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바이에른뮌헨전 1-5 참패로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이 유력해진 아스널을 향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도마 위에 오른 인물은 총책임자인 아르센 벵거 감독이다. 그와 더불어 지탄 받고 있는 선수는 공격의 핵심인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외질의 경기력을 살펴보면 팀 내에서 뚜렷하게 부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첫 번째로 지적 받는 부분은 전반 11분 아르연 로번의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내준 상황이다. 외질이 로번이 중앙으로 치고 들어와 왼발 슈팅을 시도하는 그의 전매특허 플레이를 시도할 때 뒤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의 최대 책임자는 외질이 아니다. 로번의 동선을 커버할 수 있는 위치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된 프란시스 코클랭이 있었다. 로번에게 슈팅 각도를 내준 가장 큰 원인은 코클랭이 로번의 돌파 시도를 커버하는 과정에서 1차 방향 설정이 어긋나 타이밍을 내준 것이다.

코클랭의 자세를 기준으로 보면 로번이 우측으로 치고 들어오는 타이밍이 왼쪽을 커버하려고 몸을 틀었다가 공간을 내줬다. 코클랭의 좌측에는 이미 키어런 깁스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좌측면 수비를 공격수 이워비가 돕고 있었다는 점에서 잘못된 위치 선정이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바이에른-아스널전 경기 평점에서 코클랭에게 최저 평점(4점)을 줬는데, 그 배경으로 로번의 선제골 상황의 실책에 대해 언급했다.

#역습 첨병 자리에 선 외질, 실점에 대한 책임 물을 수 있나?

외질이 적극적으로 따라가 줬다면 어땠을까라고 가정할 수 있지만, 이날 아스널의 대형은 4-4-1-1이었다. 지난해 FC바르셀로나와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포백 라인 앞에 네 명의 미드필드 라인을 구축해 두 줄 수비로 상대 공격을 제어하고자 했다. 최전방에 알렉시스 산체스를 배치하고, 그 바로 뒤에 외질이 자리해 역습 상황의 첨병으로 배치됐다.

외질은 이 경기에서 흔히 생각하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 보다 높이 있었다. 산체스가 전방에서 좌우 공간으로 넓혀 움직이면 최전방 중앙 공간을 커버했고, 공격 전개 상황에서도 미드필더 보다 공격수에 가까운 활동 영역을 가져갔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 상황에서 외질의 역할은 중앙 지역을 커버하기 보다 상대 빌드업의 기점이 되는 사비 알론소나 티아고 알칸타라의 동선을 괴롭히고, 상대 최종 수비 라인의 전진을 제어하는 데 있었다.

외질은 전방에서 꽤 부지런히 움직였다. 바이에른이 배후에서 공을 돌릴 때는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위치까지 압박하기 위해 뛰었다. 외질의 전방 압박이 유효했다거나, 수준이 높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전방 수비를 게을리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본질적인 문제는 아스널이 공 소유권을 잃었을 때 두줄 수비로 전환하면서 전방 압박의 밀도가 떨어져 바이에른의 후방 빌드업을 제어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외질의 입장에서 수비 가담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기엔 기록면에서도 미진한 편이 아니었다. 외질은 아스널 선수 중 바이에른과 경기에서 가장 많이 태클을 시도(5회)했고, 이중 4차례 태클이 성공해 볼 소유권을 가져왔다. 볼 가로채기도 여섯 차례나 성공했다.

로번의 득점 이외 나머지 4골 실점 과정도 외질의 영향권 밖이었다. 나머지 상황에서도 외질은 알론소나 티아고가 배후에 있을 때 충분히 압박했다.

공격적으로 미진했지만 기록적으로는 아스널 선수 중에는 가장 효율적이었다.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산체스와 더불어 두 차례 슈팅을 시도했고, 두 번 모두 유효슈팅으로 이어졌다. 슈팅으로 연결된 키패스로 한 차례 기록했다. 

아스널의 공격 전개가 무뎠던 것은 외질 개인 차원의 부진이 아닌 아스널 팀 전체가 바이에른에 압도 당하며 발생한 일이다. 외질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참패의 원인으로 지적될 정도는 아니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UEFA  공식 경기 기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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