 전문. 

 

- 한 대표 취임을 맞아 지난 2년과 달라지는 게 있나

창단 3년차인데 2년 동안 K리그에서 마케팅 등 새 바람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기력 측면에서 우리가 새 바람을 일으켰다고 보긴 어렵다. 축구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게 경기력인데 그 면에서도 서울 시민들에게 매력적인 구단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게 감독이다. 김병수 감독님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축구로 우리 팬들에게 감동을, 행복을 줄 수 있는 구단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김병수가 매력적인 축구를 해 줄 거라는 기대가 있나

감독 말 중에서 '선수에게 감동을 주고 그걸 원동력으로 팬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말에 나도 감동 받았다.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지 않나. 그런 지도자를 통해 우리 선수들도,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나간다면 팬들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년 만에 되진 않을 거다. 3년은 걸릴 거다. 바르셀로나, 아스널,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같은 팀은 성적도 좋지만 축구 색깔이 분명해서 팬들이 매료되는 측면도 있다. 우린 그게 부족하다. 김 감독이 아마추어 출신이긴 하지만 우리 프로 팀에 이랜드만의 색을 입혀줄 거라고 기대한다.

 

- 팀을 만드는데 3년이 걸려도 좋다는 말인지

1년 만에 자기 축구를 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올해는 뼈대를 세우는 해가 될 거라고 본다. 승격 안 해도 좋다. 감독님 말씀처럼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축구를 한다면 만족한다고 했다.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하려면 리빌딩이 필요하다. 선수도 점차 바꿔야 하고. 1년 만에 되면 그게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퍼거슨도 몇 년 동안 고생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구단주님께도 승격을 기대하지 말라고 먼저 말해 놓았다. 올해는 팬들에게 매력적인 축구를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 그러면 결과는 따라온다. 조바심내지 말자고 감독에게 말했다. 조바심 내면 일을 그르친다.

한국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나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처럼 오래 한 감독이 없다. 팀 컬러를 만들기 힘들다. 전북현대가 인기를 끄는 것도 좋은 스쿼드의 힘만이 아니라 최강희 감독이 자기 컬러를 장기간에 걸쳐 입혀나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린 아직 신생구단이다. 김병수 감독과 우리가 새로운 발자취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감독에게 많은 기회를 줄 생각이다.

- 실제로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하는 축구 감독이 많다. 성적이 나쁠 경우 3년이나 신뢰를 보내는 건 어려운 일인데

우리의 강한 의지가 중요하다. 흔들리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 시즌 초반일 수도 있고 중반일 수도 있다. 그때 감독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여론과 언론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때도 우리 구단, 그리고 팬들이 감독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 2년은 승격에 급급했다는 문제의식도 있는지

구단이 승격에만 몰입한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시행착오가 있었고 매년 신생팀 같은 조직력으로 갔던 건 조금 아쉽다. 경험 미숙 문제라고 생각한다. 팀을 잘 만들어간다면 승격,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등의 목표도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 선수들의 이름값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서울이랜드의 투자 규모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모기업 문제와 연관지어 투자 축소 우려가 있다. 모기업 재무 상황이 (문제가)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주요 후원사인 이랜드리테일이 후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자금 문제가 해결되고 축구단 입장에서 더 많은 후원을 받을 수 있다. 팬의 기대에 맞는 투자를 할 생각이다.

 

- 매력적인 축구도 몸값 비싼 선수가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김 감독의 말로 대답하고 싶다. 공은 혼자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 공유하는 거라고 하지 않나. 좋은 개인 기술을 가진 선수가 있다면 물론 팀이 강해지겠지만, 김 감독 말대로 공을 공유하면서 기본적인 플레이를 빨리 해 나간다면 팀으로서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홈 구장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은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곳이고 구조 면에서도 관람에 적합하지 않다. 가변석, 푸드 트럭 등 구조 면에서는 개선 노력을 해 왔으나 다른 문화행사와 일정을 조율하는 게 늘 골칫거리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시간을 갖고 해결하겠다. 올림픽 스타디움의 역사성이 있으니 시 입장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결국 팬들에게 보이는 축구 콘텐츠에 있어 경기장이라는 인프라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유럽의 유명 구단은 자기 구단을 갖고 숍, 역사관, 자기 구단에 맞는 좌석 배치 등을 통해 3시간 동안 팬들에게 제공되는 즐거움을 높이고 축구 문화를 체험하게 해 준다. 우리 모기업이 갖고 있는 150가지 다양한 콘텐츠를 팬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고 싶은데 아직 아쉽다.

사진= 서울이랜드FC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축구게임 괴물 '가비골, 유럽에서 득점포 가동 시작
세계 최고 몸값의 DNA, 포그바 VS 포그바 결과는
풋볼리스트 '4월 엘클라시코 배낭여행단 모집'
입양 2세 아약스 유망주 "한국이 원하면 귀화한다"
맨유까지 날아간 '한국의 축덕들' 인증샷 찍고 '함박웃음'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