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지난해 말부터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김민재의 이름을 입에 달고 다녔다. 연세대 출신 김민재는 올해 신인으로 전북 유니폼을 입는 센터백이다.

최 감독은 김민재에 대해 체격, 제공권, 지능, 기본기, 시야 등을 두루 갖춘 훌륭한 선수라고 거푸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전지훈련에서도 계속 주전조에서 뛰며 최 감독의 기대를 더 끌어올렸다.

13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민재는 최 감독의 관심에 대해 “그만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부담 갖지 않으려고요.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와서 훈련하다보니까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 칭찬이잖아요. 신인이라고 기 죽어 있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요. 더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언론에는 김민재 ‘홍보’에 여념이 없지만, 막상 만나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최 감독은 선수들과 면담을 자주 하지 않는 평소 성격대로 김민재에게도 특별한 이야기를 삼갔다. 훈련 중 특별 지시도 드물었다. 한 번 가진 면담에선 “실수하고 날 쳐다보지 마라”라는 메시지와 함께 열심히 노력하라는 덕담을 했다.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수비할 때 경기 상황을 계속 보려고 해요. 그런데 안 될 때도 많거든요. 감독님이 제 플레이를 미세하게 잘 봐 주시니까 칭찬이 나오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대로 하려고 제가 노력한 부분도 있어요. 백 패스를 싫어하시니까 안 하려고 했죠.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것만 골라서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우여곡절 끝에 프로에 입성

김민재의 프로행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2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가고 싶었던 김민재는 4학년까지 남길 바라는 연세대 감독과 갈등했다. 결국 전북과 계약을 맺은 뒤 대학 축구부에서 일찍 짐을 싸야 했다. 전북에 일찌감치 합류해 2개월 정도 훈련했고, 지난해 하반기는 내셔널리그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뛰며 경기 감각을 유지했다.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김민재의 회고는 밝았다.

“한수원에서 뛴 것도 도움이 됐죠. 팀에 맞추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전 앞으로 나가며 수비하는 스타일인데 한수원에선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물러나 지키게 되고, 수비적으로 하게 됐어요. 처음엔 답답했는데 팀에 맞추는 수비를 거기서 배운 것 같아요. 대학보다 수준이 높다는 면에서도 아무튼 도움이 됐고요.”

본격적으로 전북 선수단에 합류한 김민재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이동국을 비롯한 스타 선수들과 함께 난생 처음 중동으로 향했다. 대학 시절엔 몸으로 밀어붙이며 어지간한 선수는 다 제압할 수 있었지만 에두, 이동국, 김신욱과의 몸싸움은 차원이 달랐다.

“전북 연습경기는 대학 축구보다 경기 템포가 빠르고 개개인 능력도 확실히 좋아요. 그리고 공격수 형들의 피지컬이 좋으시잖아요. 신욱이 형이랑 몸싸움 하면 엄청 밀리거든요. 대학땐 이런 적이 없었는데. 몇 번 부딪쳐보니까, 신욱이 형은 그냥 손 대고 서 있는 게 답인 것 같아요. 힘으로 빼앗으려고 하면 밀고 돌아 들어가시니까. 그냥 서 있어야 돼요. 다른 팀 공격수들이 신욱이 형보다 힘이 좋을 것 같진 않거든요. 이제 웬만한 선수는 다 해볼 만 할 것 같아요. 저도 피지컬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니까.”

김민재는 물러나 지키는 수비보다 상대 공격수를 따라 뛰어올라가며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수비를 선호한다. 그런 김민재를 보고 김신욱은 “(김)형일이 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감독님이 어디서 형일이 형 대체자를 구해 왔어요”라고 정리했다. ‘파이터형 수비수’는 전북 스타일과 잘 맞는다. 김민재는 신인이지만 과감한 수비 스타일을 고수할 생각이다.

“두바이에서 (이)재성이 형과 많이 맞췄거든요. 재성이 형이 계속 조언해주시니까 많이 배우면 될 것 같아요. 재성이 형이랑 저의 간격이 무조건 좁아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 뒤를 커버해 줄 테니까 도전적으로 하라고 하셨어요. 저를 좀 편하게 해주시는 것 같아요.”

 

#동기들과 유니폼 교환, 아시안게임 선발이 목표

올해 연세대 출신 신인 중엔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가 많다. FC서울의 황기욱, 울산현대의 한승규도 기대주로 꼽힌다. 모두 김민재와 친한 동료들이었다. 김민재는 한승규가 “대학 톱”이었다고 설명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황기욱, 공격형 미드필더 한승규가 공격을 잘 풀어주기 때문에 김민재는 무리한 롱킥보다 믿음직한 동료들에게 숏 패스를 하게 됐다. 전북에서도 센터백의 빠른 전진 패스를 중시한다. 김민재는 뛰어난 대학 동기들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최 감독 취향에 맞는 선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걔네들이랑은 항상 연락 해요. 프로에 동시에 갔으니까 서로 팀은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지 늘 물어봐요. 다들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동시에 출장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경기장에서 만나면 유니폼을 바꿔 입기로 했어요. 그런데 유니폼 교환하면 돈 주고 사야 된대요. 교환하고 싶어서 팀에 확인해봤는데 사야 된다고…, 그래도 친한 애들이니까 경기장에서 만나면 추억도 되겠죠.”

김민재의 목표는 ‘2018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이다. 그동안 김민재는 연령별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처음 파주에 갔던 U-16 대표 시절엔 “너무 못 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이때의 충격이 김민재를 더 열심히 뛰는 선수로 만들었다. 지난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소속팀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산됐다.

“전 대표팀에서 최종까지 간 적이 없어요. 아시안게임은 제 마지막 연령별 대표팀이에요. 마지막만큼은 가고 싶어요. 최강희 감독님도 열심히 하면 갈 수 있을 거라고 해 주셨고요.”

 

#포켓몬고

“두바이에서 많이 했어요. 형들이 다들 하시기에 저도 시작했죠. 보통 와이파이가 잡히는 숙소에서 하다가, 쉬는 날엔 나가서 포켓몬 잡으려고 하루짜리 로밍도 했어요. 저랑 (최)철순이 형, (국)태정이 형은 쉬는 날에 카페 나가서 음료 하나 시켜 놓고 향(포켓몬을 유인하는 아이템)을 피웠어요. 그래서 계속 잡았죠.

한국에 와선 거의 못 했어요. 클럽하우스 주위엔 뭐가 안 나와요. 구구, 삐삐, 이런 산에 사는 별로 안 좋은 애들만 계속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포켓스탑이 없어서 현질을 해야 돼요. 그래서 접으려고요. 지난 주말에 전주 시내 나가서 관장 한 번 먹었어요. 전주역 체육관 먹은 게 바로 접니다. 레벨 20 정도인데, 이제 시즌 개막하면 시간이 없을테니 접어야겠죠.“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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