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요즘 김신욱은 딸 바보처럼 보인다. 지인들에게 공개된 소셜미디어 계정엔 딸과 놀아주는 영상이 자주 올라오곤 했다. 만나자마자 역시나 딸 이야기부터 잔뜩 시작한 김신욱은, 그러나 잠시 후 표정을 바꾸고 “딸 바보는 아니에요”라고 단언했다. “지금도 오전 훈련 없는데 숙소에 와서 운동하다가 인터뷰 하는 거잖아요. 육아는 주로 와이프가 하고 전 축구에 신경을 많이 써요. 여전히 축구에 갖혀 살아서 미안하기도 하죠.”

딸이 태어났지만 여전히 ‘축구 바보’라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운동 좀 적당히 하라고 최강희 감독에게 잔소리를 들었지만 김신욱은 “아무도 내 훈련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13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신욱 이야기다.

 

다음은 김신욱 인터뷰 전문.

 

- 육아 이야기로 선수들끼리 잘 통하겠네요.

전북에 서른 넘은 선수가 많아요. 축구선수라면 대부분 결혼했을 나이죠. 그래서 대화가 아기와 가정 이야기로 흐르게 돼요. 육아 이야기는 큰 재성(두 이재성 중 수비수를 말함)과 많이 해요. 애들 개월 수가 비슷하거든요. 재성이네 애는 아들. 가정 이야기는 (김)보경이가 저에게 많이 물어보고, 교육 문제는 (이)동국이 형에게 제가 물어보고.

 

- 아이가 태어나면 더 성숙해진다는 선수들이 많아요. 대표적인 예로 ‘분유캄프’가 있는데요. 김신욱 선수도 그랬나요?

저는 결혼 전에도 후에도 축구에 대한 태도는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가정 생활은 제 축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거죠. 집중할 시간이 조금 늘어났다는 작은 차이뿐. 왜냐면 결혼 전에도 결혼한 것과 마찬가지로 살고 있었으니까요. 집에 있다가 훈련하러 오는 게 제 삶이었는데요 뭐. 책임감이 더 생겼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 사실 모르겠어요. 원래 축구는 책임감 있게 해 왔기 때문에.

 

- 결혼 전에도 이미 축구를 최대한 열심히 했기 때문에 더 성숙할 여지가 없었다는 건가요?

그렇죠.

 

- 다른 선수가 그런 말 하면 약간 거짓말 같지만, 김신욱 선수는 최강희 감독에게 여러 차례 ‘운동 좀 그만해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작년에 컨디션이 늦게 올라올 때도 그렇고, 올해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에도 개인 운동을 무리하게 하다가 막상 두바이에 간 뒤 며칠 동안 훈련을 못했다면서요.

운동을 너무 많이 한다는 감독님 말씀엔 동의 못 하죠. 일단 작년에 있었던 일에 대해 해명하자면 제 축구 인생에서 처음 있었던 일이에요. 군사훈련을 다녀왔기 때문에 동계훈련을 거른 유일한 해잖아요. 어떻게 몸을 올리는지 몰라서 운동을 많이 했고, 그것 때문에 한 번 다치긴 했어요. 올해는 동계훈련에 다 참가했고 훈련할 때와 안 할 때를 조절하고 있어요. 작년과 달리 초반부터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어 다행이죠.

개인 운동 좀 그만 하라는 이야기는 저한테만 하시는 게 아니고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도 하세요. (김)진수에게도 ‘신욱이 운동 좀 말려라’라고 하시고. 근데 축구가 잘 안 될 때 운동 말고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없잖아요.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은 너무 막연하고요. 작년 중후반부터 몸이 좋았으니까 이제 감독님도 인정하실 거예요. 운동을 안 했으면 상승세도 없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올해엔 다친 것도 아니에요. 1월 1일부터 출국(13일)날까지 하루에 두 탕씩 운동을 했는데 봉동 잔디가 좀 미끄러워서 발바닥에 염증이 생겼어요. 그래서 딱 5일 쉰 거예요.

 

- 방금 말한 대로 지난해 초반엔 축구가 잘 안 풀렸어요. 그때 김신욱 선수를 가장 괴롭힌 건 무엇이었나요?

괴롭혔다는 말보단 고민거리라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팀에 대한 적응이 문제였죠. 울산과 다른 축구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몸 상태도 올려야 하는데.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역시 시간이죠. 로페즈, 레오, 김보경, 이재성과 맞추는 시간. 시간이 지나고, 몸이 올라오면서 해결이 된 거죠.

올해는 작년보다 수월하지 않을까요? 팀 적응이 끝났고, 작년에 경험한 우승은 선수로서 제 레벨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계기였어요. 동계훈련도 다 참가했고요. 팀 차원에서 보면 아시아에서 우승한 작년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개인으로선 작년보다 더 좋을 것 같아요.

 

- 방금 잘 통하는 동료로 거론한 레오나르도는 중동(알자지라)으로 이적했고, 로페즈는 큰 부상으로 전반기 내내 출장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새 선수들이 왔습니다.

이젠 새로 온 선수들이 저희에게 맞춰야죠. 전북 축구가 쉬운 축구가 아니에요. 공격 축구인데, 개인 기량 위주의 축구에요. 그래서 어려워요. 크게 조직적인 공격과 개인 기량 위주의 공격이 있다면 전북은 후자거든요. 그게 조직적인 공격보다 나쁜 건 아니에요. 전북 공격은 스케일이 크죠. 조직적인 축구는 특정 공격 패턴이 정해져 있는데 전북은 선수들의 능력을 살리니까 더 다양해져요. 측면 돌파가 될 수도 있고, 2대 1 플레이가 될 수도 있고, 롱 킥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하죠. 그런데 개인 능려 위주의 공격은 맞추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래야 조직력까지 자연스럽게 갖춰지거든요. 울산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할 때(2012) 그랬어요. 초반엔 개인 기량 위주로 하다가 나중에 조직력까지 올라왔죠.

 

- 이용은 울산에서, 김진수는 대표팀에서 잘 맞는 사이였어요. 전술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반가운 영입입니다.

이용 선수는 울산에서 어시스트 대부분 저에게 했을 걸요? 말할 것도 없죠. 김진수 선수는 대표팀 밖에서 처음 맞춰보는데, 유럽 약팀들엔 타겟형 스트라이커가 많고 크로스 위주의 축구를 하잖아요. 그래서 크로스 요령, 저같은 공격수가 골을 넣게 해 주는 요령을 잘 알더라고요. 연습 경기에서도 저에게 많이 맞춰 줬어요. (신욱이 형을 향한 스로인을 많이 하겠다고 말하던데요.) 아시안게임(2014) 때부터 많이 맞췄어요. 진수가 던지는 걸 제가 머리로 거의 다 받을 수 있죠. 위협적인 공격루트가 되겠죠.

 

- 득점왕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우리 팀은 로테이션을 하니까, 두 경기 연속 골 넣어도 다음 경기 교체에요. 그래서 득점왕은 뭐. 제 위주로 뛰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거에요. 2015년처럼 시즌 내내 주전으로 뛰게 해 주면 탈 수 있겠죠.

2011년 이후 풀 시즌을 뛰기만 하면 늘 득점왕과 가까웠어요. 다 뛰었을 때 말이죠. 전북에선 개인 욕심보다 팀 위주로 플레이해야 해요. 동국이 형도 그럴 거에요. 저도 이 팀에 맞는 선수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작년에도 팀에 충실했을 때 개인 활약이 좋아졌고, 오랜만에 대표팀에 갈 수 있었죠. 올해도 열심히 하다보면 모르죠. 꾸준히 뛰며 득점왕이 될 수 있을지도.

사진= 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스페인 청소년대표 출신 MF, K리그 챌린지에서 뛴다
세계 최고 몸값의 DNA, 포그바 VS 포그바 결과는
풋볼리스트 '4월 엘클라시코 배낭여행단 모집'
입양 2세 아약스 유망주 "한국이 원하면 귀화한다"
맨유까지 날아간 '한국의 축덕들' 인증샷 찍고 '함박웃음'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