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무르시아(스페인)] 류청 기자= 순수한 열정은 국적과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22일 아침(이하 현지시각) 울산현대 스페인 전지훈련 숙소인 탈라시아 호텔에 독일 청년 다니엘이 나타났다. 다니엘은 한 팔에 큼지막한 파일을 들고 훈련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나온 울산 선수들에게 인사했다. 그때까지는 다니엘이 그저 호텔에 투숙하는 여행자 정도로 보였다. 김도훈 감독을 만난 다니엘이 파일을 열었을 때에야 그의 목적을 알 수 있었다.

 

파일 안에는 김 감독 사진이 한 가득 들어 있었다. 사인 한 장이면 끝날 줄 알았던 김 감독은 계속해서 나오는 사진에 놀랐다. 현역 시절 사진과 선수 카드가 약 30장쯤 나왔다. 옆에서 지켜보더 소대현 울산현대 실장도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다니엘은 자신이 지닌 모든 사진과 선수카드에 사인을 다 받은 뒤 활짝 웃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다니엘이 김 감독에게 사인 받으며 영어로 “이민성은 어디 있나? 올림픽에 나갔던 김창수는 어디 있느냐?”라고 물었다. 김 감독은 이민성 코치가 중국 창춘야타이에 있다고 답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니엘은 독일 쾰른에서 왔다고 했다. 그는 파일을 지녔던 파일을 열어 내용물을 보여줬다. 그 안에는 ‘1998 프랑스 월드컵’ 선수카드가 가득 있었다. 그는 “나는 수집가다. 그리고 한국 축구를 매우 좋아한다. 울산이 스페인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바로 직장에 휴가계를 제출하고 비행기를 타고 왔다”라고 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 중 내가 좋아했던 선수들 사인을 거의 다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20명 정도 사인을 더 받아야 하는데, 김도훈과 이민성이 그 안에 있다. 나는 프란츠 베켄바워, 호나우두,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인 선수와 만나 사진 찍고 사인도 받았다. 그런데 한국 팀은 유럽에 잘 오지 않아서 사인 받기가 어렵다. 메시보다 김도훈 만나기가 더 어렵다(웃음).”

 

다니엘은 울산과 AFE 연습경기가 벌어진 피나타르 아레에도 찾아왔다. 김창수와 강민수에게도 사인을 받았다. 김창수와 강민수는 다니엘 등장에 놀랐다. 두 선수 모두 거의 20장에 가까운 사진과 선수카드에 모두 사인했다. 강민수는 “8년전쯤 사진인데 어떻게 저런걸 찾아서 들고 왔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참 대단하다. 축구를 사랑하는 방식이 남다른 것 같다. 축구로 많은 성원을 받았는데,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주니 기쁘다.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김도훈 감독)

 

김 감독과 선수들은 모두 다니엘이 축구를 사랑하는 방식에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좋아하는 선수를 보기 위해 휴가를 내고 비행기를 탄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차라도 한 잔 사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웃었다.

 

김 감독보다 더 감격한 이는 다니엘이다. 다니엘은 다시 파일을 열어 한 선수(혹은 지도자) 소재를 물었다. 연변부덕 코치로 있는 최문식이었다. 다니엘은 최 코치 현역시절 사진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다니엘에게 최 코치가 묵는 호텔을 알려주자 “차도 빌렸으니 그 호텔도 방문하겠다”라며 활짝 웃었다.

 

예측 범위에 벗어나는 일이 일어나면, 감정 진폭은 더 커진다. 예상치 못한 손님 방문에 울산과 연변은 작은 기쁨을 맛봤다. 두 팀은 축구를 좋아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축구가 많은 이를 웃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느꼈다. 다니엘은 25일까지 파일 속에 담긴 한국 축구선수를 만나고 돌아갈 예정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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