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한준 기자= 최윤겸 감독은 대부분의 K리그 감독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K리그클래식 승격을 이룬 뒤 국가 대표급 선수들을 손에 넣었다.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2007년 대전시티즌 지휘봉을 내려 놓은지 10년 만에 강원의 승격을 이루며 한국프로축구 최상위 무대로 돌아왔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큰 부담과 책임이 뒤따른다. 울산에서 1차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최 감독을 만나 그가 강원으로 오기 전 보낸 시간, 2017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의 숙제, 그리고 최근 방송 뉴스에 공개되어 화제가 된 ‘호날두 필요 없어’ 발언의 본심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키워드로 정리했다. 

#베트남, 쯔엉: 강원FC는 조태룡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베트남 대표 미드필더 르엉 쑤언 쯔엉 영입을 원했다. 쯔엉은 강원 입단 후 빠르게 팀에 녹아 들고 있다. 여기는 쯔엉의 원 소속팀 호앙아인잘라이를 지휘한 경험이 있는 최 감독의 역할도 적지 않다. K리그로 돌아오기 전, 최 감독이 베트남에서 보낸 시간은 어땠을까?

호앙아인잘라이는 외국인 감독만 썼어요. 제가 갈 때는 일본인 감독을 쓰려고 했는데, 한국인 감독과 저울질 하다가 한국인 감독의 스타일이 강하고, 원칙을 중요시한다, 그런 이유로 한국인 감독으로 하기로 했다고, 당시 단장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된거죠. 사실 국내에서 팀을 찾고 있었는데, 잘 안됐고, 될뻔한 팀도 안되면서... 처음에는 1년만 가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갔어요. 1년 했을 때 사실 국내 팀을 찾으려 했는데, 재계약을 하자고 했어요. 그 당시에는 K리그챌린지 보다 베트남의 조건이 더 좋았고. 힘들기는 했지만 재미도 있었어요. 3년쯤 되니 내가 그만두고 싶었죠. 3년 정도하고 나서는 더 못있겠다고 생각해서 돌아왔어요. 서로 헤어질 때가 됐다고 봐요. 

예전에 명문팀이었는데, 제가 갔을 때는 성인팀을 활성화하는 팀은 아니었어요. 유소년에 집중 투자하는 팀. 베트남 프로 축구의 역사가 깊은 편이 아니에요. (2000/2001시즌 프로 전환) 호앙아인은 창단하고 2001년과 2002년에 바로 우승했어요. 득 회장이 축구를 아주 좋아해서, 옛날에는 선수들과 같이 숙식도 했데요. 베트남 리그에 외국인 선수를 처음 도입한 것도 득 회장이에요. 우승하고 싶어서 가장 잘하는 선수를 모았다고 해요. 

득 회장은 굉장히 검소한 사람이에요. 우리나라의 시골에 가서 볼 수 있는 정도. 청바지 입고, 차도 직접 운전하고. 사업적으로 축구팀을 활용한 것 같아요. 호앙아인잘라이라는 아파트 메이커가 있는데, 호치민, 하노이 등에 많아요. 캄보디아 등 근교 나라에 건설이나 고무 등 다양한 부분에서 사업을 하더라고요. 이제 우승은 할 만큼 했다고 여기고 그 뒤로는 유소년을 성장시키자고 방향을 바꿨어요. 아스널과 제휴하고, 아르센 벵거 감독을 모셔와서 대대적으로 행사도 하고. 훈련캠프가 엄청 커졌어요. 운동장 5면에. 굉장히 화려해요. 

축구적으로는, 선수들을 변화시키는 일에 재미를 느꼈어요. 제가 있던 당시에는 환경이 좋지 않았는데 떠나고 나서 급속도로 바뀌었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시간이 많았어요. 닭도 키우고. 망도 사서 집을 지어 놓고. 그런 소일거리로 시간 보냈어요. 과일 나무에서 과일도 따먹고. 닭을 키웠던 기억이 제일 많이 나요. 병아리를 품으면 그거 안 죽게 하려고 매일 끝나고 가면 지키고 있는거야. 고양이가 많아요, 거기도. 도둑 고양이. 물어가고 그러죠. 그러니까 그거 지켜주려고. 내가 따로 덮어주고 집도 지어주고. 거기는 바나나 잎이 큰 게 굉장히 많아요. 숲이 아주 잘 되어있어서, 그걸로 울타리 다 쳐주고. 

난 시간이 많으니 새벽, 아침에 나가서 운동하고, 저녁에 운동이 끝나면 선수들이 힘드니까 안하지만, 난 할 일 없으니 웨이트장에 가서 운동하고 있으면, 유소년 선수들이 와요. 그때 쯔엉도 자주 만났죠. 장비도 낡았지만, 자세가 엉망이야. 그래서 내가 자세를 시범 보이면서, 이렇게 해라. 그러면서 쯔엉하고 몇몇 선수들 웨이트를 가르쳤죠. 

#폭풍영입, 부담감: 국가대표, 청소년대표를 경험한 한국 축구의 스타 선수들이 강원에 모였다. 이 선수들로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비판은 감독에게 쏠릴 수 밖에 없다. 최 감독은 이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경기력도 좋아야 하고, 성적도 좋아야 하고. 작년에 두세가지 걱정을 했다면, 지금은 일곱, 여덟가지 걱정을 하게 된 건 분명하죠. 

우리가 초반에 잘 해야 한다는 점은 대표님도 그렇고, 나도, 코칭스태프도 잘 알고 있고. 선수들이 먼저 알고 있어요. 우리 선수들이 걱정 하는 것도 그부분이거든요. 초반에 성적이 안나오면, 일단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그게 걱정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는데, 초반에 성적이 안좋으면 분명 밖에서 “그럼 그렇지” 그런 얘기를 들을 것이 머리 속에 있고. 우리가 잘해야 재정적으로도 안정적인 방향을 갈수 있죠. 

3연승까지는 아니어도 지지 않고,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야죠. 밖에서는 결국 결과를 보고 얘기를 할텐데, 별볼일 없는 팀이라는 팀으로 인식이 잡히면 힘들어지겠죠. 저녁이 되면 계속 생각이 나요. 우리가 잘 됐을 때의 상황, 안 됐을 때의 상황.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걸 대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적년에 우리가 2연패를 하면서 시작했잖아요. 그동안 강원이 초반에 안좋다는 징크스가 있었고, 주위에서도 자꾸 얘기하니 지레 겁먹고, 그런 것도 걱정이 되고. 

안정적으로 초반을 운영할지, 아니면 진짜 욕심을 내볼까? 그런 생각도 하거든요. 실패하더라고 일단 공격적으로 나가보고, 배짱 있는 축구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우리 스쿼드가 나쁘진 않으니까. 스리백을 쓰더라도 수비 지향적인 형태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위에서부터 압박하는 축구를 하고 싶어요. 다만 개인 능력이 떨어지면, 한순간에 무너지고, 실점하게 되면 다시 넣기 어렵거든요. 챌린지에서도 지키는 축구에 당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점점 개막이 다가오니 잡생각이 많아져요. 처음에는 부담감 보다 행복하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점점 하면서 내 뜻대로 상황이 다 되는 건 아니니까. 날씨도 안 도와주고, 지금 운동장 상황도 그렇고. (기자 주/ 인터뷰 당시 강추위로 운동장이 얼어 예정된 피지컬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했다.) 사실 전술훈련 하는 중간에 더 강도 높은 프로그램을 준비했거든요. 1시간 30분 프로그램 중에 30~40분은 여유 있는 프로그램이고, 나머지 50분 강도 높은 프로그램인데. 사실 전술 훈련은 강하게 경합하진 않잖아요. 걸어 다니기도 하고, 대신 전술 이해가 높으면 되니까. 날씨 상황이 그러니 중간 프로그램을 줄이고, 패싱 게임 등에서 습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 들더라고요.

오늘 훈련 중에 처음으로 소리를 높였어요. 첫주는 몸을 끌어올리는 시간이고, 잔소리할 시간도 없었고, 어제 훈련도 날씨가 추워서 잘 안됐고, 오늘 훈련도 보니 가만히 있다가는 잘못된 습관이 들겠다. 그리고 얘기를 했는데 바로 효과가 있었어요. 선수들이 빠르게 받아들이니까.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앞으로도, 그렇고 계속해서 내가 선수들 믿어 온 것처럼, 올해도 얼만큼 믿어주느냐. 내가 자꾸 이런 불안감을 머리 속에 갖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하고, 흔들리면 믿음이 사라질 수 있거든요. 

미팅을 할 때나, 개인 면담을 하면서 스리백도 구상하고 있고, 안정적인 경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어요. 우선 선수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니까. 선수들이 받아들여야, 그 방향으로 할 수 있죠. 갑자기 스리백으로 바꾸면, 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 우선 안정적으로 간 이후, 포백을 통해 공격적인 방향으로 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전달했어요. 그래서 포백과 스리백, 두 가지 훈련을 시작했어요. 스리백은 2주차부터 시작했죠. 

단체로 모여서 얘기하면 설득하기가 어렵고, 일대일로 만나면서 선수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1차 전훈 끝나고 일본에 가면 한 번 더 들을 생각입니다. 그때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선수들에게만, 선수들이 원하는 색깔과 그런 축구에 대해서, 감독의 색깔에 무조건 맞추는게 아니라 팀을 위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에 같이 이야기해보려 해요. 

#노땅 감독: K리그는 지금 40대 감독 전성시대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선수로 활약했던 감독들이 대부분 지휘봉을 잡고 있다. 올해 한국나이로 56세가 된 최 감독은 스스로를 ‘노땅’이라고 불렀다. 조태룡 대표이사는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과정에서 최 감독을 신임한 배경으로 노장 감독이지만 변화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노땅 감독으로 K리그클래식에 도전하는 최 감독의 무기는 무엇일까?

식상한 이야기지만, 제 머리 속에 있는 지도자는 한 분 뿐이니까. 니폼니시 감독이 직접 저한테 전달해준 것, 말해준 건 아니에요. 그분을 보면서 터득한 게, 선수와 눈높이를 맞추고, 지도자가 선수들 위해 헌신하면 언젠가는 선수들이 알아준다. 그런 느낌 항상 받았죠. 우리 아이들에게도 물어 봤거든요. 아빠가 이제 노땅 감독인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 너희들같이 말 속 썩이고 말을 안듣는 일이 있으면 못 참을텐데. (웃음) 그런 면에서 전 선수들한테 얘기해요. 너희들은 절제된 행동 속에 잘 참아내고 있다. 사실 우리 아들들은 술도 먹고, 밖에서 생활하면서 늦게 들어오기도 하고. 운동 선수들은 그렇게 못하잖아요. 

그런 일을 떠나서, 이제 우리 아들보다 어린 선수도 들어오는 때가 왔으니까.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가 있는데, 그럴 때 아들이 해준 얘기가 ‘그냥 받아주면 된다’. 이해하고 받아주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돌아온다. 그게 사실 니폼니시 감독님이 저한테 전수해주신 부분이에요. 어차피 경기장에서 뛰는 건 선수들인데, 선수들이 잘 뛸 수 있도록 북돋아주고, 기분도 맞춰주고, 그런 게 좋잖아요. 강하게 하고, 욕하면서 뭐라고 하면 절대 안받아줄 거에요. 전 기본적으로 우리 선수들을 조금만 더 믿고, 더 기다려주려고 해요.

결과는 아무도 모르죠. 우리가 아무리 좋은 축구를 해도 결과적으로 스코어에서 지고, 그게 두 경기, 세 경기가 되면, 좋은 분위기가 확 떨어질 수 있어요. 그러면 좋은 축구도 소용이 없어지죠. 옛날에 진짜 선수들을 때려가며, 나쁘게 하면서도 성적을 잘 내던 감독들이 있었어요. 정답이 없다면,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는 게 좋지 않겠나. 그래도 팀을 위해 애를 썼다고. 나 스스로는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수들 핑계를 대고, 선수를 탓하고. 이제 선수단이 잘 꾸려졌는데 그런 핑계는 소용없죠.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열심히 할 수 있게 만들어주자. 그렇다고 운동장에서 설렁설렁하게 두지는 않아요. 운동장에서는 강하게 어필하고, 다만 밖에서는 얘기를 잘 들어주고. 그러면 선수들도 감독 핑계를 대지는 않겠죠. 

#23세 이하 선수 출전 규정: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무려 13명의 주전급 선수를 영입한 강원의 숙제는 만 23세 이하 선수의 의무 출전 규정이다. 23세 이하 선수 중에는 스타급 선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23세 이하 선수 1명을 선발로 내보내지 않으면 교체 카드가 3장에서 2장으로 줄어든다. 최 감독은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까?

23세 선수들, 물론 써야죠. 작년에는 골키퍼 포지션에서 활용했어요. 올해는 (안)수민이라든가, (임)찬울이도 괜찮고. 양쪽 측면을 다 볼 수 있는 (김)민준이도 있어요. 다른 선수들도 있어요. 선수들 입장에서는 경쟁이죠. 물론, 못쓰게 될 수도 있겠죠. 신인 선수들도 개인별로 미팅했어요.

(안수민은 공격형 미드필더. 두 차례 연습경기에는 최전방에 배치되어 가짜 9번으로 뛰었다. 서울디지털대학교와 경기에 두 골, 원광대와 경기에도 득점했다. 동국대 주장 출신. 서울디지털대와 경기에 주전조와 뛰며 선제골을 넣은 임찬울은 왼쪽 측면 공격수. 한양대 출신으로 2년 연속 U리그 권역 득점왕 출신. 한남대를 나온 김민준은 좌우 측면 미드필더를 볼 수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유청인과 강원 유스 출신 최초로 지난해 1군에 들어온 박요한도 후보군이다. 강원 유스 주장 출신인 박요한은 라이트백 포지션으로 전환했다.)

다들 하는 얘기는 유명한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게 신기하다. 올해는 이런 부분도 선수들에게 다 이해를 시키고 가고 싶어요. 초반에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모든 선수들과 개별 미팅을 하고 있어요. 제가 아무래도 옛날에는 젊은 형 같은 감독이었는데 이제는 우리 애들보다 나이 어린 선수도 있고. 다른 관계가 됐더라고요. 앞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서로 이해를 하겠죠.

#호날두: 최 감독은 방송 인터뷰에 공개된 선수단 미팅에서 “호날두가 상을 받았지만, 그런 선수는 우리 팀에 원치 않는다”고 했다. 국내에 적지 않은 호날두 팬들이 분개했다. 최 감독은 편집되면서 오해가 생겼다고 했다. 최 감독은 왜 호날두가 필요 없다고 한 것일까?

호날두를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플레이 스타일 부분을 설명하려고 한 거에요. 팀 미팅을 촬영하는데 마이크를 채워주더라고요. 팀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발언을 해달라고. 이왕이면 자극적인, 강한 멘트면 좋다고. 생각해봤죠. 자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생각이 안났고,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호날두가 떠올랐어요. 호날두라는 선수가 상을 받았고, 훌륭한 선수다. 그렇지만 우리 팀에는 필요가 없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우리가 그만한 대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돈이 없고, 두 번째는 공격과 수비 다 해야하는 우리 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공격은 잘하지만 수비에 애를 쓰는 선수가 아니니까. 레알 같은 팀에서는 호날두가 열심히 수비를 안해도 다른 선수들이 대체능력이 있으니 되는데, 우리는 정조국 선수가 그렇게 하면 팀워크가 맞지 않는 상황이 되니까. 한 팀이 되기 위해 다같이 공격과 수비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한거에요.

그건 호날두뿐 아니라 메시도 마찬가지에요. 호날두가 온다면 꿈 같은 얘기죠. 호날두 입장에선 내 주급 만큼도 안되는 사람이… (웃음) 들었다면 기분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호날두, 미안하다! 

사진=풋볼리스트, 최윤겸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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