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7시즌 K리그는 강원FC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의 성공신화를 단장직을 맡아 이끈 조태룡(53)은 2016시즌 강원 대표 이사로 부임해 1부 승격을 이뤘고, 1부에 올라오면서 전례 없는 투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다. 구단 자생력 강화, 긴축 재정, 효율 경영 등 K리그의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정반대의 방식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의 등장으로 한국프로축구의 판이 요동치고 있다. 

투자를 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조 대표의 청사진은 큰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지만, 그 못지 않게 우려와 의심의 시선도 받고 있다. 이미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가졌지만, 조 대표에게 조금은 민감하고, 조금은 공격적일 수 있는 질문을 들고 찾아갔다. 조 대표는 거리낌 없이 모든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다. 때로는 더 공격적이기도 했다. 자신의 이상과 그 이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비전을 설명했다. 

공격적인 경영이 아니라,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조 대표는 당당하게 자신이 한국 프로스포츠에 스포츠 경영인의 위상을 바꿔 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드러운 겉모습과 달리, 진취적이고 야심만만했다. 그의 등장이 기업이 홍보수단으로,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골칫덩이로 여겨지던 프로 스포츠의 생태계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 ‘풋볼리스트’가 조 대표를 만나 길고 깊은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조 대표와 가진 인터뷰 전문.

-부임했을 때는 당장 1부 리그 승격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당초 계획과는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은데요?
내 입으로 할 소리는 아니지만, 내가 되게 비싼 사람이에요. (웃음) 야구 계에서도 나 스스로 독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축구에 와서도 초조한 게 하나도 없었어요. 부임하고 구단주인 최문순 도지사님께 ‘뭘 원하세요?’라고 물었어요. 원하시는 걸 해드려야 하니까. ‘1부요?’ 하니까 부담스러워 하시더라고요. 돈도 많이 들고, 여론도 안 좋은데. ‘아이 그건 됐고요.’ 그러시더라고요. ‘정상화만 시켜주세요. 지금 말기 암이에요.’ 그래서 ‘그럼, 제가 할게요.’라고 했었죠.

첫 해는 구단 정상화에 집중하고, 두 번째 해에 승격을 목표로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승격이 되면서 기회가 온 거죠. 사실 우리 전력이 1부 승격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성남과 승강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 당일까지도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죠. 목표를 향해 나와 감독, 도민, 선수들의 목표 의식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생각해요.

-과감하게 예산을 늘렸고, 화끈한 청사진을 선보였지만 과연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따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그래서 나도 힘듭니다. (웃음) 그냥 2부 리그에 있었다면 이렇게 수모를 당하지 않고, 힘들 일도 적었을 거예요. 하지만 조태룡의 실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기회가 왔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급격하게 계획을 수정했죠. 사실 11월 20일에 승격이 확정되고 든 생각은 ‘오 마이 갓’이었어요. 예산을 늘려야 했으니까요.

모든 회사는 익년 예산을 9월, 10월경에 마감해요. 마감되기 전에 봄부터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설명을 하면서 스폰서 영입을 해야 하죠. 이걸 통해서 9월, 10월 즈음에는 예산을 넣고 익년에 시행하게 되는데, 11월 20일이라는 숫자는 스폰서를 영입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기. 그래서 예산 증액에 있어서는 우선 도지사님과 의회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난 구단 정상화를 위해 온 사람이었는데, 강원FC에서 만들고자 했던 색깔이 바뀌게 됐어요. 1년 정도 구단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 걸리고, 1년 정도 1부 승격을 하고 3년 차에 가시적 성과를 내자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승격하면서 저에게 시간이 더 주어진 거죠. 예산을 늘려야 하고, 매달 급여를 맞춰야 하는 미션이 생겼고, 그 미션을 실천하면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릴 거라고 봅니다. 흔들림은 없어요. 확실한 미션을 갖고 일하니까. 

-승격이 확정되고서 큰 목표를 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경기가 끝나고, 이제 우리가 1부로 올라가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일단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한 회식 자리를 잡아놨으니, 술을 먹자. 다 같이 모여서 축하주, 샴페인을 터트리고 왔어요. 그날 새벽, 그 마음은 아무도 모를 겁니다. 감독이나 선수는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잖아요. 난 월급을 줘야 하는 사람이고. 주는 사람의 마음은 잘 모를 거예요. 우리나라 프로스포츠는 감독과 선수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거든. 경영이란 개념에 대해서는 기사를 생산하지 않고, 스포츠단이 어떻게 잘 운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기사가 잘 나오지 않다 보니 대중도 잘 몰라요. 그래서 저는 되게 외롭죠. 넥센에 있을 때도 외로웠거든. 나 혼자 하는 일이니까. 

그날 새벽에 바로 AFC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잡았어요. 그건 기본이야. 힘들어도 해야 하는 거야. 도민들께 ‘왜 싫어하세요’ 물어보면 ‘밤낮 지는 게임 왜 보러 가냐고’. 그렇게 말하세요. 도민들의 마음에 남는 구단이 되려면, 이겨야 한다. 목표를 1부 잔류로 한다? 제가 군 생활을 강원도에서 했어요. 잔류를 목표로 한다면 잔류병 느낌이 나잖아. 상대팀 승률을 올려주는, 대주는 팀이 되는 걸 목표로 삼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50대가 되어서, 그런 목표를 잡기도 싫고. 강원도의 자부심을 이야기해야 하는 도민들의 축구팀에서 대표로 위임 받은 사람이 해야 할 생각도 아니고. 그래서 도전을 결정했어요. 말들이 많지만, 난 내 길을 갈 생각입니다.

#강원의 폭풍영입, 어떤 기준으로 선수를 선택했나?

-야구는 머니볼로 유명하지만 경기력 검증이 통계로 충분히 가능하지만, 축구는 그렇지 않은데 어떤 기준으로 영입 선수를 선정하고 데려왔나요?
처음 와서는 축구를 배우는 입장에서 경기를 계속 봤거든요. 최진호가 팔이 골절 되고 나서 미치겠더라고. 주 공격수가 없어서 골을 못 넣으니까. 이기는 게임을 비기니까 답답하더라고. 그래서 첫 번째. 한 사람이 아파도 동일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게끔, 스쿼드를 두껍게 구성한다. 두 번째, 골 먹지 않으면 지지 않으니, 수비에 투자를 많이 하자. 그리고 골을 넣어야 기분 좋고, 이길 수 있잖아요. 그러면 골을 넣을 수 있는 곳에 투자를 많이 하자. 

골의 가치에 대해 많이 느꼈어요. 지난 시즌에 한 골 때문에 안타까운 경험을 많이 했어요. 내 안타까움이 곧 우리 도민의 안타까움인데. 새 시즌에는 1~2억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날은 한 골을 넣었다면 1억이라도 주고 싶은, 1억 이상의 가치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박빙의 2-2에서 3-2로 이겼다면. 그 한 골로 승리하는 것인데, 그때 팬들이 환호하는 순간의 가치는 몇 십억, 몇 백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1-1, 0-0 경기도 많았고, 골을 많이 넣지 못했어요.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좋은데, 그게 한국 선수면 좋겠다. 그래서 스캐닝 하는데 운이 좋았죠. 사실 정조국과 이근호를 함께 뛰게 하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돈이 있어도 안되는 일이거든요. 이근호 선수는 당시 나올 수 있는 옵션이 있더라고요. 정조국도 마침 해외 진출하려고 했고. 그래서 둘 다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스쿼드를 두껍게 가져가면서 골을 넣고, 그게 한국인이면 K리그에 강원FC가 상징하는 이미지가 생기겠다. 내가 투자한 돈보다 훨씬 더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고 의사 결정을 한 거죠. 그런 면에서 강원FC가 적은 돈으로 좋은 투자를 했다고 저는 보죠.

선수 선발 기준은 ‘EA’입니다. 엘리트 코스(E)와 애티튜드(A)가 내 조건이에요. 과거는 미래를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과거 코스가 좋은 선수. 그러면 실수를 적게 할 수 있어요. 가령 과거가 안 좋은데 최근에 되게 좋았어요. 그건 믿지 않아. 리스크가 있거든. 물론 엘리트코스를 했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혹자가 우리에게 잘 안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확률은 내 가정 보다는 낮은 추측이라고 봐요.

모든지 100%는 없어요. 안될 수도 있지만, 다른 대안은 나보다 확률이 떨어져요. 두 번째는 애티튜드(자세), 팀의 화합에 아주 중요한 코드에요. 특히 저는 애티튜드를 많이 봤는데, 야구 같은 경우 박병호 선수가 애티튜드가 정말 좋아요. 그런 선수들은 시너지에 기여를 해요. 야구 보다 축구가 그게 더 중요해요. 축구는 유기체처럼 움직이잖아. 아무리 좋은 선수를 다 갖다놔도 그게 안 되면 문제가 되죠. 

요즘 QPR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전에는 그 팀에 대해 몰랐어요. 박지성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 팀은 애티튜드를 보지 않은 거야. 그걸 봤기에 내 리스크는 작다고 봐요. 이력이 좋은 건 실수 줄일 수 있고 애티튜드가 좋은 건 경기의 조합 능력에 기여하거든. 1+1이 2가 아닌 10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특히 김승용 선수나 오범석 선수, 백종환 선수, 황진성 선수, 이런 선수들은 그런 애티튜드가 좋은 선수입니다. 정조국, 이근호 선수도 당연히 좋다고 소문 나있고. 그런 레퓨테이션 조사를 해봤죠. EA 관점에서 둘 다 좋은 선수를 택했습니다.

그러면 다음은, 연봉을 얼마를 원하느냐. 보통 5천만 원이나 1억 차이가 나면 하겠어요, 안하겠어요? 해요. 왜 하는지 알아요? 3억이 4억 되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더 싼 선수를 데려오면 1억 차이로 패착이 될 수 있어요. 1억을 아끼려다 대박을 낼 수 없는 거죠. 5천, 1억 더 달라면 더 주겠다. 왜 주냐, 연봉이 가치를 만듭니다. 그걸 아셔야 해요. 야구에서도 서건창 선수가 연봉 2천700만원에서 시작했어요. 연봉이 올라가면서 사람의 눈빛과 생각이 완전히 달라지거든. 내가 이번에 승격 공적을 올린 잔류 선수들 모두 억대 연봉으로 계약했어요. 대신 억대 연봉처럼 경기해야 한다고 했죠. 연봉을 올려주면 눈이 바뀌어요. 그런 확신이 있는 선수는 연봉을 줘요. 

사실, 우리나라는 A매치만 흥행이 되잖아요. 심지어 K리그가 KFA와 중계권 같이 파는, 독립적이지 않은, 의탁하는 느낌. K리그에 있는 구단의 대표로서 안타깝죠. 그래서 A매치 선수 수준으로 스쿼드를 맞추면, 얼마나 팬들이 좋아할까. 사실 이제 강원FC의 경기는 국가대표급 경기라고 생각해요. 골키퍼 이범영부터, 오범석, 김승용, 황진성, 문창진, 강지용, 좌우로 백종환, 정승용, 앞쪽으로 김경중, 이근호, 정조국. 이런 선수들이 뛰는 모습의 조합이, A매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되면 우리 구단의 흥행은, 콘텐츠로 말하는 거지, 강원FC가 아무리 좋다고 얘기해도, 말로만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A매치 느낌이 나게 선수를 구성한거고요. 나이대도 다양하게 배치했고, 그러면 팬들께서 즐겁겠다. 

우리 미션은 팬들을 즐겁게 하는 것인데, 도민부터 K리그 팬들의 온라인 댓글이나 언론을 통해 보면 답답해하시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왜 우리는 안하냐, 못하냐. 무엇이 문제냐. 그런 팬들의 문제의식이 팽배한 것을 알고 있고, 저도 거기에 관련된 핵심자 중 한 명이죠. 누가 해야 하나요. 임기가 있을 때, 제가 해야 하는 거죠. 요즘 시대에 말만하고 실천은 하나도 안하는 미래만 추상적으로 말하는 사람 밖에 없는 시대에, 묵묵히 해야겠다. 난 실천하고 있을 뿐이에요.  

-도시민구단이 겪어온 리스크는 수당 문제였습니다. 보통 급여가 체불될 때, 재정 어려운 팀은 선수 개별 성적, 팀 성적 좋을 때 예산보다 수당 초과되어서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강원 역시 선수들의 수당 조건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느 정도 성적을 고려해서 책정한 것인지요?
전 (이런 의문에 대해) 이해가 안 가요. 요즘 상상할 수 없는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내가 필요한 게 20승인데, 처음부터 생각 없이 수당을 주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런 사람을 대표로 써왔기 때문에 문제가 있던거죠. 전체 버짓을 잡고, 내가 목표로 하는 승률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한 다음에 수당을 결정하는거죠. 수당부터 정하고 계속 이기니 수당이 너무 많이 나가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그래서 후배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건, 스포츠 경영은 아직 좋은 땅이에요. 개척의 땅이에요. 많이 지망하고 배웠으면 좋겠어요. 

전 20승이 필요해요. 그게 제 머릿속에 있습니다. 20승에 1억수당이 든다면 20억이고, 5천만 원이면 10억, 3천만원하면 6억이잖아요. 수당을 걸었는데 못하는 수도 있고, 못 이기는 수도 있어요. 안 걸었는데 이길 수도 있거든요. 그냥 무작정 얼마를 책정한다. 이래선 안돼죠. 전 특히 연승에 관심이 많습니다. 

-승격에 기여한 공신 선수들이 대거 이적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의 소리도 있습니다. 
사르트르가 BCD에서 버스와 데스 사이에 초이스가 있다고 했죠. 그건 전혀 후회가 없고요. 공신들이 있지만, 더블 스쿼드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본인이 가령 출전을 적게 하는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있는, 그런 애티튜드가 중요하죠. 제가 계약 하지 않은 선수들은 ‘EA’가 안 되었기에 하지 않은 겁니다. 벤치에 앉아서 ‘공신들을 왜 대우 안 해주는 거야’라고 뒷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구단의 유기체 화합력이 떨어지거든요. 여러 명 중에 한 사람만 눈빛이 화가 나 있으면 얼마나 분위기가 안 좋겠어요. 그래서 그러한 요소가 될 부분은 과감하게. 계약을 하면 안된다. 오히려 다른 팀에 가서 전 경기를 뛰게 하는 게 낫지, 우리 구단의 벤치에 앉혀 두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팬들의 시각이 나쁜 건 아니라고 봐요. 공신들이니까. 

하지만, 제가 이승엽 선수를 좋아하는데, E도 좋지만 A가 참 좋은 사람이거든요. 은퇴할 때, 본인이 잘 할 때 떠나잖아요. 그런 의사결정은 큰 사람일수록 잘 받아들이죠. 제가 몇몇 공신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지난 시즌 너무 고맙다. 그리고 우리가 헤어지지만 다시 만날 수도 있다. 결국 그럴 우려 있는 선수들은 답장을 안 하더라고요. 몇몇 선수에게 보냈는데, A가 아니니까 답장을 안하더라고요.  A가 좋은 선수는 떠나게 되더라도 답장이 와요. 서로 축구계에 있고, 다시 만날 수 있거든요.

못해서 헤어지든, 잘해서 헤어지든. 잘하면 트레이드나 이적료를 받고 나가는 거고, 못하면 해임이죠. 그게 프로의 기본 세계죠. 우리는 전체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는 거지, 공신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걸 얘기하고 싶어요. 공신 보다 팀워크가 더 중요합니다.

#베트남의 박지성, 쯔엉은 마케팅을 위한 영입이 아니다

-베트남 대표 쯔엉 선수 영입을 작년부터 추진한 것으로 압니다. 동남아 마케팅적 측면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일단 감독님과 먼저 협의를 했고, 좋은 선수라는 얘기를 들었고. 저는 85년생 선수와 95년생 선수는 달리 평가하거든요. 쯔엉은 95년생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이기 때문에, 현재는 평가 절하되어 있지만 이 친구의 잠재력으로 보면 엄청나게 비싸질 선수가 될 수 있어요. 95년생이면 지금 만으로 22살. 지금 경기력을 보면 향후 1,2년, 3년 정도 가르치면 더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K리그에서 기회는 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작년에 안타까웠고, 난 그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푸는 스타일이니까. 6개월 전부터 인천에 계속 달라고 했죠. 거기가 안쓰면 내가 쓰겠다. 난 그 가치를 인정하니까. 난 한다. 그건 선택이니까. 그래서 결국 그런 결정을 했죠.

마케팅은 보지 않아요. 마케팅은 경기력 다음에 있는 거예요. 답답한 게, 야구단에 있을 때 마케팅의 달인이었으니 축구단에 와도 잘할 거라는 데, 마케팅은 경영의 한 파트예요. 그 당시에는 경영 전체 총괄을 이장석 대표가 한 것이고, 전 단장으로 주로 CMO 역할, 마케팅 파트 담당을 원했죠. 지금은 이제 CEO 잖아요. 경영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제가 마케팅도 많이 해봐서 말 하는 거지만, 마케팅을 아무리 잘해도 경기력이 안 따라오면 할 수가 없어요.

경기력이 안 따라올 선수를 마케팅용으로 영입했다? 마케팅을 모르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고, 경영을 모르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예요. 박지성이 못했다면? 마케팅 플러스 실력이 아니라, 무조건 경기력이 따라와야 마케팅을 하는 겁니다. 마케팅과 경기력은 동등하지도 않아요. 경기력이 1번입니다. 박지성이 경기력이 나왔으니 우리가 재밌게 본 거고. 근데 자꾸만 쯔엉에게 마케팅용이 아니냐, 마케팅 플러스 경기력 아니냐. 앞산을 넘어야 뒷산을 넘을 수 있는데, 그건 아니죠. 경기력은 무조건 나올 거예요. 쯔엉에게 어느 정도 출전 기회를 주면 나올 거에요. 난 쯔엉의 가치를 봐요. 안 나오면 마케팅도 없어요.

요즘 구단 SNS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우리 구단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그건 우리 구단의 경기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죠. 내가 스쿼드에 기대가 안 되는 사람을 계속 뽑았으면, 마케팅이 따라오겠어요? 구단 운영의 1원칙은 경기력이에요. 두개의 수레바퀴처럼, 경기력이 올라오면 경영도 올라가요. 경영이 올라가면 그 돈으로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그렇게 양 바퀴로 계속 가는거죠. 자꾸만 마케팅을 이야기 하는데, 마케팅을 아는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항상 본질에 집중하라. 아시아쿼터를 어떤 선수로 정할 것이냐. 호주 선수로 결정하는 사람도 있고. 본질은 경기력이죠. 왜 경기력이냐. 축구단은 축구를 잘하는 게 본질이니까. 축구단에 부임한 대표로서 축구 잘할 수 있게 스쿼드를 짠 거고. 쯔엉은 미드필드진의 링커로 넣은 겁니다. 황진성이 부상도 오래 있었고, 문창진도 부상이 있었고. 세르징요가 수비수인데, 걔를 링커로 올릴 수도 있고 오승범도 쓸 수 있는데. 난 우리 스쿼드에서 링커 포지션은 두껍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쯔엉을 넣은 거예요. 

-외국인 선수는 유명 선수 영입설도 있었는데 어떤 배경으로 결정하셨나요?
항상 말하지만 우선 부상자가 나와도 문제없게. 그거 먼저고요. 다음은 재매각이 가능한 선수.  레오나르도가 17억에서 40억이 됐잖아요. 23억을 벌었죠. 이미 이름이 알려진 알만한 선수는 팔기 어려워요. 알만하다는 건 오랫동안 잘했다는거 잖아요. 오랫동안 잘 했다는건, 노장일 가능성이 많다는거죠. 제가 외국인 선수를 수입하면서, 재수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돈이 해외로 유출되는 거죠.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내가 수입하는 데 쓴 돈은 다시 수출해서 벌겠다는 입장이에요. 그게 국가적으로 이익이고, K리그의 이익이죠. 알려진 선수는 다 30대에요. 30대 외국인 선수는 당장 올해만 쓸 수 있어요. 그렇게 영입하는 구단도 있지만, 내 원칙은 외국인 선수는 무조건 다시 우리 구단에 이득을 줄 수 있는 선수만 뽑겠다. 

외국인 선수도 잠재 가능성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강화팀을 신설한 거죠. 송경섭 강화부장이 경기 비디오를 너무 많이 봐서 눈이 아플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브라질에서 골게터를 뽑아오면 보통 7월쯤에 나가서 6개월간 보고 뽑아야 하는데, 1부리그와 2부리그의 외국인 선수 수준이 다르고, 우리가 1부에 올라올 걸 생각 못했기 때문에 다급하게 준비하게 되어서 안타까운 게 있어요. 아마 올 여름에는 우리 스카우트 팀이 브라질에 들어가서 장기 체류하면서 외국인 선수를 잘 영입해 올겁니다. 제주처럼. 성공 사례가 많더라고요. 강원FC도 그렇게 만들고자 합니다.

-선수단은 대대적으로 개편했는데,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재계약했습니다. 
내가 쯔엉의 베트남 대사관 입단식에서 했던 말 중에 가장 중요했던 말은 사랑입니다. 다시 풀어 말하면 인간에 대한 배려죠. 스포츠단을 잘 운영하는 경영자는 사랑을 알아요. 난 그게 우리 구단이 1부리그로 올라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봐요. 감독이 선수들에 대한 사랑이 있어요. 최윤겸 감독이 경청을 많이 하시고, 감각도 있어요. 내가 1년 간 지켜보면서. 나도 살면서 사람을 한두 명 만나본 게, 연륜이 있고, 조율 능력이 있어요.

감독이 그 선수도 왔어요? 그 선수도 되는 거예요? 그렇게 얘기하셨는데, 그런 와중에 사실 감독이 걱정이 됐어요. 우리는 코치도 안 바뀌었어요. 일류 골키퍼 데려왔는데 일류 코치 아니고, 일류 선수들에 일류 감독이 아닐 수 있거든. 최 감독의 장점은 바뀐다는 거예요. 보통 나이를 먹으면 안 바뀌거든. 근데 진짜 능력 있는 사람은 나이가 70, 80이 되도 바뀌어요. 최윤겸 감독이 나보다 한두 살 많은데, 바뀌더라고. 선수들이 딱 왔는데, P급 지도자 강습회를 다녀와서 처음 들어와서 인사를 하는데, 눈빛이 바뀌어서 오셨어.

처음엔 이런 선수들을 어떻게 감당 하냐, 걱정의 눈빛이었는데, 보니까 눈빛이 환하더라고. 그 아우라를 보고 내 도전의 적임자라고 생각했어요. 고민하다가 고민으로 끝나는 사람도 있는데, 이 분은 고민을 승화시키더라고. 코칭스태프는 감독의 영역이니까. 감독님이 알아서 하세요. 전 무조건 감독 말을 들어요. 대신 책임은 감독님이 지는 것이죠. 

#두 배 이상 늘어난 예산,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예산을 두 배 이상 높였고, 비싼 몸값의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이전의 K리그에서는 선수단 투자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결과로 이어져 많은 팀들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원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따르고 있는데요. 

올해 예산 200억에 대한 얘기를 정말 지겹게 했어요. 패러다임이나, 생각의 프레임을 바꿔야죠. 물론, 항상 그런 일들을 경험한 사람들이니, 그렇게 얘기하는 건 이해합니다. 그래서 아예 프레임이 다르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강원이 해내면, 성남도, 수원도, 안양도, 부천도 더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겁니다. 인천은 적자가 150억이었어요. 이번에 60억을 지원하면서 90억대로 줄었지만, 그래도 100억에 가깝죠. 만약 시가 200억, 300억씩 돈을 내고 있다면, 사장을 그런 식으로 임명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20~30억 정도만 지원하면서 선거 참모를 돌려가며 보내니까. 이런 부분에서 경종을 울리고 싶어요. 

30명의 선수단이 있으면, 뛸 수 있는 선수는 20명 전후입니다. 지자체에서 30억을 지원하면 그라운드에 1억짜리 연봉의 30명이 뛰는 거죠. K리그의 도시민 구단은 연봉 1억짜리 선수가 뛰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1억이면, 요즘 일반 대기업 직원 연봉도 그 정도가 돼요. 그래서 도시민구단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주변의 일본 J리그, 중국슈퍼리그를 이겨서, 아시아에서 1등을 해야 세계로 나가지 않겠나요.

중국은 이기기 어렵다고 해도 일본이나 태국은 이겨야죠. 선수 한 명단 5억 정도라면 30명이면 150억입니다. 지자체가 150억을 지원한다면, 연봉 5억짜리 선수는 상품 가치가 있습니다. 5억짜리 선수는 20억도 될 수 있어요. 하지만 1억짜리는 영원히 1억입니다. 적정 품질이 돼야 하는데, 그 정도가 5억은 되야 가치를 높일 수 있어요.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그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는 낮은 단계의 논의가 아니에요. 지자체장이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시대가 아니라, 진심으로 해당 지자체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희망, 꿈, 삶의 의미를 주는 데 포커스를 둬야 합니다. 150만 인구라면, 일인당 만원만 내면 150억이에요. 축구가 1년 에 만 원 정도의 행복가치만 하나요? 저한텐 100만원 정도 가치는 합니다. 그렇다면 1조 5,000억을 내야하는 거죠.

시민들이 세금을 얼마나 냅니까. 연봉 4,000만원을 기준으로 요율이 30%대에요. 그러면 지자체와 국가에 1,200만원이나 세금을 내고 있다고. 물리적으로 10만원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정신적 행복을 어떻게 줄 것이냐. 세계 최고의 행복을 주자는 미션이 없으니 30억을 내고 마는 거죠. 이게 내 생각입니다. 부임하고부터 이런 설명을 하며 다니고 있어요. 연고를 갖고 있는 프로 구단은, 야구 축구 배구 농구할 것 없이 그 지역의 자치 단체와 언론, 학계의 교수들, 해당 지역 기업, 이 4자가 힘을 합쳐서 시너지를 발휘하면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면 프로구단이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전에 한 적이 있어요. 

11월 20일 이전엔 내 말 듣지 않으려고 했어요. 전 우리 구단만 생각하고 이 일을 맡은 게 아닙니다. 스포츠 전체, 문화 콘텐츠 전체를 생각하고 있어요. 국가가 국민이 몇 천만 원씩 낸 세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일개 구단의 사장이니,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 부임하고 불과 9개월 만에 팀이 달라졌고, 11월 20일이 되니 사람들이 웃으면서 악수를 해주더군요. 고맙죠. 

ACL에 도전하겠다. 도전이 없는 콘텐츠를 왜 하나. 게임은 이기려고 하는 것인데. 나를 이겨야 상대방을 이길 수 있잖아요. 인생은 나 스스로를 이겨야 합니다. 강원도 안에서, 강원FC가 갖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고자, 난 서울에서 온 사람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도에서 이제 내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있어요. 아직 설득이 안 된 분들도 있지만, 그게 결국 가야할 길이죠. K리그에 도시민구단이 많아요. 이 팀들이 바뀌지 않으면 K리그가 바뀔 수 없습니다. 강원을 그런 변화를 이끄는 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다른 구단에서 저런 성공 모델이 있다고 벤치마킹 할 수 있는, 그런 파문을 주는 구단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죠. 

-구체적으로 그 큰 예산을 구축할 수 있는 계획은 무엇인가요? 
그건 내 경영 노하우예요. 사람들이 이상합니다. 저작권이라는 게 있잖아요. 우리도 저작권료를 내고 음악을 사용합니다. 그런 데 사람들은 계속해서 내 경영 노하우를 물어봅니다. 난 결국 완성품을 만들 거예요. 어떤 재료로, 어떤 형태로 만들지는 내 노하우이고, 그게 내 몸값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자꾸 돈을 어떻게 버는지 물어보는데, 그게 내 가치입니다. 그래서 난 계속해서 비싸질 수밖에 없죠. 쉽게 얘기하면 100억짜리 스폰서 하나보다 1억짜리 100개가 낫다. 이 부분입니다. 

-부임한 이후 가장 크게 바뀐 건 역시 구단 직원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 입니다.
이사회에서 38명까지 늘리기로 결정했어요. 우리가 웅비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수와 프런트의 인원은 비슷해야 해요. 한 선수를 한 명이 서포트 해야 한다. 제가 그랬잖아요. 30억 지원하고, 1억짜리 선수 30명으로 1억짜리 경기 보여주는 것. 프런트의 인원이 적다면, 10명 안쪽이면, 나이 많은 한 사람이 다 알아서 합니다. 무능한 나이 많은 한 사람이 구단을 망칠 수 있어요. 하지만 인원이 4~50명이 되면 한 사람이 다 망치지 못해요. 사장이 바뀌어도. J리그를 봐요 프런트가 50명 정도 됩니다. 

아직 38명까지는 되지 않고, 27명 정도가 일하고 있어요. 계속 늘릴 거예요. 지표상으로 보면, 하루에 100여군데 회사와 업체를 들러서 후원의 집으로 스폰서 영입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메시지를 1,000건 정도 받는 데, 그중 절반이 바로 마케팅팀 직원들이 보내오는 영업 보고서입니다. 상담 일지와 결과, 후원 금액, 현물 후원액, 누적 실적 등을 매일 보고 받습니다. 한 달간 하루에 100군데씩 다녔어요. 작년에 후원한 곳은 스물 몇 개뿐이었어요. 2부리그에 있으면서, 구단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았고, 일도 짧은 기간 밖에 못했고요. 

올해는 한 달을 진행했는데, 한 직원의 실적만 봐도 일평균 1.5건을 성사시키고 있고, 현금으로만 1,500만 원 이상, 현물로 6,000만원 이상의 후원을 유치했습니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1년이 되면 한 직원이 500건을 할 수 있고, 100만원씩만 후원한다고 해도 5억입니다. 그런데 지난 한 달 기록으로 추산하면 10억 가까이 되겠죠. 내가 세세하게 언론에 이런 걸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요. 내가 이렇게 일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아무도 모릅니다. 프런트를 왜 늘리냐. 고용창출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한 가지 분명하게 얘기하고 싶어요. 24시간을 강원FC를 위해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현재 27명의 직원 중 인턴이 5~10명 정도 됩니다. 여기서 경쟁을 통해 1명을 뽑아요. 직원을 뽑을 때도 선수 선발과 같은 기준으로 봅니다. E(엘리트 코스)와 A(애티튜드, 자세). 정직원과 계약직으로 38명의 직원을 채우는 게 목표입니다. 계약직 같은 경우엔 스페셜리스트들이에요. 이번에 예술감독과 음악 전문가를 뽑았어요. 우리가 경기 마다 식전 행사를 한 시간씩 하기로 했잖아요. 무대 장치와 공연 준비를 위해 필요한 인력이죠.

외주는 주지 않을 겁니다. 외주에서 늘 부조리가 생겨요. 또, 외주를 주면 구단에서 노하우를 축적하지 못합니다. 앞으로 100년 구단을 만들고, 행사를 할 거라면, 직원이 있어야 하죠. 보통 이런 직종의 직원들은 계약직으로만 와요. 강릉을 연고로 한다는 한계도 있고. 한 시간짜리 식전 행사는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인턴이 주로 지역 소규모 업체 방문을 담당하고, 마케팅 전문가도 뽑았고, 앞으로 경력자들을 더 뽑을 예정입니다. 큰 업체, 기업들은 인턴이 할 수 있는 역량이 안 되니까요. 그렇게 직원을 뽑아야 합니다. 결국 사람이 매출을 올리거든요. 구단은 사람에 투자해야 합니다. 매번 해왔던 사람들로만 채워져 있다면 변화할 수 없어요. 소액 스폰서를 유치하는 것뿐 아니라, 큰 기업부터 다양한 스폰서를 잡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실적을 보니, 소규모 업체의 경우 현금 지원 보다 현물 지원이 상당한데요.
스포츠단은 현금만 아니라 현물도 쌓아야 해요. 구장에 오면 경품 대박 행사에 활용합니다. 만 원짜리 표를 사고 왔지만, 2만원어치를 받아갈 수 있는 거죠. 경품 팡팡! 이런 기쁨도 있어야죠. 지금 창고에 많이 쌓여 있습니다. 이미 야구장에서도 했었고요. 매달 스폰서를 해주시는 담당자 분들에게도 선물로 드리고,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죠. 

-평창 스키점프대를 홈 경기장으로 확정했는데, 경기장 교통 문제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올해는 평창 스키점프대를 쓸 것인데, 우선 단관 버스를 운영해서 해결할 것입니다. 관중이 많이 생긴다면 중반기쯤에는 강원도 버스들이 노선을 만들 수도 있겠죠. 사실 관람 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팬들이 와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느냐 에요. 접근성을 고려할 것이냐, 아니면 관람 복지를 고려할 것이냐. 강원도에는 팬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의 경기장이 없어요. 트랙도 있고, 관중석 경사도 좋지 않고, 매장 시설 등 시스템적으로 안되는 게 많아요.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아주 경기를 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습니다. 모든 걸 취할 수는 없고요. 약간 불편함이 있지만, 그 보다 더 큰 편안함이 있기 때문에 스키점프대가 좋다고 봐요.

-고가 티켓 정책도 화제였습니다. 너무 비싸다는 의견도 있고, 유럽처럼 대진에 따라 가격을 차등 적용한 것에 대해서도 아직은 낯선 분위기입니다.
1~2년 정도 지나면 시즌 티켓이 완판될 거라고 봅니다. 매년 이미 구매한 사람들에게 소유에 대해 본인의 권리를 쓸 수 있게 해드릴 거예요. 3,4년 뒤에는 시즌권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온라인상에서 거래가 가능하게, 양도가 가능하게 할겁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그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죠. 전 시즌권을 사는 건 재테크라고 봐요. 권리를 사는 거니까. 요즘 시대는 권리를 사는 게 중요합니다. 실물로 보이는 게 아니지만, 그 권리가 비전이 있다면 다음에는 큰돈이 될 수 있죠. 이번에 1,400여장을 입도선매한 분들이 이는데, 그분들은 재테크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올해 목표를 만장 판매로 말씀드렸지만, 안될 수도 있죠. 5천석까지는 팔릴 거라고 보는데, 그러면 좋은 자리는 다 팔린다는 거죠. 좋은 자리에 대한 권리, 그 값이 많이 높아지겠죠. 그런 개념을 잡는게 중요해요. 

경기장에 가끔 가는 사람들은 당연히 더 비싸게 내고 와야 하죠. 전 우리 경기를 A매치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선수단을 구축했어요. 우리 경기가 A매치 경기인데 티켓값을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구단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A매치 경기를 좋은 자리에서 만원에 볼 수는 없잖아요. 대신 연간 회원권을 싸게 팔고 있습니다. 사는 순간, 올해 사신 분들은 대박이라고 봐요. 

#스포츠 경영인 전성 시대의 횃불이 되겠다

-어떻게 보면 강원FC를 맡은 것도, 본인에게는 재테크이자, 투자일 수 있는 것인가요?
항상 역사가 그랬어요. 오를 거 같으면, 이미 올랐으면 사면 안 되죠. 전 항상 재테크를 잘한 편인데, 저거 사면 되겠다, 하는데 남들이 아니라고 해요. 그런걸 사야 좋은 재테크예요. K리그는 지금 바닥이에요. 지하에 있죠. 다들 왜 저보고 K리그 2부팀에 가냐고 했어요. 내가 그럼 1부에 가서 할 일이 뭐가 있나. 2부리그의, 진짜 문제가 있는 곳에 가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잖아요. 구단 정상화에 6개월 밖에 안 걸렸습니다. 저는 선명한 사람입니다. 

제가 오늘 인터뷰 통해서 경영의 노하우를 얘기한 것은, 경영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K리그 구단이 안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 방식에 대해 다른 구단도 알고, 다 이해한다면, K리그가 세계 1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제가 죽기 전에 그런 일을 만들고 싶어요. 100살까지 산다고 보면 50년 정도 남은 거죠. 내가 살아있는 동안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있어왔습니다. 아무도 소니를 잡을 수 없다고 했는데, 삼성이 잡았죠. K리그가 EPL을 이길 수 있을까? 세상은 바뀔 거예요. 위대한 생각을 해야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위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위대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제 목표는 언제나 세계 1위입니다. 지금 제가 즐겨 쓰는 것들 중 대부분이 세계 1위로, 그런 환경 속에 살고 있잖아요. 우리도 해보면 되는 거죠.

-네이밍 스폰서십을 추진한 것에 대해선 축구계의 정서를 모르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팬들의 지적도 있었습니다. 구단 명칭 변경은 야구계와 달리 축구계에선 흔치 않은 일인데요. 
그런 사람들이 있나요? 우리는 생존해야 합니까, 아니면 성공해야 합니까? 성공 해야죠. 그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지금 죽게 생겼는데. 생존을 넘어 전진해야죠. 안 팔고도 돈이 많다면 상관없죠. 전 생존 보다 성공을 하고 싶습니다. 

-축구에 투자하고, 축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축구나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결국 도시민 구단의 경우 예산 편성 과정에 이 부분에서 충돌하는데요. 스포츠 분야에서 일하지 않다가 야구단을 거쳐 축구단으로 오게 됐는데. 어떤 이유에서 스포츠 업계로 투신하게 되신 건가요?
축구는 제조업이거든요. 어느 국가든 제조업이 사라지면 노예국가로 예속 되요. 특히 식량 같은 경우는, 워렌 버핏도 조지 소로스도 중요성을 얘기했었어요. 그건 생명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부분이니까. 그런 관점에서 제조업은 발전해야 되거든요. 농업이든 낙농업, 축산업. 기본적으로 어떤 상황에도 국가가 버틸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하거든요. 축구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아니라 삶의 기본 필수품이고, 그래서 제조업입니다. 

제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를 사다가, 그걸 조립해서 팬들이 봤을 때 만족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하죠. 그 공정은 A부터 Z까지 일렬 공정으로 품질 관리를 해서, 인풋 대비 아웃풋을 생산 하는 거죠. 근데 그동안 공정에서 제대로 된 원료를 구매하지 않거나, 구매 방식이 잘못됐거나 또는 원료를 인풋 넣고 공정 과정 중에 편의성을 위해 생략하거나, 이런 과정을 하다 보니 아웃풋 완제품이 나왔고, 외형상 문제없더라도 AS를 계속해야 하는, 그런 결함이 계속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결국 공정 자체의 원가가 불필요하게 올라간 거예요. 

제가 강원에 와서 보니, 다른 구단을 벤치마킹하기보다, A부터 Z까지 공정을 새로 만들어야겠다. 그래서 좋은 재료를 사다가, 우리 구단이 그 재료에 좋은 옷을 입히고, 새로운 디자인에, 더 예쁘게 만들고, 스타 선수를 데려오고, 또 그들이 뛰는 구장을 더 쾌적하고 좋게 만들고. 그걸 감싸고 있는 예술, 음악, 미술, 디자인 이런 것들이 잘 포장지가 되어서 완제품이 팬에게 도달했을 때. '와, 이럴 수 도 있구나.' '와, 내가 정말 축구장에 와서 감동했어. 돈이 아깝지 않아. 더 내고 싶어.' 이런 마음이 들도록 만드는 과정이거든요. 그걸 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오프라인 게임 제작자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완벽하게 선진화 하면, 우리가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는 얘기에요.

-축구가 생활에 꼭 필요한,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품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측면에서 그렇게 보시는 건가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뇌거든요. 뇌를 보호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에게 헬멧 씌워요. 치매에 걸리면 가족이 제일 힘들어요. 가장 위험한 병이 치매죠. 중증 환자는 아무리 몸이 다 부서져도, 완전히 훼손되고 없어지지 않으면,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몸 보다 중요한 게 뇌죠. 물질적으로 발전했다고, 사회가 발전한 것으로 볼 수는 없어요. 아무리 발전해도, 국민들의 뇌가 행복해야 합니다. 뇌가 행복하면, 물질이 좀 부족해도 그게 선진국인 거예요. 뇌가 행복하기 위한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스포츠의 가치는, 생산이 용이하다는 거죠. 생산 프로세스를 완벽하게 만들어놓으면 재생산, 반복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 공정이 비교적 간단해요. 

알다시피 미술이나 음악을 만드는 건 상당히 창조적이어야 하죠. 매번 달라져야 하니까. 그래서 국가가 문화에 투자할 때, 스포츠에 투자하면 효용가치 측면에서, 비용대비 효과가 엄청나게 크죠. 어느 문화 콘텐츠보다 큽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음악이나 미술, 디자인에서 느낄 수 없는 사회적 통합 역할을 합니다. 김연아가 단상 위에 오르면 다같이 울잖아요. 박지성이 맨유에서 뛰면 대한민국 국민으로 프라이드를 느끼죠.

스포츠를 진흥하면 사회적 분열도 해소되고, 갈등도 해소되고, 지역주의도 타파할 수 있습니다. 그런걸 정치인들이 왜 모르는지 이해가 안돼요. 그래서 제조업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래야 국가가 투자를 할거라 봅니다. 제가 제조업이라고 떠드는 건 제가 멍청해서, 1차산업이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정치인들에게, 우리 제조업에 투자해달라고 외치는 거죠. 

-본래 보험 업계에서 일하셨는데, 스포츠 업계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계기가 아니라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겁니다. 20대, 30대, 40대까지도 말을 못하게 다들 입을 틀어막아놨죠. 난 이제 50대가 되었고, 60을 바라보면서,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외치고 있는 겁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왜 만들었을까요. 잡스를 보면서 나도 죽기 전에 잘못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문제제기를 하고자 실천에 나선 겁니다. 누구처럼 잘못된 것만 이야기하고,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는. 미래를 창조하겠다고 얘기하면서 어떻게 창조할지 구체성은 내놓지 못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습니다. 난 그냥 묵묵히 내 프로세스를 시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야구 구단 단장을 먼저 하셨는데, 축구에 대한 개인적 관심은 언제부터 있었나요?
박지성이죠. (웃음) 어릴 땐 시간이 많잖아요. 어려서 기본적으로 A매치는 다 봤고. 한국과 버마랑하던 경기에서 버마, 지금은 미얀마가 정말 잘하던 기억이 나고. 고등학교 때 박종환 감독이 세계 청소년 축구 대회에 나갔을 때, 내가 우리 학교에 미니TV를 갖고 가서 수업 안 듣고 다같이 봤어요. 교련복 입고 소리 지르다가 바지가 다 튿어지고. 그렇게 4강 신화를 창조하는 걸 봤고. 시간이 지나서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걸 보며 자도 프라이드를 느꼈고. 박찬호 선수 경기도 봤죠. 유일한 프라이드였죠. 국민들은 프라이드를 원해요. 인간은 자존감을 요구하고, 국가에 소속딘 국민들은, 국민으로서의 자존감을 원하죠. 요즘은 그런 국민의 자존감과 자존심이 무너진거죠.  

-강원에서 1년이 됐는데, 야구단과 실제로 일하면서 다르다고 느낀 점들이 있나요? 
다른 점을 이야기 하자면 책 한 권 분량은 될 겁니다. 재미있어요. 일단 콘텐츠 자체가 다르죠. 야구는 매일하는 축제고, 축구는 일주일에 한 번하는 축제고. 보는 법도 다르고, 호흡도 다르고. 그 전에는 2인자이고 조력자였지만, 지금은 내가 다 책임지는, 전체 의사결정권자니까. 그 점도 다르고. 아구는 4시간짜리라면, 축구는 2시간짜린데, 그걸 내가 1시간 늘려서 3시간짜리로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팬들이 머물게 해야 하니까. 머물게 해야 매장의 수익이 올라가고, 그만크 행복감을 주는 가치도 올라가고, 경기장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요. 경기 한 시간 전 행사는 아마 세계 최초가 아닐까요. (웃음)

-강원에서 임기가 2년 남았는데, 그 이후에 대해선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내가 어느 포지션에 있을 때 가장 영향력이 크고, 가장 변화와 혁신, 사람들에게 미래의 꿈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할 겁니다. 하지만 내가 아직 성공 모델은 아니죠. 1부 올라와서 런칭만 한 상황이니까요. 저는 스포츠 경영인으로, 먼저 앞으로 나가서 주변의 발전을 이끄는, 표적이 되고 싶어요. (Q.연임에 대한 생각은?) 제 몸값이 비싸서 안될 거예요. (웃음) 저도 프로인데, 프로는 자기 몸값이 자존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선수들의 연봉을 주고 있는데, 경영자들이 사실 선수나 감독보다 중요하거든요. 경영자 연봉은 선수의 최고 연봉, 감독의 최고 연봉보다 높아야 해요. 그런 대가를 치르면서, 제 연봉을 줄 수 있는 구단이 아마 다음 번에 저를 데려가겠죠.

그런 시장이 되어야 우리 후배들이 스포츠 경영에 관심을 가질 겁니다. 스포츠 경영 분야는, 사실 제가 지금 1억도 안되는 연봉을 받고 일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죠. 제가 70억 규모의 팀을 200억 규모의 팀으로 만들었고, 고용이 10명도 안되던 회사를 수십명을 고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브랜드를 만드는 일의 가치는 그런 연봉을 받을 일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단장이나 사장의 연봉이 수백억이에요. 그런 시대의 표상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유서를 두 번 쓰면서, (주/ 조 대표는 암 투병으로 고비를 맞았던 바 있다) 알고 있어요. 삶의 의미는 도전이고, 그 도전을 통해서 후배들에게 횃불이 되는게 중요하다. 언젠가 육신은 먼지처럼 사라져요. 정신만 남을 뿐이지. 내 커리어를 보면 변화가 있잖아요. 축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 하지는 않아요. 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습니다. 축구 말고, 가령 문제가 있어서 농구, 배우에서도 부른다면 갈 수 있죠. 대신 몸값을 많이 치러야겠죠.

기업구단에 그런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퇴직 직전의 임원을 보내는 게 아니라, 대기업에 수십 만명의 직원이 있는데, 그 중 아주 뛰어난 인재를 보내서 한번 해보겠다. 그러면 저도 정면승부해보는 거죠. 구단 대표이사라는 자리를, 누구나 가고 싶은 자리로 만들어야죠. 퇴직 직전에 기업에서 스포츠단으로 오는 건, 낙향이거든요. 그런데 연봉이 100억이라면, 다들 가고 싶어하지 않겠어요? 이 상황을 바꿔야죠. 그러면 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많아질 것이고, 전공 학과도 생길 것이고, 그렇게 우수 인력이 양성되면 K리그가 EPL을 못잡을까요? 

강원에서 도지사님이 그런 연봉을 주신다면, 제가 연임할 수 있죠. 연봉의 50%는 세금으로 내니까, 국가적으로도 좋은거죠.  임기가 3년 인데, 나한테 100억 연봉을 주겠다면 도중에 옮길 수도 있어요. 후배들은 위해 그런 길을 터주는 거죠. 세계적으로는 이런 사례가 있는데, 한국에만 없어요. 그래서 아닌 사람이 구단 사장이 되는 일이 없어지도록 해야죠. 연봉 1억도 안되는 자리에, 그냥 몇 년 있다가 가는 사람들만 있는. 그런 자리가 되면 안돼죠. 스포츠 경영인의 연봉이 100억을 넘어가는 시대가 올 겁니다. 

사진=풋볼리스트, 강원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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