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병수 서울이랜드FC 감독을 향한 의구심 중 하나는 ‘그동안 선수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9일 서울이랜드에 부임하며 프로 감독에 첫 도전을 시작한 김 감독은 지난 8년간 영남대를 대학 축구 정상권으로 이끌며 ‘아마추어 명장’으로 불렸다. 김 감독 특유의 패스, 점유율, 조직을 강조하는 축구 스타일 역시 화제를 모았다. 여기서 배출된 이명주, 신진호, 손준호, 김승대 등이 포항스틸러스에서 자리 잡으며 김 감독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다만 위 선수들 모두 포항 유소년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김 감독이 선수들 덕을 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했다. 나아가 김 감독의 축구가 좋아 보이지만 수준 높은 선수가 없으면 구현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 감독의 축구를 소화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건 사실이다. 김 감독은 조직적이고 빠른 축구를 선호한다. 화려한 드리블 능력까진 아니지만 상대 수비를 잠시 붙잡아놓고 동료를 도울 수 있을 정도의 기본기, 늘 동료를 의식하며 움직이기 위한 집중력과 지구력 등이 필요하다. 한두 명의 영웅이 아니라 팀 전체가 공을 공유하길 원한다는 건 모든 선수들이 공을 잘 다루고 패스가 정확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술 철학이 확고한 감독일수록 더 좋은 선수를 필요로 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현상이다. 결국 김 감독의 축구가 서울이랜드에서 성공하려면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단의 고른 수준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서울이랜드는 세간의 의구심을 받기도 한다. 창단 이후 2년이 지나며 스타 플레이어들이 계속 빠져나갔다. 아직 외국인 선수 수급이 전혀 되지 않은 서울이랜드를 하위권 전력으로 보는 관계자들도 있다. 골키퍼 김영광을 제외하면 프로에서 이름을 알린 선수가 없다는 지적엔 일리가 있다.

서울이랜드 관계자는 전체적인 수준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스타 선수들을 갖고 있었지만 이름값이 떨어지는 팀들에게 밀려 승격 기회를 내줬다. 올해는 우리 선수들이 거꾸로 이름값에 비해 좋은 활약을 해 줄 차례”라며 유명 선수는 부족하지만 전체적인 수준은 좋다고 반박했다.

“대학보다 프로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단의 전반적인 수준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으며, 감독의 지도를 선수들이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관계자는 이적 시장 처음부터 김 감독이 관여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추가 영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감독의 성향을 선수 수급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세 명 정도 국내 선수를 더 충원해 김 감독의 요구에 맞출 생각이다.

외국인 선수는 김 감독 부임 전 예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 공격자원이 될 거라고 밝혔다. 김 감독이 원하는 기준을 감안해 구단이 후보를 추리고 있으며, 감독이 원하는 우선순위대로 영입을 시도할 거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팀보다 외국인 선수가 늦게 합류한다는 건 문제지만 감독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명주, 신진호, 손준호 등 김 감독이 양성한 스타 미드필더들은 공통점이 있다. 화려한 기술보다는 기본기가 좋고, 공을 끌지 않고 빠르게 순환시키는 스타일이며, 공수 양면에서 고루 기여하는 선수들이다. 서울이랜드에도 ‘제2의 이명주’로 만들 수 있는 원석이 있어야 김 감독의 축구가 빛을 낼 수 있다. 김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고 기술을 갖춘 선수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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