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한준 기자= 베트남 대표 미드필더 르엉 쑤언 쯔엉(22)은 2017시즌 K리그클래식 도전 2년 차를 맞이한다. 인천유나이티드로 임대되었던 지난 2016시즌에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리그 경기 출전 기회는 단 네 차례. 주로 R리그 무대에 있었다. 잠재력을 인정 받았지만 믿음을 받지 못했다.

강원으로 재임대된 2017시즌은 시작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구단 대표이사와 감독 모두 강하게 원해서 이뤄진 영입이다. 조태룡 강원 대표이사는 지난 해 여름 이적 시장부터 쯔엉 영입을 원했고, 쯔엉의 원 소속팀 호앙안지아라이를 지휘했던 바 있는 최윤겸 감독 역시 쯔엉의 능력에 기대를 보내고 있다.

조 대표이사가 쯔엉 영입을 원한 이유는 우선 기량이다. “지금 보여준 기량과 나이를 감안했을 때 몇 년 뒤에는 분명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건이 우선이다.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대해 조 대표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라면 마케팅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이라는 입장이다.

최 감독 역시 울산에서 진행 중인 1차 전지 훈련 2주차에 접어들면서 “선발 선수로 내보낼 수 있겠다는 실마리를 보고 있다”고 했다. 최 감독은 “쯔엉에게 수비 가담, 전방 압박을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힘들어 하고 있지만 잘 따라오고 있다”며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동료 선수들과 사이도 각별하다. 이날 오후 훈련을 마친 뒤 쯔엉은 지난 시즌 강원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주전 레프트백 정승용과 활발하게 대화를 주고 받으며 걸어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손짓을 해가며 웃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막역해보였다.

최 감독은 “정승용이 영어를 잘 한다. 쯔엉과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다.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한 선수들이 있어서 쯔엉과 영어로 잘 소통하고 있고, 나도 베트남말을 거의 잊었지만 쯔엉에게 베트남말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고 전했다.

쯔엉의 룸메이트는 팀내 또 다른 외국인 선수 세르징요다. 최 감독은 “그래도 서로 말일 잘 통하는 선수끼리 있어야 좋을 것”이라는 이유에서 배정했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과 외국 선수들 사이에 벽이 있어서가 아니다.  

결정적으로 쯔엉이 강원 선수들 사이에 녹아 든 배경에는 비디오 축구 게임 ‘위닝일레븐’이 있다. 쯔엉은 이번 전훈 길에 자신의 플레이스테이션을 갖고 왔다. 강원 선수들은 정조국, 오범석 등 베테랑 선수들까지 가릴 것 없이 쯔엉의 방을 찾아 위닝 게임을 즐기며 서로 사이가 돈독해지고 있다. 쯔엉의 방이 강원 선수들의 사랑방이 된 셈이다.

16일 진행된 전술 훈련에서 강원 선수들은 한국 말로 쯔엉에게 포지셔닝에 대해 소통하며 조직 훈련을 가졌다. 강원 관계자는 “쯔엉이 한국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훈련 중에 하는 이야기들은 거의 다 이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최 감독은 보다 확실한 지시를 내리기 위해 영국에서 유학한 한상혁 피지컬 코치를 통해 쯔엉에게 세밀한 전술 지도를 하고 있다.  

쯔엉은 최 감독에 대해서도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쯔엉이 호앙안지아라이 유소년 선수로 있던 시절 1군 감독이던 최 감독이 웨이트 트레이닝 자세를 세심하게 가르쳐 준 기억이 있다. 당시 최 감독은 베트남 생활 도중 1군 훈련 이외 시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때 마주친 유소년 선수들의 자세를 잡아주고, 지도해주곤 했다. 

물론 쯔엉의 강원 적응이 마냥 쉬운 것 만은 아니다. 이날 훈련을 마친 뒤 쯔엉은 "너무 힘들다"며 녹초가 된 모습을 보였다. 베트남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강추위 속에, 한 시도 집중력을 놓아선 안되는 훈련 분위기를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최 감독은 "전술 훈련 집중도를 높이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훈련량을 줄여서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쯔엉은 아직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쯔엉은 16일 오후 진행된 전술 훈련의 마지막 과정인 자체 연습 경기에서 안수민, 오범석 등과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로 한국 선수들과의 호흡에서 뒤쳐지지 않았다. 인천에 받은 상처는 강원에서 빠르게 치유되고 있다. 쯔엉의 K리그 도전은 2017시즌이 본격적인 시작이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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