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 “루카스 레이바(30)가 리버풀에 남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위르겐 클롭 감독)

이달 초까지만 해도 루카스가 리버풀을 떠날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영국 ‘BBC’ 등 주요 언론은 루카스가 인테르밀란(이탈리아)으로 임대될 것이고, 협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갈라타사라이(터키)와 그레미우(브라질)도 루카스를 노리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클롭 감독의 결정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클롭은 루카스를 지키기로 했다. 19일 새벽(한국시간) 플리머스아가일과 가진 ‘2016/2017 잉글랜드FA컵’ 3라운드(64강전) 재경기에서 루카스가 주인공이 됐다. 루카스는 조 고메즈와 짝을 이뤄 센터백으로 나섰다. 루카스는 플리머스의 역습을 안정적으로 걷어냈다. 때에 따라선 적극적으로 전진해 직접 공격하기도 했다. 전반 19분, 필리페 쿠치뉴가 올린 코너킥을 루카스가 헤더로 연결해 선제결승골을 넣었다.

루카스는 지난 시즌 리버풀의 주전이었지만 높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2007/2008시즌을 앞두고 리버풀로 이적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루카스가 뛰는 동안 라파엘 베니테스, 로이 호지슨, 케니 달글리시, 브렌든 로저스를 거쳐 클롭까지 감독이 계속 바뀌었다. 

리버풀 이적 이후 적응기를 거쳐 세계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재목으로 인정받던 루카스는 부상으로 인해 경력이 휘청거렸다. 2011/2012시즌 전방십자인대 파열, 2012/2013시즌엔 햄스트링과 인대 파열이 컸다. 이후에도 사타구니, 종아리 등을 다쳐 그라운드를 떠났던 일이 잦았다.

부상과 함께 레이바의 실력도 급감했다. 아직 노장은 아니지만 순발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기존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할 수 없었다. 지난 시즌 루카스는 클롭 감독 아래서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상대가 루카스를 제치면 한 발 늦은 수비를 하다 경고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27경기에서 경고를 8장이나 받았다. 

이번 시즌 초반, 클롭 감독은 조던 헨더슨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붙박이 배치했다. 루카스는 후보가 됐다. 센터백 마마두 사코가 구단과 마찰을 빚으며 이탈한 뒤엔 수비진에서 결원이 생겨도 루카스가 투입됐다. 후반 수비 강화용으로도 쓰였다. 

클롭 감독은 이적설이 팽배했던 루카스를 연습경기와 2군 경기에 내보내며 경기 감각을 조율해 왔다. 클롭 감독은 플리머스전이 끝난 뒤 “플리머스는 우리를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그들은 체력적으로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루카스는 안정적이었다. 누구든지 (이적설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나는 루카스가 우리 팀에 남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루카스의 잔류를 선언하는 말이었다.

루카스는 후반기에도 리버풀에서 후보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지만 팀 사정상 없어서는 안될 선수기도 하다. 헨더슨의 백업과 센터백 후보를 모두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코의 이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센터백 영입 움직임이 없다. 유럽대항전에 나가지 않는 리버풀은 더블 스쿼드를 구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계속 루카스에게 비상시 대안 전력 역할을 맡긴 채 남은 시즌을 보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절정의 기량을 지닌 건 아니지만, 불만 없이 묵묵하게 벤치와 선발을 오가는 선수도 중요한 존재다. 루카스는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주전의 공백에 대처하고, 주전이 돌아오면 다시 벤치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선수다.

플리머스전에 선발 출장한 미드필더 케빈 스튜어트와 센터백 조 고메스를 비롯, 클롭 감독이 적극적으로 출장 기회를 주고 있는 유망주들에겐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리버풀은 스타 선수를 영입하기보다 루카스와 함께 남은 시즌을 보내고, 유망주들의 성장세를 지켜보며 경제적으로 팀을 운영할 수 있다. 클롭의 선택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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