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초호화 군단의 리그. 가장 화려한 축구를 구사하는 리그. 스페인 라리가는 현대 축구의 발전상을 따라는 과정에 결코 놓쳐선 안될 무대다. ‘Football1st’는 세계 축구의 1번가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축구 소식을 보다 깊이 들여다 보고자 한다. 한준 기자가 빠르고 특별하게 준비한다. <편집자 주>

40경기 동안 지지 않던 레알마드리드가 세비야 원정으로 치른 지난 주말 ‘2016/2017 스페인 라리가’ 18라운드 경기에서 무너진 뒤 연패를 당했다. 19일 새벽(한국시각) 셀타비고와 치른 코파델레이 8강 1차전에서 1-2로 졌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레알 지휘봉을 잡은 이후 겪은 첫 연패다. 이번 패배는 안방 산티아고베르나베우에서 당했다. 셀타비고가 레알과 원정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무려 10년 만의 일이다. 

승리를 거둔 에두아르도 베리소 셀타 감독과, 2연패를 겪은 지단 감독 모두 “놀랄 만한 경기는 아니었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레알의 경기가 아주 무력했던 것은 아니었다. 셀타는 올 시즌 이아고 아스파스를 첨병으로 위협적인 공격을 펼쳐 순항하던 팀이다. 코파델레이 8강까지 올라온 사실 외에 올 시즌 라리가 순위표에서 8위에 올라 있다. 승점 27점으로 4위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 격차는 7점 정도다.

레알 침몰의 포문을 연 아스파스는 올 시즌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이상 14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2골)가 주도하는 라리가 득점왕 경쟁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았다. 11골을 기록 중이다. 세 선수 외에 유일한 두 자릿수 득점자다. 레알이 무패 행진을 이어오며 가장 큰 고비로 지목된 경기는 1월 코파델레이 일정이다. 라리가는 1월에 16강과 8강 일정을 모두 진행하며, 이로 인해 4주 연속 주중 경기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체력 관리가 가장 힘든 달이다.

지단 감독은 적절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며 40경기 연속 무패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난적 세비야를 세 차례나 상대해야 하는 일정 속에 결국 무패 기록이 깨졌다. 몇몇 주축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했고, 특히 정신적 피로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팽팽하던 전반전 이후 후반전에 순식간에 나온 셀타의 두 골은 레알 수비진의 집중력 상실이 큰 문제였다.

물론, 레알이 집중력을 잃도록 만든 배경에는 아스파스의 영리하고 기민한 전방 움직임과 테오 봉곤다의 역동적인 좌측면 돌파 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세르히오 라모스는 경기 도중 아스파스와 격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경기를 임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피로도가 상당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세비야전부터 라모스는 몇몇 상황에서 평정심을 잃는 모습을 보였고, 이 경기에서 아스파스를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

베리소 감독은 “겨울 휴식기가 우리에게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반면 지단 감독의 경우 “세비야전 패배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나서 잘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하지만 변명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잘 하던 바스케스를 왜 뺐냐는 질문에 지단 감독은 “피로를 호소해서 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모두 레알 선수단은 셀타와 비교했을 때 좋은 흐름 속에 경기하지 못했다. 

지단 감독은 호날두를 원톱으로 세우고 좌우에 마르코 아센시오와 루카스 바스케스를 배치했다. 미드필드진에는 토니 크로스와 카세미루, 루카 모드리치가 자리했다. 포백은 마르셀루, 라모스, 라파엘 바란, 다닐루가 구성했다. 호날두에게 득점 책임을 지우기 보다 크로스와 모드리치가 연결해 아센시오와 바스케스가 슈팅 기회를 포착하도록 했다. 둘은 서로 영역을 넘나 들며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적중하지는 못했다. 카세미루가 풀백 전진 상황에 수비를 커버했다.

셀타는 레알을 상대로 전방 압박보다는 안정적으로 중원 지역에서 공간을 제어한 뒤 빠른 역습으로 레알 수비 뒷 공간을 노렸다. 베리소 감독은 “훈련의 결과”라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훈련을 통해 준비한 것이 자동적으로 나왔다. 엄청나게 훈련했고, 훈련이 잘됐다. 레알이 최고의 팀이라는 점에서 더 협업이 잘돼야 했다. 우리는 더 빨리 공격해야 했다.”

레알 입장에서는 불운도 있었다. 후반 19분 선제 실점 과정에서 마르셀루가 달려들며 걷어낸 크로스 패스가 아스파스 앞에 떨어지며 완벽한 슈팅 기회를 내줬다. 아스파스의 위치 선정이 좋았지만 공이 조금만 멀리 나갔다면 대비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레알은 곧바로 4분 뒤 마르셀루가 강력한 발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며 기세를 올렸다. 다시 1분 만에 신속한 셀타 공격에 실점했다. 

레알은 후반전에 알바로 모라타, 마테오 코바치치, 벤제마를 차례로 투입해 3-4-3 형태로 총공세에 임했다. 경기 막판 벤제마에게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왔다. 아스파스에게 찾아온 것과 비슷하게 근거리에서 골키퍼가 중심을 잃었다. 수비 육탄 방어를 피하고자 윗그물을 향해 강하게 찬 벤제마의 슈팅이 허공을 갈랐다. 세계적인 골잡이들이 좀처럼 놓치지 않는 기회였다. 이 골이 들어갔다면 최소한 무승부를 챙길 수 있었다.

아직 원정 2차전이 남았다. 셀타가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오르는 유리한 상황이다. 베리소 감독은 “오늘 승리한 경기 보다 더 잘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레알이 설욕을 위해 불같이 달려들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속단하지 않았다. 지단 감독은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겠다”고 했다. 어쩌면 40번의 무패 보다 두 번의 패배가 팀의 발전에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남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밀린 패배가 두 번 찾아온 것이다. 카세미루는 “전반전에는 잘했다. 득점을 못했을 뿐이다. 만회할 기회가 있다”고 했다. 위기를 말할 정도로 부진한 경기는 아니었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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