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화성] 한준 기자= 어느 새 수원삼성 부임 5년 차.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다섯 번째 동계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서정원 감독은 “어느 때보다 훈련 성과가 좋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14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삼성 클럽하우스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난 서 감독은 “영입된 선수들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누가 새로 들어와서 좋아졌다는 것 보다, 팀이 조직적으로 정말 잘 맞았다.”

매년 초 스쿼드 구축 과정에 잡음이 많고, 지체됐으며, 외국인 선수 구성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던 수원은 2017시즌 일찌감치 전력 구성을 마치고 1차 전훈길에 올랐다. 이를 통해 전체 선수단의 컨디션과 조직력이 빠르게 궤도 위로 올랐다. 마지막 한 명의 외국인 쿼터도 스페인 현지에서 진행한 테스트 경기를 통해 확정했다. 화성으로 돌아왔을 때는 거의 대부분의 스쿼드가 완성됐다.

올 시즌 수원삼성의 전술적 화두는 스리백이다. 서 감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유벤투스 등의 경기를 주목하며 스리백 도입 가능성을 고민했다. 과거 서 감독은 “아직 우리가 쓰기엔 전력 구성 등 문제가 있다”고 주저했다. 지난 시즌 맞이한 위기 상황 속에 가동했고, FA컵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매튜-양상민-조원희, 빌드업 강조한 스리백 운영법

스페인 전훈에서 서 감독은 스리백 전술을 더 정밀하게 가다듬는 데 주력했다. 새로 영입한 호주 수비수 매튜 저먼과 본래 풀백 자원이었던 양상민과 조원희를 스리백 라인에 합류시킨 수원은 전훈서 유럽 팀들과 과정 연습 경기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냈다. 

“역대 가장 공격적인 스리백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 감독은 “내가 스리백을 도입한 것은 수비 위추 축구가 아니라 공격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수긍했다. “유럽에서 많이 보고온 것이 그것이다. 요즘 스리백은 예전과 달리 빌드업을 잘 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격 전개시에 공격적인 위치를 가져가고 그런 역할을 한다. 시간이 부족해서 하지 못했는데, 올해 동계 훈련에는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했다. 그렇게 훈련하고 경기를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스페인 전훈에서 수원이 시도한 스리백의 특징은 서 감독이 말한대로 빌드업의 기점 역할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호주 수비수 매튜의 경우 왼발로 전개하는 볼의 질이 남달랐다. 현지에서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들 모두 매튜의 빌드업 능력이 수준급이라고 호평했다. 서 감독도 “매튜는 왼쪽 센터백으로 쓰는데, 수비 쪽에서 빌드업하는 데 좋은 능력을 많이 갖고 있다. 예전에 우리가 수비 지역의 빌드업이 안좋은 편이었는데, 매튜가 오면서 좋아졌다”고 했다.

스리백에서 빌드업을 하는 것은 매튜 만이 아니다. 왼발 킥 능력이 탁월한 양상민은 지난시즌 포백 라인의 센터백으로 기용됐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래로 내려오면 왼쪽 센터백이 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훈에서는 아예 스리백의 중앙 자리, 완전한 센터백으로 기용됐다. 물론, 이 자리에서 수비만 하는 역할은 아니었다. 

“양상민 선수가 가운데에서 전제적인 수비의 리더 역할을 하는 데 좋은 면을 많이 갖고 있다. 가운데도 충분히 설 수 있고, 왼쪽 센터백으로도 설 수 있다. 완전히 왼쪽, 사이드백으로도 설 수 있다.” 서 감독은 “우리 팀에는 평균적으로 두 세 자리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두 세 자리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그런 플레이가 경기하면서 자리를 잡고 있다”며 멀티 플레이어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수원의 전술적 유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른쪽 센터백으로 점검 받은 조원희 역시 그런 선수다. 서 감독은 “조원희 선수는 지금 세 자리를 생각하고 있다. 오른쪽 사이드도 볼 수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 그리고 또 상대에 따라 우리가 스리백의 오른쪽에도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전술 변화의 열쇠가 되는 선수라고 했다. 조원희 역시 우측 센터백 자리에서 빌드업으로 경기를 풀 수 있는 기술과 노련미를 갖췄다.

#스리백 앞의 두 미드필더, 이용래 ‘부활’ 이종성 ‘성장’

스리백이 공격적이니,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역시 공격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스리백에서도 양쪽 측면 센터백 선수가 위치를 높게 서서 빌드업을 하게 만들었다. 미드필드 선수는 자연적으로 공격할 때도 더 공격에 치우치게 뒀다.”

스페인 전훈에서 주전 중원 조합을 이룬 선수는 이용래와 이종성이다. 서 감독은 공격적인 스리백의 균형을 맞추는 데 이용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부주장으로 선임한 이종성 역시 장기인 볼배급력과 더불어 중원 수비 등 경기 균형을 맞추는 능력이 발전하고 있다.

“이용래 선수는 작년에 잦은 부상으로 훈련을 꾸준히 못한 게 아쉬웠다. 분명 이용래 선수는 가진 게 많다. 이번 동계 훈련 4주간 아주 많이 뛰었고, 열심히 훈련했다. 예전의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다. 이용래 선수는 작지만 악착 같이 뛴다. 패스가 간결하다 우리 전술에 어우러지는 부분이 많다. 이종성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정원의 스리백은 현대 축구의 최신 트렌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완성도 측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초공격적인 스리백이지만,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한 훈련이 계속되고 있다. 

서정원호 5년 차, 마침내 서정원의 전술적 색깔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 시즌 시즌 강등의 위기에 시달렸던 수원은 바닥을 치고 올라와 AFC챔피언스리그와 K리그클래식 우승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본격 출항을 앞두고 있다. 수원은 22일 가와사키프론탈레와 AFC챔피언스리그 개막전, 3월 5일 FC서울과 K리그클래식 개막전으로 2017시즌의 문을 연다.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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