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남해] 김정용 기자= 김병수 서울이랜드FC 감독의 훈련은 보기 드물 정도로 시끄러웠다. 감독이 먼저 뛰자 선수들도 함께 뛰었다.

지난 9일 선임이 발표된 김병수 신임 감독은 곧장 경남 남해의 힐튼남해리조트 및 인근 훈련장에서 진행 중인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김 감독은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영남대를 지도하며 대학 축구의 강자로 올려놓은 인물이다. 아마추어 축구계에 머무르면서도 화제를 모았다. 프로 입성과 함께 주로 두 가지 기대를 받고 있다. 첫 번째는 패스와 조직력을 중시하는 독특한 전술이고, 두 번째는 포항스틸러스 주전 선수를 다수 길러낸 육성 능력이다.

16일 전지훈련지에서 본 김 감독의 훈련은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동시에 자극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 사이를 끝없이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직접 전술을 지시하고, 각 상황에 따라 열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시한 플레이가 되지 않으면 즉시 지적했고,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면 큰 소리로 “예스, 예스”를 외쳤다. 김영광, 이도성 등 선수들이 가장 인상적인 점으로 꼽은 것도 “엄청나게 열정적이시고 축구를 정말 좋아하신다는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오전 훈련은 체력 측정을 위한 오래달리기 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에 김 감독이 직접 지도한 시간은 약 35분에 불과했다. 김 감독은 “공격에 대한 정보를 간단히 주려고 해”라고 운을 뗀 뒤 약 30분 동안 총 세 가지 상황별 훈련을 진행했다. 스루패스를 주는 선수와 받는 선수의 요령, 공을 주고받으며 슛까지 연결하는 요령, 크로스에 이어 슛까지 연결하는 요령 등 세 가지였다.

김 감독은 이론가일 뿐 아니라 ‘숙련된 조교’였다. 김 감독은 ‘디테일’을 중시했다. 선수들끼리 알아서 호흡을 맞추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트래핑과 움직임을 해야 유리한지 몇 가지 원칙을 세워놓고 선수들이 거기 따르도록 했다. 설명할 땐 직접 시범을 보였다. 선수 시절 ‘비운의 천재’라는 별명이 생기게 만든 발목 부상의 여파로 여전히 다리가 약간 불편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내가 보여줘야 하는 단계”라며 중요한 기술들을 직접 시연했다.

특유의 열정은 오후 훈련에서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오후 훈련은 오버래핑과 2대 1 패스에 이어 슛까지 날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김 감독이 말하는 훈련의 요점 중에선 다른 팀 훈련장에서도 많이 본 내용이 있었지만, 전달 방식과 구체성은 독특한 면이 있었다. 원하는 공격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을 때마다 “포인트에 맞추라고”라고 소리치던 김 감독은 시간이 지나며 “포인트! 포인트!”를 거푸 외쳐댔다.

“예스! 예스! 21분 걸렸습니다!” 김 감독이 지시한 공격 패턴이 수비를 뚫고 정확히 구현됐을 때 김 감독은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감독의 흥분과 함께 소리를 크게 치며 흥분해 온 선수들도 패턴 플레이 훈련 하나가 성공했을 뿐인데 골 세리머니를 해야 한다며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어진 공 점유와 압박 훈련도 겉보기엔 일반적인 훈련과 비슷했지만 분위기는 한층 열정적이었다.

프로 16년차로서 다양한 감독을 경험해 온 김영광은 김 감독에 대해 “독특하다. 굉장히 디테일이 살아있고 열정적이다. 훈련장 분위기를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서울이랜드 관계자는 “이렇게 열정적인 훈련 분위기는 처음”이라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훈련이 잘 되면 기분이 좋다고 하시더라. 감탄사도 많이 쓰시고, 훈련에 몰두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김영광은 “(신)화용이가 장기계약은 안 부러운데 새 감독은 좋겠다고 하더라. 포항에 있을 때 김 감독님에 대해 많이 들었나 보다”라고 했다.

미드필더 이도성은 “오늘 보신 건 세부적인 훈련이고 전술훈련은 따로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전술훈련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열정과 디테일로 전달력을 높인 김 감독식 훈련을 겪은 선수들은 상지대와 가진 첫 연습경기에서 조직적인 공격으로 대승을 거뒀다. 큰 의미는 없는 결과지만, 선수들은 경기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조짐으로 보고 기대를 높이고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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