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 문선민(25)은 2017시즌 인천유나이티드 부주장이다. 타국에서 혼자 도전하느라 올해 K리그에 돌아온 문선민에겐 뜻밖의 직책이었다.

문선민은 2011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에서 주최한 유망주 발굴 프로젝트 ‘나이키 더 찬스’ 출신이다. 그는 7만 5,000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당당히 우승했다. 우승자 자격으로 나이키 아카데미에 들었고, 이후 스웨덴 3부 리그의 외스터순드에 입단했다. 2015년 7월에는 스웨덴 1부 리그의 명문팀 유르고르덴에 입단했다.

유르고르덴 입단 후 1년이 지났다. 문선민은 돌연 K리그행을 결심했다. 스웨덴 리그는 문선민에게 특별한 무대였다. 대학 진학과 K리그 드래프트의 기회를 모두 잃고 좌절하던 시기에 스웨덴에서 새로 축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1부 리그를 경험하게 된 만큼 보다 수준 높은 유럽 리그로의 도전도 가능했다. 그러나 문선민은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K리그를 택했다.

인천은 김도훈 감독 재임 시절 처음 문선민에게 접촉했다. 이후 이기형 감독 체제로 변경된 뒤에도 애정은 식지 않았다. 문선민은 지난해 여름 인천 입단을 확정했고, 올해 1월 팀에 합류했다. ‘K리거 신인’ 문선민과의 만남은 인천이 태국 부리람 전지훈련을 마치고 아직 일본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에 이뤄졌다. 그는 이미 어엿한 부주장이었다.

 

다음은 문선민 인터뷰 전문. 

 

- 인천으로 이적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익숙한 스웨덴을 떠나 한국으로 온 이유는 무엇인가?

스웨덴으로 떠나고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제 스웨덴에선 축구는 물론 생활과 언어적으로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정도다. 익숙함을 위해서라면 스웨덴에 남는 게 맞았겠지만, 타지 생활을 하는 동안 마음에 공허함이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스웨덴은 나에게 기회를 준 무대였다. 대학 진학과 K리그 드래프트를 모두 실패해 망연자실하고 있던 때에 나를 다시 뛸 수 있게 만들어 줬다.

그러나 선수로서 아직 한국 축구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있었다. 기회가 오면 꼭 K리그에서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때마침 김도훈 전 인천 감독님으로부터 제안을 받았고, 이후 이기형 감독님도 나에게 이적 제의를 해주셨다. 기쁜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 인천엔 연고가 없는 걸로 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유럽으로 넘어간 만큼 인천은 더 생소한 지역이었을 것 같다.

정말 그랬다. 인천은 낯선 지역이었다.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여름 이적 제안을 듣고 인천에 대해 열심히 찾아봤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인천이 이미 나의 팀이 된 것 같았다. 빨리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지난해 사령탑이 김도훈 감독님에서 이기형 감독님으로 바뀌면서 불안한 처지가 됐다. 나를 원한 분은 김 감독님이라고 들었는데, 이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으시면서 거취에 대한 혼란이 생겼다. 다행히 이 감독님이 인천 코치로 계셨기 때문에 영입에 대한 사정을 알고 계셨고, 이후 비디오 자료 등을 챙겨보시면서 기존 언급된 대로 계약이 진행됐다.

- 태국 부리람 전지훈련을 마쳤다. 인천 선수들과는 얼마만큼 친해졌나?

특별히 노력할 것도 없었다. 다들 성격이 좋다. 형들이 잘 챙겨주시니까 자연스럽게 모두와 친해질 수 있었다. 요즘엔 나보고 “넌 말 좀 그만해!”라고 할 정도다. 태국에선 (박)세직이 형과 룸메이트로 지냈다. 세직이 형은 ‘츤데레’ 스타일이다. 앞에서는 무심한 척 하지만 뒤에서 조용히 받쳐준다. 나보고 ‘투 머치(too much)’하다고 하면서도 카페를 가거나 휴식시간이 되면 먼저 찾는다.

요즘엔 놀림을 받는 입장이 됐다. 내가 말이 어눌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스웨덴에서 오래 생활했더니 모국어가 어색해졌다. 인천 와서 이거 가지고 많이 지적받았다. 스웨덴에선 영어를 사용했다. 현지 적응 기간을 단축하고 싶어 스웨덴에 있는 동안은 한국에도 잘 안 들어왔다. 아무래도 스웨덴엔 한국인이 거의 없다보니 한국어로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문제는 지난 5년 간 못했던 수다를 여기 온 한 달 만에 다 풀고 있다는 거다. 본의 아니게 수다쟁이가 됐다.

- 태국 전지훈련 중 부주장으로 임명됐다. 신인 K리거가 벌써 타이틀을 달았다. 일반적으로 리더는 ‘묵직함’이 있는데. 솔직히 부주장 문선민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아 보기가 어렵다.

맞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부주장과 안 어울린다. 부주장으로 임명됐을 때가 태국 전지훈련 3일차였다. 감독님이 선수들을 다 같이 모아놓고 먼저 (김)도혁이 형이 주장이라고 알리셨다. 이후 부주장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부주장은 우리 팀에 새로 들어온 선수고, 영어가 능숙해 외국인 선수들과 소통이 잘 되는 친구다. 워낙 친화력이 좋아 팀에 금세 녹아들었다”고 하셨다. 다들 나를 짐작하더니 의아해 했다.

유소년 선수 시절에도 한 번도 리더로 지내본 적이 없다. 리더십이라곤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저 나는 분위기 메이커로서 팀을 살리는 역할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부주장이 되고도 나름 고민이 있었다. 내가 생각한 부주장은 주장의 뒤를 받칠 수 있는, 때문에 살뜰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사람이여야 했다. 그때 (김)동석이 형이 와서 “어차피 짧은 시간에 바뀔 성격이 아니다. 그냥 네 성격대로 해라. 부담가질 필요 없다. 네가 분위기를 잘 살려주니, 장점을 유지하면 된다”고 해주셨다. 또 다른 형은 지난 시즌 부주장이었던 도혁이 형을 언급하며, 어차피 인천 리더들은 까불까불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개의치 않고 하던대로 하고 있다.

- 그토록 바랐던 K리그로 온 만큼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태국 전지훈련에서 죽음의 시간을 보냈다. 체력훈련 위주로 프로그램을 소화했는데, 모두들 죽기 살기로 뛰었다. 이 감독님은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신다. 더 간절한 사람이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하신다. 때문에 베테랑이고 신인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경쟁하게 된다. K리그에서 뛰는 날을 간절히 원했다. 솔직히 자신 있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더 잘 해야 한다. 이미 동료들과는 친해졌으니 이제 인천 축구에 맞는 선수가 돼야겠다.

부상이 관건이다. 지난해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다. 태국에서 통증이 있었는데, 심적으로 편안해서 그런지 얼마 안 가 괜찮아졌다. 리그 개막 이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사진=풋볼리스트, 인천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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