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무르시아(스페인)] 류청 기자= “쟤들 누구예요? 유명한 선수 있어요?”

 

울산현대는 22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무르시아 피나타르 아레나에서 동계훈련 두 번째 연습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AFE(스페인축구선수협회)였다. 울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는 스페인 자유계약선수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었다.

 

어떤 이름이든 생소하긴 마찬가지였다. 울산 선수들은 경기 전부터 궁금한 게 많았다. AFE는 경기 시작부터 A매치와 비슷한 모양새를 취했다. 큰 카메라를 설치해 경기 모습을 촬영하려 했고, 경기 입장도 A매치와 똑같이 했다. AFE 측에서는 울산 측에 “심판과 함께 입장할 수 있도록 심판 뒤로 줄을 서달라”고 수차례 요청하기도 했다. 입장 후에는 A매치 때와 같이 양팀 페넌트를 교환했다.

 

경기는 치열했다. 특히 전반전에 울산 중앙수비수 김치곤과 AFE 공격수 간에 신경전이 거셌다. AFE 공격수 타토는 김치곤을 은근슬쩍 가격하기도 했다. 김치곤과 타토는 계속해서 몸싸움을 벌이다 함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치곤이 조금 억울한 상황이었다. 전반은 1-1로 끝났다. AFE가 울산 수비 실수를 틈타 한 골을 먼저 넣었고, 울산 김인성이 전반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넣었다.

“그냥 지나가는데 뒤에서 무릎으로 찼는데 퇴장 아니에요?”

 

후반을 벤치에서 지켜본 김치곤은 불만을 표했다. 그는 상대 수준을 묻는 질문에 “그런데 잘한다. 저 선수들 유명한 팀에서 뛰었나?”라고 되물었다. 박용우와 김승준도 김치곤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박용우는 “잘한다. 모두 생각보다 실력이 좋은 것 같다”라고 했고, 김승준은 “정말 못하게 생겼는데 잘한다”라고 했다.

 

AFE는 한국에는 없는 단체다. 1985년 설립된 이 단체는 선수들 이익 증진을 위해 활동한다. 특히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지만 팀을 찾지 못한 선수들을 돕는다. FA선수연합이라고 소개된 이유도 여기 있다. AFE는 선수들에게 프로 팀 못지 않은 훈련환경을 제공하고, 계속해서 경기도 만든다. 감독과 코치, 비디오 분석관과 홍보담당자까지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AFE는 기간별로 선수를 모집해 AFE라는 이름으로 경기한다. 이번에 울산과 대결한 팀은 14기에 해당한다. 김치곤과 신경전을 벌인 타토는 무르시아 출신으로 2002년 바르셀로나B팀에서 데뷔해 무르시아, 알바세테, 헤레스, 라스팔마스, 사라고사에서 뛰었다. 2016년에는 인도네시아슈퍼리그 푸네시티에서 활약했다. 김치곤은 이 선수 이력을 듣고는 “아 그랬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반에 골을 넣은 하비토는 2004년 바르셀로나B팀에서 데뷔했고, 올림피아코스와 알코르콘을 거쳤다. 스페인 U-21 대표팀에서도 뛰었다. 이날 뛰었던 선수 중 가장 유명한 선수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 에스파뇰, 파르마 그리고 뉴욕코스모스에서 뛰었던 호세 페르난도 마르케스였다. 이 팀 감독인 로돌포 보디포는 라싱산타데르, 알라베스, 데포르티보라코루냐에서 활약했었다.

 

경기 후 AFE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선수와 코칭스태프 이력과 경기 영상과 사진까지 볼 수 있었다. AFE는 선수들이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말 그대로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었다. 울산과 경기한 정보도 찾을 수 있었다.

 

울산은 이날 3-1로 이겼다. AFE를 만나 ‘이런 팀도 있었네’라고 넘기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직적인 AFE와 한국 현실은 매우 다르다. 한국 FA선수들이 비시즌에 삼삼오오모여 자신들끼리 팀을 만들고 상대를 찾는 것과는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도 선수 권익을 지켜줄 이런 선수협회가 하나쯤 생길 때가 되지 않았을까?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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