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초호화 군단의 리그. 가장 화려한 축구를 구사하는 리그. 스페인 라리가는 현대 축구의 발전상을 따라는 과정에 결코 놓쳐선 안될 무대다. ‘Football1st’는 세계 축구의 1번가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축구 소식을 보다 깊이 들여다 보고자 한다. 한준 기자가 빠르고 특별하게 준비한다. <편집자 주>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티키타카’ 시대가 도래한 이후 처음으로 레알소시에다드와 ‘아노에타 원정’ 경기에서 승리했다. 바르사는 프랑크 레이카르트 감독이 지휘했던 2007년 5월 레알소시에다드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한 이후 2010/2011시즌부터 지난 2015/2016시즌까지 8번의 아노에타 원정에서 3무 5패를 기록했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해 시작된 전성시대 초입에, 레알소시에다드는 라리가2로 내려가 세 시즌을 보낸 뒤 돌아왔다.

바스크 지역을 연고로 하는 레알소시에다드는 아틀레틱클럽과 더불어 안방에서 강한 팀이다. 이 지역 선수들은 신체 조건이 좋고, 몸 싸움을 즐기며, 선 굵은 축구로 결과를 올려왔다. 바르사에겐 까다로운 팀이었다. 최근 두 팀의 만남은 세 경기 연속 아노에타에서 열렸다. 지난해 4월 레알소시에다드가 홈에서 치른 바르사와 라리가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고, 11월에는 올 시즌 라리가 전반기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바르사가 악몽을 끝낸 20일 새벽(한국시각)의 만남은 코파델레이 8강 1차전 일정이었다. 이 경기에서 바르사의 영웅은 최근 길었던 무득점 행진을 끝낸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였다. 네이마르는 전반 21분경 페널티킥으로 이날 경기의 유일한 득점을 올려 바르사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페널티킥 득점으로 희비가 엇갈릴 정도로 팽팽한 경기였다.

네이마르는 지난 해 10월 맨체스터시티에 4-0 대승을 거둔 이후 장기간 바르사에서 득점하지 못하고 있었다. 11월 브라질 대표팀 경기와 12월 바르사의 카타르 친선 경기에서 골맛을 봤지만 바르사 유니폼을 입고 치른 공식 경기에서는 유독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꾸준히 도움은 기록했으나 문전 마무리 과정에 정확성이 떨어졌다. 

11경기, 1,021분 동안 이어진 무득점을 끝낸 경기는 지난 12일 새벽 치른 아틀레틱클럽과 코파델레이 16강 2차전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도 네이마르는 페널티킥으로 득점했다. 후반 3분 성공시킨 페널티킥이 3-1 승리 과정의 결승골이 됐다. 이 경기는 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로 이어지는 MSN 트리오가 모두 골맛을 보며 2017년 공식 경기 첫 승을 올린 의미 있는 경기였다.

페널티킥으로 올린 득점이지만, 네이마르의 자신감을 올려주기 위해 밀어준 상황은 아니었다. 네이마르 자신이 드리블 돌파를 통해 얻어낸 기회였다. 경기력도 전반적으로 좋았다.  스페인 스포츠 신문 ‘스포르트’는 레알소시에다드전 바르사 선수 평점에서 네이마르에게 최고점인 8점을 줬다. 메시는 7점, 수아레스는 6점이었다.

‘스포르트’는 네이마르에게 8점을 주면서 ‘파괴자(Rompedor)’라는 표현을 썼다. 아노에타 원정 10년 무승의 고리를 파괴한 의미도 있지만, 경기 내내 레알소시에다드 수비 조직을 파괴한 역할이 컸다. 네이마르는 이날 지속적으로 왼쪽 측면에서 문전 중앙 지역으로 진입하며 날카로운 드리블 돌파를 선보였다. 페널티킥 득점 이상으로, 네이마르의 돌파 시도가 이날 경기 균형을 흔든 결정적 변수였다.

네이마르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방식도 화제다. 골키퍼의 움직임을 끝까지 지켜보며 시도하는 네이마르의 페널티킥 기술은 ‘파라디냐(Paradinha)’라고 불린다. 스페인에서 ‘멈추다(Parar)’라는 뜻을 가진 단어에 포르투갈식 애칭을 합성해 만든 단어다. 네이마르는 킥을 위한 도약 도중 속도를 늦추며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거의 정지 자세에 가까운 채로 슈팅한다. 

언뜻 보기에 골키퍼가 속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두 경기 연속 안정적으로 성공했다. 네이마르는 “잘 작동하고 있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른발 킥력이 워낙 좋은 네이마르는 골키퍼의 심리전은 물론, 골문 구석을 정확히 찔러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하고 있다. 이러한 페널티킥 방법은 FC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뛰고 있는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 공격수 이승우도 시도하고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경기에서 여러 차례 성공시켰다.

에우세비오 사크리스탄 감독은 선수 시절 바르사의 레전드였으며, 레알소시에다드 부임 전 경력이 바르사B 감독이었다. 레알소시에다드 역시 좋은 경기를 했고,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특히 네이마르의 득점이 나오기 전 전반 11분에 미켈 오야르사발이 측면에서 맞은 득점 기회에서 허공을 가른 슈팅을 날린 것은 두고 두고 아쉬웠다.

이후에도 레알소시에다드는 역습 상황에서 몇 차례 좋은 장면을 만들었으나 골 결정력에 아쉬움이 컸다.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바르사의 공격을 적절히 제어했지만, 필요한 순간에 득점하지 못한 것은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레알소시에다드는 올 시즌 라리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승점 32점으로 5위에 올라 있다. 3위 바르사와 승점 차가 6점에 불과하다. 레알소시에다드는 아직 코파델레이에서 탈락한 것은 아니다. 27일 새벽 바르사 원정으로 2차전 경기를 치른다. 오는 4월에는 라리가 원정 경기도 예정되어 있다.

설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안방에서는 바르사에 강했지만, 원정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5년 치른 두 번의 바르사 원정에서 0-2, 0-4로 무득점 완패를 당했다. 2014년 치른 코파델레이 맞대결 당시에도 원정 경기에서는 0-2로 졌다. 바르사 원정에서 20년 넘게 이기지 못했다. 최근 기록은 무려 19연패다. 

이 경기에서 바르사 입장에서도 안 좋은 소식이 있다. 중원 빌드업의 핵심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전반 종료 이후 부상으로 교체된 것이다. 지난 해 바르사는 이니에스타가 부상으로 이탈하 기간 경기력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다. 레알소시에다드가 노릴 수 있는 변수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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