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무르시아(스페인)] 류청 기자= "나는 한국어와 중국어 중에 무슨 언어를 먼저 배워야 하나?"

 

당신이 축구선수라고 가정해보자. 외국으로 이적했는데 그 팀은 스위스 프랑스어권과 독일어권 중간에 있다. 팀 원 60% 정도는 프랑스어를 쓰고, 40% 정도는 독일어를 쓴다. 감독은 독일어를 쓰고, 프랑스를 쓰는 선수들도 대충 알아 듣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언어를 먼저 배울 것인가?

 

2017시즌을 앞두고 중국 슈퍼리그(CSL) 연변부덕으로 이적한 헝가리 대표팀 수비수 리차드 구즈믹스는 비슷한 고민 앞에 있다. 구즈믹스는 2016시즌 전부터 박태하 감독이 영입하려던 선수다. 제공권과 대인 마크가 좋고, 영리하기 까지 하다. '유로 2016'에도 출전했었다. 구즈믹스는 헝가리어 이외에도 영어와 폴란드어를 잘 구사한다. "나는 새로운 언어 배우는 걸 즐긴다"는 구즈믹스는 '풋볼리스트'를 처음 봤을 때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래도 고민은 있다. 연변 주축은 조선족 선수다. 이들이 쓰는 한국어는 함경도 방언과 매우 유사하다. 외국인 선수 4명 중 3명은 한국인이다. 경기 중에 들리는 말은 거의 한국어다. "빨리 붙어라", "끝까지 해라"라는 고함이 경기장을 떠돈다. 지난 시즌부터 연변을 눈여겨봤던 구즈믹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풋볼리스트'에 "나는 한국어와 중국어 중에 무슨 언어를 먼저 배워야 하나?"라고 물었다.

 

'풋볼리스트'는 고민 끝에 한국어를 먼저 배우는 게 낫겠다고 조언했다. 경기장 위에서 동료와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기장 안에서 성공해야 연변 생활도 즐거울 수 있다. 구즈믹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그런데 연변에서 생활할 때는 한국어를 쓰면 다 통하느냐?"라고 재차 물었다. 폴란드에서 이미 타지 생활을 경험 했던 구즈믹스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곳에서 미리 챙겨야 하는 것들을 잘 알고 있었다.

 

구즈믹스는 CSL 적응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CSL에서 뛴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아직 뭐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우리는 진정한 팀이다. 슈퍼스타가 없어도 끈끈하게 조직력을 갖춰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 감독은 "구즈믹스는 실력도 좋고 인성도 좋은 선수다. 지난 시즌에 영입하려 했을 때 에이전트와 전 소속팀이 이적을 돕지 않았다"라며 "영입을 위해 현지에서 만났을 때 꼭 오고 싶다며 우리 경기를 인터넷으로 챙겨 봤다고 하더라. 이런 부분을 높이 산다"라고 했다.

 

구즈믹스는 빠르게 팀에 적응 중이다. 구즈믹스는 23일(현지시간) 체코 명문 빅토리아플젠과 경기에서 안정된 경기력을 보였다. 경기 중에는 주로 "업!", "백!"과 같은 영어로 동료와 소통했다. 연변은 자책골을 내주며 0-1로 졌다. 그는 빠르게 새 언어를 공부해 "빨리", "옆으로"와 같은 한국어로 소통하길 바란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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