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중국 쿤밍의 해경기지는 K리그 구단의 단골 전지훈련지다. 올해 해경기지에선 한국어가 유독 자주 들린다. 대구FC와 상주상무가 모두 쿤밍에서 훈련 중이기 때문이다.

두 팀은 숙소도 같다. 상주가 1층, 대구가 3층을 쓴다. 식사시간엔 나란히 밥을 먹는 경우도 생긴다. 상주엔 대구가 원소속팀인 황순민이 있고, 그 외에도 친분이 깊은 선수들이 여럿이다. 두 팀은 같은 날 쿤밍으로 들어갔다. 지난 6일 낮 비행기로 상주가 먼저 떠났고, 대구는 저녁에 이동했다. 상주가 먼저 쿤밍을 떠나는 25일까지 ‘셰어 하우스’ 중이다.

전진훈련을 가는 건 외부와 차단된 곳에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같은 리그 팀과 한 숙소를 쓰는 건 경계의 대상이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선수들이 방에 왔다 갔다 하지 못하도록 처음엔 차단을 했다”고 밝혔다. 훈련 분위기가 부산스러워지는 걸 염려해서였다. 전면 금지까진 아니고 나중엔 아는 선수들끼리 어느 정도 교류하는 건 허용했다.

손현준 대구 감독은 선수들끼리 서로 힘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이 훈련 중 정신이나 육체나 가장 힘들 때다. 그럴 때 상주 선수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하면서 경기 외적인 회복이 잘 되지 않겠나.”

승격팀 대구는 지난해 6강에 든 상주와 한 숙소를 쓰며 '상위권의 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클래식에 계속 있던 선수들이니까, 우리 대구 입장에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선수들의 교류를 좋게 생각하고 있다.”

 

연습경기 맞대결까지

상주와 대구는 지난 20일 연습경기도 했다. 같은 K리그 클래식 팀끼리 연습경기를 하는 건 그리 흔치 않은 경우다. 보통 다른 리그 팀과 경기를 잡기 마련이다. 그러나 쿤밍에 와 있는 중국 팀들이 대부분 2군이거나 하부리그 팀인 가운데, 중간에 국내 팀끼리 하는 경기를 섞어 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매치 에이전트가 두 팀의 경기를 주선하자 이미 친분이 있는 양 팀 코칭스태프가 수락했다.

경기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김 감독은 “선수들끼리 승부욕이 좀 있더라. 우린 원래 클래식 팀이고 대구는 챌린지에서 올라왔으니까. 연습 경기라도 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수들끼리 미팅도 하고 그러더라. 중국 팀과 할 땐 안 그러더니”라고 이야기하며 웃었다. 코칭 스태프들은 딱히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경기 후 함께 식사를 하며 친분을 다졌다.

결과는 상주의 1-0 승리였다. 박희성의 어시스트를 받아 박수창이 골을 넣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사실 1-1 같은 1-0이었다. 끝나기 직전에 대구가 프리킥을 얻었고 바로 때려서 넣었는데, 심판이 간접프리킥이었다고 하더라. 사실 직접프리킥이 맞았던 것 같다”며 일종의 오심으로 이겼을 뿐 승리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승격팀 대구는 동계훈련의 최대 목표 중 하나가 ‘클래식에 대한 적응’이다. 손 감독은 “클래식 팀과 경기할 때 위축되면 안 된다. 매 경기 모든 걸 쏟아야 한다. 거기서 잔류와 강등이 갈린다. 자신감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클래식 팀과 붙어보는 건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력 노출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을까. 두 감독 모두 “정규리그로 들어가면 달라질 것”이라며 당장 상대팀이 어떤 전술을 썼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김 감독은 “두 팀 모두 30% 전력으로 경기했다”면서도 “대구의 3-4-3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며 올해 대구가 할 축구가 어떤 모습인지 힌트를 얻은 눈치였다.

사진= 상주상무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단독] 김주영, 상하이상강서 허베이로 이적
EPL+라리가+K리그+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오프라인 강의
[人사이드] ‘광주의 기적’ 남기일 리더십의 비밀
벤틀리공장서 '해고' 당한 7부리그 선수, 아스널 입단
'음악에 취한' 맨유, 음원 플랫폼 파트너십까지 '확대'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