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축구를 잘하는 이름이 따로 있는 것일까? 축구 선수로 성공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는데, 유독 자주 보이는 이름이 있다. 그 배경에는 이미 성공한 스타의 이름을 따오는 경우도 있고, 해당 지역에 유독 인기 있는 이름인 경우도 있다. 눈에 띄는 동성이인, 세계 축구의 정점에서 대물림되는 이름, 그리고 대스타의 이름을 이어 받은 경우까지. ‘풋볼리스트’가 축구 선수의 이름에 얽힌 사연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봤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는 호나우두(Ronaldo)가 두 명이었다. 상파울루에서 활약하던 187센티미터의 장신 수비수 호나우두 호드리게스 지 제주스는 상파울루에서 두 차례 브라질세리에A 우승을 비롯해 코파리베르타도레스 2회 우승, 인터컨티넨탈컵 2회 우승, 캄페오나투 파울리스타 4회 우승 등을 이루며 브라질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와 더불어 만 17세의 나이로 발탁된 신예스타 호나우두 루이스 나자리우 지 리마가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1993년 만 16세의 나이로 크루제이루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호나우두는 첫 시즌에 리그 14경기에 나서 12골, 전체 공식 경기 21경기에 나서 20골을 몰아치며 새로운 축구 황제의 등장을 알렸다.

수비수 호나우두의 존재로 포르투갈어로 작다는 뜻의 접미어를 붙여 ‘호나우지뉴(Ronaldinho)'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공격수 호나우두는 미국월드컵이 열리던 시점에는 유명세가 더 커졌다. 대회 전 지역 리그 18경기에서 22골을 몰아치며 대표팀에 승선한 호나우두는 자기 이름을 되찾았고, 수비수 호나우두가 크다는 뜻의 접미어를 붙어 ‘호나우당(Ronaldao)'이라는 이름으로 엔트리를 등록했다. 두 선수 모두 월드컵 본선 경기를 뛰지는 못했다.

그 이후 ‘호나우두’라는 이름은 1976년 9월 22일에 태어난 브라질 공격수를 지칭했다. 호나우두는 펠레 이후 가장 화려한 선수로 인정 받았다. 미국월드컵 이후 네덜란드 클럽 PSV에인트호번으로 이적해 첫 시즌 36경기에서 35골을 넣었고, 두 번째 시즌에도 21경기 19골로 경기당 1골에 근접한 득점 기록을 이어갔다.

1996년 FC바르셀로나로 이적했고, 49경기 47골로 라리가를 제외한 세 개 대회의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1997년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석권했다. 이후 인터밀란, 레알마드리드, AC밀란 등 유럽 최고의 명문클럽을 거쳤고, 2002 한일월드컵 우승을 이루며 축구황제로 인정 받았다.

호나우두의 시대가 저물기 전에 또 한 명의 호나우두가 등장했다. 그레미우에서 성장한 호나우두 지 아시스 모레이라다. 그 역시 선배 호나우두의 존재로 호나우지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1999년 브라질 대표 선수로 뽑혀 호나우두와 함께 그라운드에 섰다. 2002 한일월드컵 우승을 함께 이뤘다. 호나우지뉴 역시 2003년에 FC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으면서 전성시대를 열었다. 호나우지뉴는 2006년에 라리가와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뤘다. 호나우두가 황혼기를 보내는 동안 세계축구의 정점에 올랐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배한 RONALDO

호나우지뉴는 호나우두 못지 않은 평가와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호나우두의 이름을 지우지는 못했다. 그는 지금도 호나우지뉴로 불린다. 호나우두 역시 과거 호나우지뉴로 불렸던 이력이 있어서 호나우지뉴는 자신의 출신지를 붙인 호나우지뉴 가우슈라고도 불린다. 

호나우지뉴가 지우지 못한 이름은 포르투갈 출신 호나우두가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호나우두가 레알마드리드에서 쌓은 역사를 훨씬 추월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가 주인공이다. 그의 등장 당시 호나우두와 이름이 같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이제는 그가 호나우두라는 이름을 차지했다. 호나우두의 앞에 브라질의 호나우두라는 수식어를 붙여 구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물론 호나우두가 현역에서 물러나 언급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기도 하다.

호나우두와 호날두의 국내 표기법이 다른 이유는 포르투갈어 표기법과 브라질식 포르투갈어 표기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지 발음을 최대한 살려 표기하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른다. 실제 발음은 지역과 개인에 따라 다르다. 철자 상으로는 같은 이름이다. 1985년 2월 5일에 태어난 호날두의 이름은 축구선수 호나우두에서 따온 것은 아니다. 호날두의 부친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영화배우이던 시절 좋아했기 때문에 따온 이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마 지금 호날두는 먼저 빛났던 축구스타 호나우두나, 로널드 레이건보다도 유명한 인물이 됐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리오넬 메시라는 라이벌의 존재에도 발롱도르를 네 차례 수상하고, 포르투갈을 사상 첫 유럽 챔피언으로 이끌었으며,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레알마드리드에서 모두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호날두의 기록은 압도적이다.

레알마드리드에서만 375경기에서 385골을 기록했고, 포르투갈 대표 선수로 136경기에 나서 68골을 기록 중인 호날두는 앞선 모든 RONALDO와 비교해도 강력한 피지컬을 자랑해 현재 만 32세의 나이에도 최대 10년은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호날두는 축구사에 불멸의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호날두의 활동 시기 안에 또 다른 RONALDO가 그의 위상에 범접할 성공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 다음에 등장할 축구계의 RONALDO는 호날두의 이름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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