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한준 기자= 강원FC가 울산에서 진행 중인 1차 전지 훈련에서 프리시즌 첫 연습경기를 치렀다. 17일 오후 울산미포구장에서 서울디지털대학교와 30분씩 3쿼터로 연습경기를 했고, 5-0 대승을 거뒀다. 실전 보다는 발을 맞추고 몸을 푸는 의미의 경기였지만 의미 있는 첫 걸음이다.

울산에서 1차 전훈 중인 강원은 며칠 사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훈련 강도를 줄였다. 17일 오전 훈련도 본래 1시간 가량의 체력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그라운드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볼 돌리기와 슈팅 훈련 등 가볍게 땀을 흘리는 정도로 마쳤다.

서울디지털대학교와 연습 경기에 소집 선수가 100% 임할 수도 없었다. 공격수 이근호, 윙어 김경중, 미드필더 황진성 등이 경미한 근육 통증과 부상 등으로 참가하지 않았다. 

최윤겸 감독은 1쿼터에 주력 선수들을 내보내고, 2,3쿼터에는 입단 테스트 중인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들을 내보냈다. 첫 연습 경기는 조직 훈련의 성과를 중간점검하는 의미도 있지만, 입단 테스트 중인 선수들의 기량, 23세 이하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이 선수들이 최소 60분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영입한 스타급 선수들은 30분 내지 45분 가량을 소화한 뒤 물러났다. 

최 감독은 첫 연습 경기에서 두 가지 포인트를 강조했다. 공격 상황에서의 빌드업, 그리고 공격이 차단되었을 때 대응이다. 특히 공격 차단 상황에서 볼을 빼앗겼을 때 전진 압박으로 지연하고, 파울로 차단하거나, 다시 끊고 공격으로 전환하는 플레이에 대해 많이 주문했다.

최 감독은 “센터백 라인을 많이 올렸다. 실제 리그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팀을 상대해야 한다. 일부러 더 많이 공간을 생기도록 하고 위험 상황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보고자 한다. 더 어려운 상대를 만나면 그런 위기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볼과 함께 하는 훈련을 강조하는 최 감독은 1차 훈련부터 전술 훈련을 진행 중이다. 라인을 높이고,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 진영에서 경기를 하길 바라는 최 감독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배후 수비 공간의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는가에 올 시즌 성패가 달렸다고 보고 있다.

#빌드업의 중심 ‘볼란치’ 오범석

1쿼터 선발 명단은 박선주-안지호-강지용-백종환이 포백을 구성하고, 오승범과 오범석이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섰다. 정조국이 원톱으로 나서고 임찬울-문창진-김승용이 2선 공격수로 자리했다.

강원 후방 빌드업의 중심은 오범석이었다. 최 감독은 “오범석을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뒤에서 볼 연결이 잘되면 위에 서지만, 여의치 않으면 우측 센터백 자리나, 두 센터백 자리로 내려가 스리백을 이루며 공을 전개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오범석의 주 포지션은 라이트백이다. 센터백도 볼 수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본 적도 있지만 빈도가 많지는 않았다. 최 감독은 오범석의 다재다능함과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좌우 풀백이 측면으로 넓게 벌리고, 두 측면 공격수를 중앙으로 좁혀 들어가는 공격적 전술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빌드업 중심이자 수비 커버링 역할을 오범석에게 맡겼다. 

실제 연습 경기가 진행되자 오범석이 수시로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을 오가며 볼 배급 중심 역할을 하며 경기를 조율했다. 또 다른 미드필더 오승범이 오히려 오범석 보다 앞으로 올라가 전진 수비를 해주고, 때로는 문창진이 오범석 옆으로 내려와 빌드업을 함께 하기도 했다. 미드필드 삼각형이 활발하게 자리를 바꿔가며 경기했다. 최 감독은 “범석이 더 올려!”를 외치며 최종 수비 라인을 하프라인까지 끌어 올리며 공격적인 경기를 주문했다. 

#최대 고민은 23세 이하 선수, 측면 공격수에게 요구하는 것

최 감독은 전날 전술 훈련에서 2선과 배후 선수들이 공격 상황에서 더 적극적으로 문전으로 진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연습 경기에서 최 감독이 그라운드를 향해 가장 많이 이름을 부르며 위치를 지적한 선수는 신인 임찬울이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임찬울에게 보다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요구했다.

최 감독의 축구에서 좌우 측면 공격수는 날개 자리가 아니라 문전 지역으로 좁혀 들어와서 빌드업 코스를 만들어야 한다. 임찬울은 습관적으로 측면으로 벌렸고, 때로는 수비 전환 상황을 신경 쓰며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자주 나오자 거듭 주문이 들어갔다. “바깥에 안 있어도 돼! 더 안으로 들어와! 뒤로 내려가는 걸 신경 쓰지 마! 앞에 있는 볼을 견제해!”

물러나는 수비가 아니라 전방 수비, 중앙으로 진입해 볼을 받아주고, 상대 견제를 분산할 수 있는 적극적인 공격을 추구했다. 전술 훈련 과정에서도 최 감독은 2선 및 배후 선수들에게 “더 올라가! 내 볼이라고 욕심을 내!”라고 자주 외쳤다. 정조국을 중심으로 공이 투입되지만, 그 볼을 자신이 이어 받아 슈팅할 수 있다는 적극성을 갖고 모두가 뛰어들라고 요구한 것이다.

최 감독은 “안 쪽으로 들어와서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해줘야 한다. 우리가 약속한 플레이가 되기 위해선 그 자리에 가줘야 한다”며 임찬울의 위치를 자주 잡아준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겨우 훈련 2주차에 돌입한 만큼 공격 지역에서 빌드업이 원하는 수준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오범석을 중심으로 한 배후 빌드업과 역습 커버 상황은 안정적이었지만, 5-4-1 포메이션으로 두터운 수비를 내세운 서울디지털대학교의 골문을 여는 게 쉽지 않았다. 득점에 근접한 서너 차례 슈팅이 있었지만 골라인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무산되는 기회가 많이 나왔다.

최 감독은 “과거에는 대학팀을 만나면 큰 골 차이로 쉽게 이겼다. 요즘은 그렇지 않더라”며 대학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했다. 1쿼터 종료 무렵까지 골이 들어가지 않자 “대학 선수들이 자신감이 오르면 더 어려워진다. 한 골이 들어가야 잘 풀릴텐데…”라며 걱정의 눈길로 경기를 바라봤다.

연습 경기 첫 골은 1쿼터 종료 1분 전에 나왔다. 수 차례 위치를 지적 받던 임찬울이 시도한 헤딩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며 득점으로 연결됐다. 최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23세 이하 선수 출전 규정이다. “매 연습 경기마다 23세 이하 선수를 투입해 점검할 것이다.”

2쿼터에 강원은 문창진과 김승용, 오승범 등을 쉬게 하고 2선 지역에 두 명의 테스트 선수를 투입했다. 중앙 미드필진에는 세르징요가 들어갔다. 2쿼터 15분이 지나자 정조국, 임찬울, 백종환, 강지용, 박선주 등도 나왔다. 신인 안수민이 제로톱, 김민준이 왼쪽 공격수로 나섰다. 라이트백 자리에는 강원 유스 출신으로 프로가 된 박요한이 나왔다. 수비수 이용과 레프트백 정승용이 들어갔는데, 이 선수 정도만 주전급 선수였다. 오범석도 빠지고 쯔엉이 투입됐다.

#다득점에 의미는 없다…쯔엉 위치는 수비형 미드필더

테스트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은 강항 의욕을 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서울디지털대학 선수들의 집중력도 흔들렸다. 테스트 수비수가 멋진 발리 슈팅으로 득점했고, 안수민이 세 번째 골을 넣으면서 강원이 경기를 주도했다. 3쿼터에는 수비수 이용의 헤딩 슛과 안수민의 논스톱 슈팅으로 5-0이 됐다. 

교체로 들어간 쯔엉은 오범석이 맡았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섰다. 4-2-3-1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보면 세르징요과 짝을 이뤘다. 세르징요가 측면과 전방으로 활동 공간을 가져간다면, 쯔엉은 포백 앞에서 볼을 뿌리고 조율하는 후방 플레이메이커였다.

쯔엉의 후진 배치는 전방 압박이 미흡한 측면도 있지만, 최대 장점이 패싱력이다. 실제로 이날 전방 측면 공간으로 감각적인 로빙 패스를 연결한 플레이는 탄성을 자아냈다. 강원 선수들이 쯔엉을 인정하는 부분은 창조적 패싱 능력이다. 위치상으로는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강원 수비의 무게 중심이 전방에 있기 때문에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오범석은 경기를 마친 뒤 표정이 밝았다. 베테랑 선수들 가운데서도 최근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오범석은 새 역할에 대해 “수원에서도 가끔 했다. 어렸을 때 포항에서도 한 적이 있다. 아직 조금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조금 더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동계 훈련을 통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오범석은 “더 중요한 자리라 책임감도 생긴다. 실제 리그 경기와는 다를 것이다. 아직 서로 잘 모르고, 체력 훈련도 병행 중이라 몸이 다들 조금 무거운 것 같다. 춥고. 점점 좋아질 것이다. 이긴 것 보다 부상 없이 끝낸 게 가장 좋다”며 첫 언습 경기의 소감을 밝혔다. 

첫 연습 경기를 5-0 대승으로 마친 최 감독은 “아직 완벽하진 않다.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나 의욕적인 부분에선 칭찬할 부분이 분명 있다. 며칠 안해서 전술 이해도가 떨어질 줄 알았는데 빌드업 과정이 골과 연결되진 않았지만 괜찮았다. 결졍력은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총평했다.

다득점에 대해선 “2,3쿼터는 골에 대한 의미는 없을 것 같다. 첫 쿼터에 비중을 뒀다. 골만 없었지만 찬스를 많이 만든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경기 중심이 된 오범석에 대해 “전술 이해도가 좋다. 잘 해줬다. 중앙과 측면 빌드업 과정, 공이 없을 때 압박, 볼란치 위치에서 컨트롤 능력 등이 잘 됐다”며 호평했다. 

강원은 25일까지 울산에서 1차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남은 기간 울산에서 원광대, 서남대와 두 차례 연습 경기를 더 치른다. 2월에는 일본 가고시마로 이동해 실전형 연습 경기를 갖는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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