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 한국은 여자아시안컵 예선에서 북한과 한 조에 편성되며 월드컵 진출까지 불투명해졌다. 그런데 북한을 피할 방법은 지난해 11월까지 열려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 21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2018 여자 아시안컵’ 최종예선 조 추첨을 진행했다. 한국은 북한, 우즈베키스탄, 홍콩, 인도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대표팀이 예선 본선에 직행하기 위해선 조 1위에 올라야 한다. 한국은 4월 5일 인도전을 시작으로 북한(7일), 홍콩(9일), 우즈베키스탄(11일)과 차례로 만난다.

이 예선이 월드컵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은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예선 조 1위만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북한에 절대 열세다. 일본, 중국 등이 본선에 직행했기 때문에 예선에서 무서운 팀은 북한뿐인 상황이었는데 하필 한 조에 편성됐다. 게다가 경기 장소가 북한의 홈인 평양이다. 아시안컵은 다음 월드컵 예선을 겸한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월드컵에 나갈 수 없다.

북한축구협회가 조 추첨에 앞서 AFC에 최종예선 유치 신청서를 냈고, 11월에 최종 승인됐다. 대회 개최는 북한을 포함해 베트남, 팔레스타인, 타지키스탄이 희망했다.

북한의 AFC 주관 대회 유치 신청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최근 10년 동안 한 번도 AFC에 개최 신청서를 낸 적이 없다. 이번 유치 신청은 실추된 이미지를 복원하고, 아시아 여자 축구 강호로서 명예를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북한은 ‘2011 국제축구연맹(FIFA) 독일 여자 월드컵’ 당시 몇몇 선수들이 도핑 양성 반응을 보여 ‘2014 AFC 베트남 여자 아시안컵’은 물론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도 나서지 못했다. 아시아 3위의 북한이 호주(6위)와 일본(7위)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얻고도 조 추첨 1번 포트에 들지 못한 건 이 때문이다.

AFC는 지난해 4월 최종예선 개최지 모집을 공지했고, 6월 15일까지 신청서를 받았다. 이때 대한축구협회도 대회 유치를 검토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AFC에 의향서를 제출하진 않았다. 개최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었다. 최종예선 한 달 뒤에 국내에서 열리는 FIFA U-20 월드컵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여자 아시안컵 예선은 어느 나라든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대회다. 6월까지 개최국 신청이 다 차지 않아 마감 기간이 연장됐다. 개최지 선정 방식이 선착순으로 바뀐 것도 유치 희망국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개최지는 11월이 돼서야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 AFC는 11월 중순 조 추첨 방식을 알리며, 유치를 희망한 나라에 대해서도 공지했다. 팔레스타인, 베트남, 북한이 신청서를 낸 때였다. 윤덕여 감독도 당시 세미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AFC 하우스에 갔다가 북한 감독으로부터 개최 신청을 확인했다.

이때 한국이 개최국으로 합류했다면 북한을 피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아시안컵 본선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남은 한 장의 개최권은 타지키스탄이 가져갔다. KFA는 1월 초 AFC로부터 팔레스타인, 베트남, 북한, 타지키스탄이 개최지로 확정됐다는 공문을 접수했다. 타지키스탄은 AFC 공문 발표 직전 유치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진다.

개최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한국과 북한이 만날 가능성은 3분의 1이었다. 높은 확률은 아니지만, 이 확률이 현실화될 경우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여자월드컵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개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예선 한 조를 유치하는 것 역시 방법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재빨리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3분의 1이 현실이 됐다.

본선 직행이 익숙했던 축구협회는 예선 유치의 여파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평소 긍정적인 화법을 사용하는 윤 감독은 조 추첨을 마친 뒤 “원하지 않았던 조 편성 결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걱정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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