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국가대표팀 코치에서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이제 U-20 대표팀 감독이 된 신태용 감독은 ‘2017 FIFA U-20 월드컵’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언론을 마주할 때마다 받는다. 사실 언론이 묻는 질문에는 답도 거의 정해져 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축구대회. 4강 신화의 재현 내지는, 최소 8강 이상의 성적을 당연하게 기대하고 있다. 솔직하고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신 감독에게, 어쩌면 우승이라는 멋진 대답을 듣고 싶기도 할 것이다. 

신 감독은 미디어의 추궁에 휩쓸리지 않았다. 부임 당시부터 “우리 팀에 대한 파악이 끝나야 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포르투갈 전지훈련을 통해 1차 담금질을 끝내고, 대회 개막을 100일 앞둔 시점에 신 감독은 내놓은 답은 “아직 말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더 부정적이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예선 탈락도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2007년 개최한 U-17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다. U-20 월드컵은 2002년의 신화와 2007년의 절망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풋볼리스트’는 U-20 월드컵 개막 100일을 앞둔 행사를 마친 뒤 신태용 감독을 만났다. 포르투갈 전훈의 성과와 그가 그리고 있는 밑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는 조금 나눌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 평소보다 어두운 얼굴의 신 감독에게 근심이 깊은 것이냐 물었다. “피곤해서 그렇지 뭐. 고민이야. 만들어 가면 되는 거고.” 포르투갈에서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차적응 문제로 피곤할 뿐이라고 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포르투갈 전훈에서 신 감독은 생각 보다 훨씬 더 많은 숙제를 안고 돌아왔다. 

신 감독이 안고 있는 고민의 실체, 그가 추구하는 축구의 핵심은 무엇일까? 신 감독과 한국 청소년 축구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포르투갈 전훈을 통해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목표를 구체화하지 못한 것은 어떤 이유인가?
우리가 포르투갈에 가서 확실하게 뭔가를 보여줬다면 답이 나왔을 것이다. 아직 완전하지 않다. 생각했던 것 보다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욕심이 있어서 그런지 좋았던 부분 보다는 보완할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목표 설정은 두 번째다. 팀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에 대해 지금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아직 베스트11이나, 21명의 엔트리 구성 등을 구체화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선수단의 기본 골격이 나와야 한다. 선발 명단에 계속 나가던 선수들 중에서도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아직 우리의 목표를 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일단 포르투갈에서 계속 선발로 경기를 한 선수들의 경우 꾸준히 이름은 오르내릴 것이다. 하지만 교체로 들어왔던 선수들이 생각만큼 따라오지 못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게 아니다. 21명의 엔트리 전체가 완전체가 돼야 한다. 현재 수준으로는 안 된다. 불안하다. 

-프로 감독으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고, 대표팀, 올림픽 팀에 이어 청소년 대표팀을 맡았다. 어떻게 보면 완성된 선수들을 지도하다가 어린 선수들을 맡게 되면서 팀을 만드는 일에 이전에 겪지 못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내 생각을 바꿔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완성체가 되기 전, 완성체가 되는 초기 단계의 선수들과 하고 있는 것이니, 내 욕심이 앞설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선수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본을 잊는 부분이 보였다. 쉽기 이야기하면, 힘들게 상대의 볼을 쟁취하고, 안이한 패스로, 너무 쉬운 패스에서 상대편에 볼을 갖다 주는 부분이다. 내가 보기에 이런 것은 축구의 기본이 안 된 것이다. 

볼 점유를 이야기 하는데, 우리 지역에서 포백이 볼을 돌리는 것도 점유로 쳐야 할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내 축구 철학에서 그건 볼 점유가 아니라 루즈하게 경기를 하는 것이다. 백패스는 초등학생도 할 수 있다. 난 그렇게 볼을 유지하는 건 반대다. 공격적인 마인드를 갖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선수들이 불안해한다. 그러다 보니 패스 미스가 많아진다. 무엇보다 우리가 실수를 안 해도 될 상황에서 안이하게 대처한다. 선수들이 조금만 더 집중력을 갖고, 조금만 생각해도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텐데. 쉽게 실수를 한 모습에서 실망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이렇게 해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게 내 결론이었다.

#신태용 축구의 완성을 위해선 '전방 수비'가 중요하다

-올림픽 대표팀 당시와 마찬가지로 시작부터 매우 공격적인 포메이션과 공격적인 축구를 주문했다.
지금은 완성 단계가 아니라 이제 처음으로 나한테는 애들이 배우는 단계니까. 하나하나 만들고 있는 중인데, 그래도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 내가 주문하는 것을 하려는 모습은 상당히 좋았다. 공격적으로 나가고, 공격을 할 땐 잘한다. 하지만 볼을 돌릴 때 문제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경기를 항상 빠르게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격을 두 번 한다면, 한 번은 수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수비 능력이 너무 부족하더라. 

사실 공격은 하다가 실수를 하면 다시 하면 된다. 수비는 공격을 뒷받침하다가 한번 뒷방을 맞고 골을 먹으면 허사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고쳐야할지, 그런 고민이 많다. 공격을 하다가 볼이 끊겼을 때, 상대가 역습으로 나올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런 걸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23세 선수들에게도 공격 하다가 카운터를 맞을 때 미리 들어와서 방어해주는 부분이 시간이 가면서 대처가 잘 됐다. 지금 20세 선수들은 공격을 하면 공격만 할 줄 알고, 수비를 하 때는 또 수비만 할 줄 안다. 선수들이 스스로 응용된 전술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그런 부분은 시간을 갖고 경기를 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한 번에 바뀌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으면 누구나 감독을 할 수 있고, 누구나 다 성적을 내지 않겠나.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에게 더 주문하고 있다.

-포르투갈 전훈에서 공격은 잘됐는데, 수비에 문제가 있었다. 우선 공격 작업을 구축하고, 다음 소집에 수비를 중점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인가?
아니다. 포르투갈에서도 수비 쪽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했다. 수비 조직 훈련을 더 많이 했다. 수비가 생각 보다 안 된 것이다. 축구의 기본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다. 기본적으로 수비가 돼야 공격을 편하게 할 수 있다. 공격을 하고 나서 수비를 하는 건 절대 아니다. 수비가 강하고, 공격이 더 강해져야 좋은 결정을 지을 수 있다. 그게 내 축구철학이다. 선수들에게 수비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수비축구가 아니라, 수비가 강하게 갖춰져야 공격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져 이길 수 있다. 그런 게 잘 안됐다. 

-라인을 높이고 상대 지역에서 경기를 추구하는 철학을 유지해왔다. 결국 강조하는 수비는 전방 수비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 선수들이 전방 수비를 할 때 뒤에 있는 수비수들이 적응을 못하고 있다. 학원 축구를 할 때는 다들 내려와서 후방 수비만 하다가. 전방 압박을 하고, 뒤에 공간이 있는 경기를 하다 보니 뒷공간을 맞는다. 선수들이 볼만 보고 있다. 저 볼이 잘렸을 때 내가 어느 위치로 가야하고, 빼앗기면 자동적으로 탁탁 움직여야 하는데, 볼이 잘려도 평상시의 위치에 그대로 있다. 그런 움직임이 아직 안 만들어지고 있다. 

전방 수비를 하기 위해선 선수들의 체력이 필요하다. 체력이 안 되는 경우에는 내려앉아야 한다. 그런 걸 알지만 연습 중이니까, 계속 전방 압박을 시키면서 체력을 끌어 올리려고 했다. 어느 정도 시점이 되면 내려앉아서 존으로 진을 칠 수도 있다. 지금 현재는 90분 체력을 만들면서 전방 압박할 때 어떻게 뛰어야 하는 지를 주로 했다. 힘든 건 알지만 만든 것이다. 3월 4개국 대회에서는 우리가 전방 압박을 할지, 중앙 지역에서 압박할지, 이런 부분을 단계적으로 만들 생각이다.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을 상황이다.
시간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생각하고 플레이하는 것이다. 생각 없이 축구를 하면 발전이 없다. 선수들이 많이 생각하고 있고, 이 또래 아이들이 배우려고 하는 생각이 강하고, 금방 금방 는다. 보기 좋다.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준비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고수해온 공격적인 축구 철학을 수정할 수도 있나?
내가 갖고 있는 축구만 고집 한다기 보다는, 선수들이 갖고 있는 장단점에 내 생각을 얹혀서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격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좋은 모습이 많이 나와서 기분 좋았는데, 그 나머지 부분. 안이한 대처와 투쟁력,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안보였다. 우리가 좋은 팀이 되려면 끈적끈적한 팀이 돼야 한다. 상대팀이 ‘한국이랑 하면 짜증이 난다. 왜 이렇게 징그럽게 달라붙냐, 끈적하냐. 피곤한 팀이다.’ 이런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상대에게 젖혀지면 끝까지 추격해서 싸우면서 볼을 빼앗아 와야 한다. 과거 한국 축구의 독종 같은 면이 안 보인다. 그러면 원팀이 될 수 없다. 희생하는 마인드가 아직 부족하다. 그러기 위해선 경기 체력도 뒷받침이 돼야 한다. 내가 힘들 때도 따라갈 수 있는 체력이 되야 한다. 우리가 동계 훈련을 시작하는 시점에 포르투갈에 갔기 때문에 경기 체력과 훈련 체력이 모두 부족한 것은 느꼈다. 하지만 체력이 그렇다고 해도 근성이나 깡다구가 살아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 

-그런 부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들에게 전달한 메시지가 있나?
미팅하면서, 내가 너희들이 원하는 걸 다해주는데, 너희들은 코칭스태프 원하는 게 뭔지 모르냐. 경기장에서 최대한 모습 보이는 것, 이길 수 있는 시합에서 안이한 대처로 지면 직무유기 아니냐. 경기장에서 한 번만 보여 달라는 것을 못 보여준다면 서로 믿음이 사라지지 않겠냐. 그런 얘기를 했다. 물론 이게 한 번에 다 이뤄지면 누구나 다 감독을 하고, 선수를 할 수 있겠지.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근성이나 '깡다구', 정신력의 차이라는 건 어디서 오는 것인가?
선수 개개인이 다 다르니까, 나도 잘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생각으로는, 우선 지금 아이들은 풍족하게 자라면서 그런 근성이 없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때는 춥고 배고프다 보니 그런 근성이 살아있었다. 이제 우리도 시절의 근성을 이야기하는 건 안 될 것이다. 다만, 우리가 시스템에서는 유럽의 선진 시스템을 따라가고 있는데, 아직 과도기다. 따라는 가지만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해야 한다.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선수들이 선진 축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시스템적인 것만 보고 있다. 정신력과 개인 능력을 채우면서 올라가야 하는데, 그걸 망각하고 있다. 전 연령대 선수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부분이다. 

유럽 선수들은 매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우리 선수들은 이 팀이 좀 쉬운 상대라고 생각하면 장난을 치려고 하고, 편하게 경기를 하려고 한다. 꼭 이겨야 하는 상대와 할 경우 정신력이 살아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기에서는 떨어지는 게 확 보인다. 어떨 때는 죽기 살기로 했다가, 어떨 때는 아니고. 모든 경기는 다 똑같다. 유럽 선수들은 어떤 경기든 전력을 다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패스 중시하는 신태용 축구, 공격 핵심은 '침투'

-공격적으로는 만족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
올림픽 때 선수들에게 보여줬던 영상도 보여주고, 올림픽 대표팀에 좋았던 플레이도 영상을 보여주고. 유럽 팀들의 좋은 플레이도 보여주면서 선수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다. 아스널, 바르셀로나 이런 경기를 주로 편집해서 보여준다. 패스 위주로 공격하는 플레이. 우리나라 선수들은 2선 침투를 잘 안하는데, 주로 2선 침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2선 침투를 어떻게 할 것인가. 2대1 월패스에서 침투할까, 아니면 3대1 월패스에서 들어갈까. 특히 3대1 월패스의 침투를 많이 강조한다. 우리 선수들은 스스로 침투하지 않는다. 볼을 넣어주면 하지만, 넣어주기 전에는 안 한다. 첼시의 디에고 코스타 같은 선수는 수비 뒷공간으로 바로 튀어 들어간다. 그러면 아자르가 바로 넣어준다. 첼시도 그런 좋은 장면이 많다. 3자 패스에 이은 2선 침투 플레이가 이번에 잘 됐다. 앞으로 지켜보시라. 우리 선수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그런걸 상당히 잘한다. 포르투갈에 가서도 이번 거의 골을 다 그런 방식으로 넣었다. 공격적인 면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이 많이 나왔다. 

2선 침투가 좋아졌고, 볼을 주고 나서 서 있는 선수들이 줄어들었다. 많이 움직이고 있다. 볼을 주고 서 있지 말고 2선에서 침투해라, 문전에서 움직여라. 이런 게 좋아졌다. 선수들도 재미있다고 한다. '전반전 벌써 끝났어요?' '벌써 45분 지났어요?' 그렇게 재미있어 하니까. 그런 게 만족이었다. 축구를 하면서 45분이 금방 지나갔다는 건, 정말 즐겁게 축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이 이번 전훈에서 소기의 성과다. 

-제주부터 포르투갈까지 전훈에서 계속 포백을 기반으로 다이아몬드 4-4-2나, 4-3-3처럼 올림픽 대표팀에서 시도했던 전술을 주로 했다. 플랜B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나?
고민하고 있다. 스리백도 생각하고 있고. 우리가 이기고 있을 때 스리백으로 갈 수 있다. 전술은 기본적으로 3-4개는 가져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안에 스리백도 있고, 포어리베로도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센터백으로 나서던 우찬양을 레프트백으로 기용했다. 
우찬양이 첫 경기를 하고 나서 어떻게 서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첫 경기를 하고 가장 지적을 많이 받았다. 두 번째 경기를 하기 전에 경기 비디오를 보면서 미팅을 많이 했다. 그리고 많이 좋아졌다. 세 번째 경기에선 훨씬 더 좋아졌다. 찬양이 스스로도 재미있어 하는 거야. 풀백으로 전에 섰을 때는 올라가지 않고 볼만 놔주다가, 이제는 올라가서 크로스도 하고, 패싱하고, 주고 빠지고 하니까. 재미있게 한 거다. 양쪽 풀백을 적극적으로 올라가게 하고 있다. 윤종규도 재미있다고 하더라. 다만 양 사이드가 얇아질 수 있으니 어떻게 커버할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보완할 점이다. 

-수원컨티넨탈컵에서는 이유현이 풀백 자리에서 주목 받았는데 이번에는 아예 소집하지 않았다.
이번에 다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이유현 선수는 그때 봤으니까 다른 선수도 봐야겠다. 그런 생각이었다. 3월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더 지켜볼 생각이다. 풀백은 중요한 자리다. 다른 더 좋은 선수들은 없는지 볼 것이다. 

-아들인 신재원 선수도 기대를 받는 유망주인데 아예 불러서 보지도 않았다. 지네딘 지단 감독의 경우 레알 2군팀에서도 썼고, 1군팀에도 불러서 쓰고 있는데?
내가 안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정서상 어렵다. 재원이를 불러서 한번 써본다고 하면, 분명 재원이하나 때문에 뽑히지 못한 1명은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한 명이 100명, 1000명이 될 수 있다. 그 1명의 아이가 자기 아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100명이 넘을 수 있다. 우리 아이가 갈 수 있었는데 감독 아들 때문에 못 갔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어떤 부모에게든 자기 아들이 최고다. 내가 클럽 감독이거나, A대표팀 감독이면 신경 안 쓰고 뽑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연령별 대표팀에서는 그렇지 않다. 나는 괜찮지만 오히려 아들에게 성장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더 클 수 있다. 애가 나는 안 뽑아주나 섭섭할 수도 있지만, 뽑힌 다음에 못해서 두드려 맞는 아픔이 더 클 수 있다. 지금은 편하게 성장하는 게 더 낫다. 고려 대에 가서 경기하는 걸 봤는데 많이 늘었다. 코치들이 보더니 상당히 좋다고 뽑아보자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사실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은 안 뽑는 게 맞다. 자기도 이해한다.  

-아무래도 화제가 되는 것은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이다. 직접 같이 해보니 어떤가?
아직 정확한 답을 내린 상태는 아니지만, 백승호 선수는 내가 봤을 때 볼을 상당히 잘 찬다. 그런데 체력이 안 된다. 경기 체력과 훈련 체력은 다르다. 경기에 못나가다 보니 경기체력이 없다. 이번에 경기를 뛰게 하니까 처음에는 45분밖에 못 뛰던 친구가 다음에 60분을 뛰고, 그 다음에 80분을 뛰었다. 나름대로 뛰고 걷고 하더라도, 80분간 운동장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건 고무적이었다. 백승호는 상대가 아무리 강한 수비를 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다. 볼 키핑이 되고, 패스가 나갈 수 있고, 드리블을 할 줄 아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괜찮다. 백승호 체력만 되면 상당히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모든지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였다. 먼저 와서 자기 플레이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먼저 이야기도 많이 했다. 대표팀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이승우는 톡톡 튀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다. 이승우 역시 마찬가지로 기대가 된다. 팀 안에서 행동 역시 그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선수단 안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이승우에겐 피지컬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승우에게 물어봤다. 메시 상체가 어떻더냐. 두껍더라고 한다. 마라도나는 그 보다 더 두껍다. 상체를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얘기를 해줬다. 자기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더라.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이 두 선수가 나름대로 만들어준다면 상대한테 많이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작 시합에 가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내가 보기에 지금까지는 상당히 괜찮다. 

#신태용은 개성 강한 선수를 찾고 있다

-공격 전방에는 조영욱이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조영욱이나 하승운이 상당히 좋다고 느낀다. 그런데 아직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없다. 힘 있는 선수다 U-20 대표팀에 없다. 영욱이도 있고, 하승운도 좋지만 전통적인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이 선수들은 스트라이커도 되고, 윙포워드도 하는 선수들이다. 이승우도 그런 유형의 선수고. 김신욱처럼 앞에 박혀서 경하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 그런 옵션이 있어야, 그런 걸 만들어놔야 상대를 공략하고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2월 10일부터 통영에서 열리는 대학선수권 춘계페스티벌에 선수를 보러 갈 것이다. 24일에는 독일에 간다. 독일에도 몇몇 선수들이 있어서 보러간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우리 선수들도 체크하고, 벨기에, 네덜란드도 다녀올 것이다. 발품을 팔아볼 것이다. 아직 엔트리는 정해진 것이 없다. 3월에 새로 뽑힐 수 있는 선수들이, 내가 보기엔 많이 있다. 

-어떤 스타일의 선수를 찾고 있는 것인가? 
나는 포지션 마다 선수들이 볼을 차는 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이대 선수들은 볼을 차는 스타일이 다 똑같다. 스토퍼도 미드필더처럼 볼 차고, 미드필더이니 미드필더처럼 차고, 스트라이커도 미드필더같이 볼을 찬다. 거의 비슷하다. 자기 포지션에 맞게끔 특성화되어 있어야 하는데, 볼을 차는 게 비슷한 게 문제다. 양쪽 풀백은 터프하면서도 오버랩을 많이 나가고, 스토퍼라면 강하게 부수는 스타일, 미드필드에서는 볼을 예쁘게 차면서 탁탁 넣어 주는 스타일, 그런걸 보여줘야 하는데 다 비슷하다. 10명이 다 비슷하다. 

사실 선수들의 개인 기술이 좋으면 조직력만 만들면 팀이 극대화된다. 그런데 그게 없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이번에 기대보다 아쉬웠던 게 있다. 선수들이 각자 팀에서 조직적으로 하던 것만 있고, 그걸 깨트리고 다시 만들어야 하다 보니 그게 어려운 것이다. 선수들이 초등학교때부터 성적 위주의 축구를 하니 조직 훈련만 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많게는 고등학교까지 개인 기술과 장점을 살려주는 축구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성적을 못 내면 감독이 무능하다고 잘라버리니까. 오로지 조직만 만든다. 

초등학교 감독들이 포메이션이나 전술을 더 잘 안다. 초등학교 애들한테 그런 전술을 왜 쓰나. 기술적으로 즐기면서, 기술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다 그 자리에서 포메이션에 맞춘 전술 조직 훈련만 하니까 자기 장점을 못 살리는 것이다. 빠른 선수는 빠르게 돌파를 이어가게 하고, 또 빠져들어가면서 슈팅을 잘하는 선수는 그걸 계속 살려주고, 각자 특성화를 시켜줘야 하는 게 그런 게 안보인다. 각자 팀에서 조직적인 것만 배워오다 보니 대표팀에 와서 다른 조직을 맞춰야 하고, 기술적으로는 따라주지 않다 보니 어려운 것이다. 

-한국 청소년 축구에서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프로 무대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올림픽 대표팀에서와 마찬가지로 소속팀에서 출전 문제로 인한 경기 감각도 숙제다.
문화적 차이가 있다. 우리는 아직 프로 감독님들이 이 나이 선수들이 어리고 작다는 생을 갖고 있다. 유럽은 어릴 때 키우지 않으면 상품가치가 높지 않다고 느낀다. 나도 프로 감독을 해봤지만, 어린 선수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느끼지 못했다. 이 선수를 1년 키우면 우리 구단에 가치가 높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키울 텐데, 그렇게 선수 가치를 높여 돈을 번다는 생각 보다 성적을 당장 못 내면 내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유럽은 구단이나 에이전트가 돈이 될 만한 선수를 키우니까, 선수들의 실력이 빠르게 느는 것이다. 자꾸 기회를 주고 자신감이 붙으면 실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는다. 눈에 확 보이게 발전한다.

각자 위치에서 생각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건 감독만의 문제는 아니다. 감독이 얘를 키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선수가 보여도, 몇 경기를 뛰게 하다가 성적이 안 좋으면 자기가 잘리게 되니, 길게 보고 키우기가 어렵다. 구단에서 OK, 성적은 신경 쓰지 말고 어린 선수를 키우는 걸 인정해주면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팬들부터 난리다. 상위 스플릿에 못 올라가면 당장 저 감독은 능력이 안 된다. 버스를 가로 막고 감독 나와라. 그렇게 한다. 이렇게 하는 데 어떻게 선수를 키우겠나. 외국에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는 밥 먹듯이 한다. 성적이 안 좋고, 몇 경기 지면 버스 막고 감독에게 사죄하라고 한다. 감독이 직무유기를 한 것은 아니지 않나. 하다 보면 안 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라 감독은 엄두가 안날 수밖에 없다. 23세 올림픽 선수들도 잘 못 뛰는데 20세 선수들은 뛸 수 있겠나.  

-4월 20일부터 소집이 가능한데 10일 먼저 소집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런 이유에서 추진하는 것인가?
선수들이 각자 팀에 돌아가서 경기를 계속 뛰고 있다면 괜찮겠지만, 지금 각자 팀에서 그런 상황이 아니다.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은 5월까지 경기를 뛰고 몸이 올라와 있을 때 와서 경기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다. 사실 경기를 나가는 선수들은 경기만 뛰어도 체력이 이미 완성되어 있다. 훈련만 하는 선수들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경기체력과는 다르다. 그래서 좀 일찍 소집해서, 체력 훈련을 겸하면서 연습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들의 경기 체력이 올라갈 수 있다. 프로팀이 주중에는 경기를 안 하니까, 주말 경기 이후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1.5군 정도로, 아예 2군이 아닌 1군이 섞인 프로팀 선수들과 경기를 2~3주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일주일에 두 경기씩 하면 선수들의 감각이 올라오고 좋을 것 같다. 쉽게 생각하면 R리그를 뛰게 하는 것이다. 아예 이 기간에만 R리그에 참여시키고 싶은 데 그건 안 될 것 같다. 

-조 추첨을 대회 개막 두 달 전에 한다. 상대 분석 시간도 부족할 것 같다.
3월 15일에 하니까. 아직은 어느 팀도 분석할 일은 없다. 조 추첨이 나오면 바로 준비할 것이다. 나는 어느 팀이든 다 동등하다고 생각한다. 일찍 나오면 일찍 나오는 대로 축구 선진국에서는 더 발 빠르게 준비할 것이다. 우리도 똑같다는 입장으로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불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건 문제 될 것이 없다. 

-본선 진출국 중에 포르투갈과 직접 상대해본 것이 어느 정도 본선을 가늠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포르투갈은 해볼 만 하더라. 100%는 아니더라도 나름 멤버가 다 나왔고, 포르투갈에서 경기를 했고. 우리도 후반전에는 거의 다 교체를 했다. 포르투갈도 최정예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하더라. 그 선수들도 그 경기를 통해 최종 엔트리에 들어야 하니 열심히 하더라. 우리도 뒤쳐지지 않게 열심히 했다. 그 경기만 본다면 우리 선수들도 괜찮았다.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그랬지만, 출범 초기부터 맡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 것 같다.
그런 아쉬움은 많이 이다. 갑자기 팀을 맡게 됐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올림픽 때보다 지금은 안 좋다.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다. 

-감독은 어느 팀에서든 압박감이 심할 텐데,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에서 그 어떤 때보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클 것 같다.
지금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일단 6월이 지나면 백수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면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성적이 안 좋으면 백수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른다는, 그런 부담은 갖고 있다. 아직은 성적에 대해선 나름 구상이 있고, 만들고 있으니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에 대한 스트레스는 크지 않다. 시합 일주일 전이 되면, 매스컴에 연일 나오고, 2002 한일월드컵과 비교하면서 아주 시끄러워질 것 같기는 한다. 그때가 되면 아무래도 신경을 쓰게 될 것 같다. 

-어느 새 감독 생활도 10년이 되간다. 지도자로도 선수 생활만큼 긴 시간을 보냈다. 이제 지도자로 정립한 게 있나?
아직 모르겠다. 감독은 계속할 것인데, 내가 어떤 감독이 될지는 모른다. 감독이라는 일은 성적에 따라 자기 위치가 바뀐다. 내가 감독을 계속해도 그 위치는 살아가면서 계속 바뀌지 않을까? 나름대로 재미가 있는 일이다. 선수는 선수대로 재미가 있었고, 감독도 나름의 희열과 환희가 있다. 재미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국가대표급' 강원, 토트넘에서 큰 센터백까지 영입
까마득한 후배에게 밀린 아구에로, 맨시티 떠난다고? 
첼시에서 뛰던 오스카, 21일에 서울 온다
유럽진출한 권창훈, 경기는 못 뛰고...
'음악에 취한' 맨유, 음원 플랫폼 파트너십까지 '확대'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