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소년은 어른이 됐고, 신인 선수는 진정한 프로축구선수가 됐다.

1년 만에 만난 황인범은 달라졌다. 여전히 앳된 모습이었지만, 얼굴 선이 제법 굵어져 있었다. 선수 황인범도 어느새 3년차다. 황인범은 데뷔와 함께 바로 주목 받았지만, 1년차에는 강등을 맛봐야 했고 2년 차에는 집중 견제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황인범은 아쉬움 속에서 성장했다. 창단 20주년을 맞이해 무조건 승격하려는 대전시티즌 중심에 서 있다. 이영익 감독이 새로 부임하고 김진규 같은 경험 있는 선수들이 입단했지만 여전히 중심은 황인범이다. 황인범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짐을 져야 한다는 것도 안다.

"넌 네 것만 하면 안돼."

선배들이 팀에 많이 들어와 만족하는 황인범에게 이영익 감독은 책임을 요구했다. 황인범은 "지난 시즌 점수는 7~80점 정도다. 프로가 된 이후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라며 "이제 어떻게 컨디션 조절을 하는 지 알게 됐다. 기복을 줄여 경기력도 끌어 올리겠다"라고 했다.

황인범은 프로선수 의미를 확실히 알게 됐다. 시즌은 길고 한 경기 반짝임이 아니라 전체적인 결과로 평가 받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제 마사지 같은 것도 내가 먼저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려고 한다."

황인범이 세운 목표는 확실하다. 우승과 공격포인트 20개. 황인범은 "1년차에 공격포인트를 5개 했고, 2년차에 두 배인 10개를 했다. 이번에는 그 두 배를 원한다"라고 했다.

다음은 황인범 인터뷰 전문.

 

-1년 만이다. 어떻게 지냈나?

지난 시즌에는 동계훈련 때부터 부상으로 고생했다. 몸을 끌어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뛰다 쉬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시즌 내내 쉽지 않았다.

 

-시즌 막판에는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에 조금 좋아졌다. 몸이 회복된 이후에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플레이오프 진출이 일찍 좌절되면서 동기부여 측면에서는 조금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팀도 나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1년이었다.

 

-지난 시즌 점수는 몇 점 줄 수 있나?

그래도 70~80점 줄 수 있다. 경기력만 놓고 봤을 때는 50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시즌을 거의 다 소화했다. 40경기 중 35경기를 뛰었다. 초반 목표가 안 다치고 마지막 경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잘 해냈다. 그 부분에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경기력은 아쉬웠다.

 

-경기를 많이 소화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더라

중, 고등학교 때는 기복이 크지 않았다. 꾸준했다. 작년에 기복이 생겼다. 3~4일 마다 경기한 게 처음이다. 체력이 떨어지니 집중력도 떨어지며 기복이 생겼다. 작년에는 안다치는 게 목표였다면 올 시즌에는 기복을 줄이는 게 목표다.

 

-그 과정에서 어떤 걸 느꼈나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작년에 한다고 했지만 처음이고 하니까 부족했다. 올 시즌은 경기 끝나고 회복에 더 신경 쓸 생각이다. 영양섭취 등 모든 걸 신경써야 한다. 마사지도 그렇고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마사지 할 때 눈치 보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닥터 형들이 알아서 해주고 그랬는데 이제 내가 찾아가서 해달라고 해야 한다. 경기에 100% 몸으로 나가는 게 중요하다. 달라져야 한다. (지난 시즌은) 축구선수로서 성숙해지는 계기였다.

-대전은 올 시즌 앞두고도 선수가 많이 바뀌었다. 경험 있는 선수들이 오긴 했다

프로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래도 아쉽긴 하다. 선수 중 2/3가 나가고 들왔다. 처음에 들어오면 내 팀이 아닌 것 같다(웃음). 우리는 어린 팀이었다. 작년에는 정말 어린 팀이었다. 경기를 잘 할 때는 패기가 넘쳤지만, 안풀리면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형들이 중심 잡아주면 좋을 것 같다. 통영에서 경기뛸 때 11명 중에 6~7명이 서른살 이상이었다. 처음에는 형들이니 뭐라 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막상 뛰어보니 편했다. (김)진규 형이 뒤에서 말로 컨트롤해줬다. 공격적인 부분은 알아서 하라고 믿어줬다. 의지할 수 있으니 좀 편해졌다.

 

-전체적으로 경기하기 편해졌다는 이야기인가?

지난 시즌에는 우리 팀 전체가 엄청 많이 뛰는 스타일이었다. 조금 힘들었다. 개인적인 관리도 능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매 경기가 어려웠다. 올 시즌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연습경기를 해보니 약간 편해진 것 같다. 효율적으로 뛰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팀 분위기도 괜찮나?

진규 형이 처음 왔을 때 장염으로 훈련을 쉬고 있었다. 그런데 진규 형이 나를 찾았다고 하더라. '황인범이는 어디갔어?' 아파서 쉬고 있다고 하니 '축구하기 싫은가보네'라고 했다고. 진규 형이 먼저 다가왔다. 원래 나이 많은 형들은 ‘얘들아 파이팅 좀 해라’라고 하는데 진규형은 먼저 파이팅 외치며 즐겁게 한다. 그런게 참 좋다. 형들이 그렇게 하면 후배들도 안할 수 없다. 다들 즐겁게 하자고 한다. 무작정 장난치는 게 아니라 할 때는 하고 즐겁게 하되 집중할 때는 모든 걸 쏟아내자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소년 가장'보다는 '부잣집 막내'가 됐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감독님 면담하는데 '편해졌다'라도 했다. 이제 내가 할 것만 해도 되겠다고 말했는데, 감독님은 '넌 할 것만 하면 안돼. 경기를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최문식 감독님은 나를 많이 아꼈다. 믿음도 많이 받았다. 오래 봤기 때문에 서로 잘 알았다. 올 시즌은 나도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몸관리도 그렇고 기복 줄이는 법도 알았다. 작년보다 임팩트 있는 모습 보여주고 싶다. 아, 우리 팀에 있는 분석관 형이 연변으로 갔는데 최 감독님(현 연변 수석코치)이 많이 웃는다고 하더라. 작년에는 많이 웃지 못했는데... 죄송한 부분도 있다.

 

-이영익 감독 스타일에 적응했나?

말을 많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훈련할 때도 포인트만 짚는 정도다. 말은 짧아도 다 와 닿는 말이다.

 

-올 시즌 대전은 창단 20주년이다. 대전 출신으로 책임감이 클 것 같다. 승격도 해야한다

형들이 중심 잡아주면 괜찮을 것 같다. 이영익 감독이 추구하는 실리적인 축구를 익히는 중이다. 형들 중심으로 맞춰나가야 한다. 작년 보다는 좋을 것 같다.

 

-올 시즌 목표는?

일단 당연히 승격이다. 플레이오프가 아니라 바로 우승하는 게 목표다. 골 넣는 장면과 좋은 장면 만들 때 모두 관여하고 싶다.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다보면 공격포인트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골과 어시스트를 각각 5개 했다. 올 시즌은 총 20개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싶다. 목표를 크게 잡으려고 한다. 1년차에 5개, 2년차에 그 두 배인 10개. 올 시즌은 다시 그 두 배인 20개. 아 그런데 그 다음은 좀 어려울 것 같다(웃음).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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