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이틀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좋은 선수가 많아도 감독은 마냥 행복하지 않다. 행복만큼 고민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2017 K리그 클래식’ 우승후보로 꼽히는 제주유나이티드를 이끄는 조성환 감독은 행복과 고민 가운데 서 있다. 지난 시즌 3위를 차지한 뒤 조용형, 이찬동, 멘디, 알렉스, 진성욱 등을 영입했다. 이제 다른 팀이 두려워할 정도로 팀을 꾸렸다. 22일 장쑤쑤닝과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조별리그 1차전에서 0-1로 패했지만, 한국 팀 가운데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는 평도 받았다.

 

23일 ‘2017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에서 우승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조 감독은 웃으면서도 괴롭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조 감독은 눈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얼굴이 너무 초췌해서 (안)현범이가 소개시켜준 곳에서 메이크업을 하고 왔다.” 조 감독은 장쑤전 패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게 아니었다. 처음으로 18명 엔트리를 짜다가 고뇌에 빠졌다. 좋은 선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전지훈련에서 모든 선수가 열심히 했다. 어떤 선수를 넣어도 괜찮은 상황이다. 누구를 빼고 누구를 넣을 수 있나… 정말 이틀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선수들에게도 미안하고…”

 

조 감독 고민은 실체가 있었고, 그것도 조 감독 가까이 있었다. 이날 조 감독과 함께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안현범은 지난 시즌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다. 팀 주축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안현범은 장쑤 경기에서 교체로 20분 뛰었다. 안현범은 지난해 말 ‘풋볼리스트’와 만났을 때도 “장쑤와 꼭 해보고 싶다. 테세이라와 마르티네스를 막고, 홍정호를 돌파해보고 싶다”라고 말했었다. 안현범은 장쑤와 붙는 꿈은 이루고도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사실 감독님과 미팅도 많이 했다. 어제까지도 냉전 중이었다(웃음)”

 

조 감독은 안현범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과도 비슷한 관계다. 제주는 두 팀을 꾸려도 될 정도로 좋은 선수가 많다. 조 감독이 어떤 전술과 전략을 들고 나오냐에 따라서 선수들 운명이 갈린다. 감독과 선수 모두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조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오면서 전술적인 가능성도 늘어났다”라며 “3백과 4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4백을 쓰면 측면 공격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약팀은 더하기를 잘해야 하지만 강팀은 빼기를 잘 해야 한다. 강팀이 오히려 선수단 꾸리기 더 어렵다. 감독은 선수단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경기를 계속 뛰는 선수보다는 뛰지 못하는 선수를 더 신경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었다. 뛰지 못하는 선수들도 언젠가는 그라운드에 들어가야 한다. 적절한 동기부여를 계속해서 해주는 게 관건이다. 컨디션 조절에도 주의해야 한다.

 

조 감독은 리그, FA컵, ACL 중에 한 대회는 우승하겠다고 공언했다. 제주는 그럴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조 감독이 ‘빼기’와 그 이후 과정을 잘 한다는 가정 하에서 하는 이야기다. 조 감독은 고민이 많다. 그는 지난 시즌과 같이 한라산에 오르며 생각을 정리한다. 여유는 많지 않다. 조 감독은 3월 1일 감바오사카와 ACL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5일에는 인천유나이티드와 K리그 개막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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