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강원FC가 울산에서 진행한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5일 동안 설 연휴 휴식기를 보낸다. 그동안 축구 선수들에게 명절 연휴는 의미가 없었다. 전지 훈련 일정으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보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올 해는 1차 전지훈련과 2차 전지 훈련 사이 기간이라 꿀맛 같은 휴식을 보내게 됐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선수단에게 파격적인 장기 휴식을 보장했다.

휴식기 이후 진행되는 1차 전지 훈련은 보통 강도 높은 체력 훈련으로 구성되어 왔다. K리그클래식 승격 이후 무려 14명의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며, 6명의 신인 선수를 선발해 절반 이상의 선수단을 교체한 강원의 접근법은 달랐다. 울산에서 1차 전지훈련을 진행해 추운 날씨 속에 부상을 피해야 한다는 환경적 문제도 있었다.

1차 전훈을 마친 뒤 ‘풋볼리스트’와 인터뷰를 가진 최 감독은 1차 전훈을 시작하며 선수들에게 “아프면 하루 이틀 운동을 쉬어도 되니 편하게 말하라. 개별적으로 다른 운동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 중이 30대 이상의 선수들이 많다. 추운 날씨에 무리해서 운동을 하게 되면 부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1차 전훈 기간에는 보통 선수들이 눈치를 보느라 부상이 있어도 숨기고 뛰는 경우가 많다. 새로 온 선수가 많기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볼 수도 있다. 신인 선수라면 더더욱 조금 아파도 참고 뛰게 된다. 그러면 결국 큰 부상으로 이어져 더 큰 문제가 된다. 고참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쉬라고 했다. 그래야 다른 선수들도 쉴 수 있다.”

최 감독은 이번 1차 전훈이 자신이 감독 경력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강도의 훈련으로 구성됐다고 했다. 에버턴에서 피지콜 코치 지도자 교육을 받고, 에버턴 유소년 팀 피지컬 코치로 일하고 온 한상혁 코치가 고강도 훈련보다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올려 부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추천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이번 1차 훈련에서 생각보다 선수들이 더 빠르게 단합했다”고 했다. 강원 선수단은 소집 기간 5일에 한 번씩 휴일을 줬고, 휴일에 두 차례 단체 회식을 가졌다. 1차 장어 회식에는 맥주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를 통해 선수단의 분위기가 한층 좋아졌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쯔엉이 가져온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선수단이 훈련 이후 휴식시간에 게임을 하면서 더 가까워졌다. 이전 관계와 상관없이 선수들끼리 커피숍을 찾아 대화의 시간도 많이 가졌다. 

새로 영입된 선수가 워낙 많이 선수들 사이에 반목이 있을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시선에 대해 최 감독은“선수들이 외부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잘 알다 보니 서로 더 적극적으로 친해지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1차 전훈에선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그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했다.

국내파 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도 단합이 잘 되고 있다. 중심적인 역할을 한 선수는 지난해 여름 입단한 세르징요다. 세르징요는 쯔엉과 같은 방을 쓰며 돈독해졌다. 더불어 새로 영입된 브라질 공격수 디에고 마우리시오, 키프러스 수비수 발렌티노스 시엘리스와도 인연이 있다. 

“디에고가 같은 브라질 출신이라서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는지 오기 전에 세르징요에게 연락을 했다고 하더라. 서로 얘기를 주고 받으며 벌써 가까워진 상황이었다. 작년에도 세르징요가 마라냥, 마테우스 등 브라질 선수들에게 쓴소리도 하고 식사 자리도 만들면서 팀에 녹아들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시엘리스와도 키프러스에서 2년 동안 뛰면서 알던 사이라고 한다. 시엘리스 역시 세르징요에게 연락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한다. 세르징요가 외국인 선수 사이에 구심점이 되고 있다. 워낙 성격이 좋고 헌신적이라 국내 선수들도 세르징요를 좋아한다. 경기력과 인성 모두 팀에서 아주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 전훈에 합류한 디에고는 서남대와 연습 경기에도 출격했다. 훈련과 경기를 통해 디에고를 지켜본 최 감독은 “아직 수비 가담 부분에서는 맞춰야 할 것이 많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확실히 뛰어나다. 강원에 와서 겪어본 외국인 선수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아직 합류하지 않은 시엘리스에 대해서도 “전체 경기를 뛰는 비디오를 봤다. 매우 공격적으로 경기하더라. 합류하면 면담을 통해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

체력 훈련이 미비했던 것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2월 일본 전지 훈련에서 8~9차례 연습 경기를 확정했다. J리그 1부팀과 3경기, 2부팀과 5경기 정도가 잡혀있다. 경기를 통해 체력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1차 전훈에서 조금씩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늘렸는데, 2차 전훈에서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들겠다. 1차에서도 90분을 뛰게 할 수 있지만 억지로 90분을 뛰는 것 보다 60분이라도 전력을 다해 뛰는 게 중요했다. 2차에선 선수별로 4경기씩을 풀로 뛸 수 있게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사이사이에 체력 훈련을 병행할 것이다.”

최 감독은 새 시즌 전술을 구성하는 가운데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전훈 기간 네 가지 포메이션을 그린 뒤 개별 선수들에게 자신이 선호하는 포지션 1순위와 2순위를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통해 선수들과 개별 면담을 가졌다. 왜 그 자리를 선호하는지, 자신이 어떤 플레이를 하고 싶은지 들어보고 새 시즌 전술 구상에 적극 반영했다. “내가 그 전에 잘 알던 선수도 있지만, 같이 못 해본 선수도 있고, 신인 선수도 있다.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최 감독은 스타 군단을 지휘하게 됐지만 경청하는 리더십, 배려의 리더십으로 강원을 빠르게 원팀으로 만들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일본 가고시마로 건너가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강원은 4일 상주상무와 원정 경기로 K리그클래식 개막전을 치른다. 최 감독은 “상주 경기 비디오 5경기를 구해놨다. 면밀히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1차 전훈을 마친 최 감독은 부담과 고민에서 한결 편해진 모습이었다.

사진=풋볼리스트, 강원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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