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남해] 김정용 기자= 서울이랜드FC는 육성의 대가로 알려진 김병수 전 영남대 감독과 함께 기대를 모으는 팀이다. 김 감독을 반기는 선수 중엔 스무 살 안팎 유망주뿐 아니라 33세 이도성도 있다.

16일 경남 남해의 힐튼남해리조트에서 전지훈련 중인 이도성을 만났다. 이도성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2007년 대전시티즌, 이후 내셔널리그 안산할렐루야에서 뛰다 K리그 챌린지 합류(이후 고양자이크로로 연고지 및 팀명 변경)를 거쳤다. 고양에서만 프로 129경기 2골 5도움을 기록하며 꾸준히 활약했다. 고양이 해체된 뒤 팀이 없던 이도성은 올해 서울이랜드에 합류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대학 무대에서 선수들을 육성해 왔다. 포항스틸러스의 유소년 시스템을 타고 올라온 유망한 선수들을 K리그 최고급 미드필더로 키우며 유명해졌다. 30대 언저리의 선수들이 김 감독과 만나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우여곡절을 거쳐 온 챌린지 선수들은 김 감독과 만나 늦게 꽃을 피우는 꿈을 꾼다. 이도성이 그중 하나다.

“감독님 제자들이 유명하잖아요. 이명주, 손준호처럼 어린 선수들이 아주 잘 됐죠. 그런데 제 나이에 김병수 감독님 만난 사람은 없단 말예요. 이 나이에도 감독님의 전술을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 가져올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갖게 해 주고 싶어요. (김병수의 첫 번째 30대 히트작이 되고 싶다는 건가요?) 네. 그렇죠.”

이도성은 챌린지 최하위 고양에서 뛰어 왔고, 플레이스타일이 성실한 살림꾼에 가까워 눈에 띄지 않았다. 170cm에 불과한 키, 33세 나이는 취직에 불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고양이 공중분해된 뒤 가장 먼저 프로팀에서 재기할 기회를 잡았다. 후배 이예찬과 함께 서울이랜드 유니폼을 입으면서다. 이도성은 프로 선수로서 생존하는 걸 넘어 30대에도 여전히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김 감독이 동기를 제공했다.

“앞으로 재계약을 해 가면서 서울이랜드에 오래 있고 싶어요. 아직 며칠 안 됐지만 감독님도 너무 좋고요. 감독님과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 김병수 감독님이 어떤 스타일이신지 잘 몰랐을 땐 막연하게 ‘화려한 선수를 좋아하실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기적인 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동료를 이용하라고 하시는 걸 보면서 저도 잘 따라간다면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도 포인트를 많이 올리기보다 성실하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거든요.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김 감독은 부임 일주일 만에 선수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미드필드 플레이를 강조하고 기술 축구를 한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테크니션만 이 팀에 적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패스를 간결하게 돌리며 조직적으로 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술이 그리 좋지 않다고 인식됐던 센터백 이명주를 국가대표 미드필더로 키운 사례도 있다. 이도성처럼 평범해 보이는 선수들도 김 감독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따르다보면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꾼다.

“첫 번째 목표는 감독님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는 거고, 그 다음은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슈틸리케 감독님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대표팀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처럼 보이지만, 이도성에겐 나름의 근거가 있다. 고양에서 뛰던 2015~2016년, 이영무 당시 감독에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도성이를 보러 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자꾸 고양 경기장에 왔는데 그때 자신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도 의외였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대표팀과 자신이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의욕이 커졌다. 선수라는 직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을 긍정적인 태도로 극복해 왔다는 이도성은 국가대표 가능성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동기부여의 계기로 삼는다고 했다.

지난해 고양은 챌린지 최하위를 전전하다 연말이 다가오며 프로 탈퇴 움직임을 보였고, 결국 사실상 해체 상태가 됐다. 우여곡절 많은 이도성의 선수 인생에서도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였다. 프로 첫 팀이었던 대전에서 2년 만에 방출된 뒤 고양(전신은 할렐루야)에서 8년간 뛰면서도 그리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유지하진 못했다. 임금 체불은 흔한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는 가장 다사다난했다.

“고양에선 항상 어려웠어요. 월급이 제때 안 들어오는 것 때문에 감독님도 선수들도 많이 힘들어했죠. 그래도 경기장에서만큼은 선수 본분에 충실하자는 마인드를 갖고 싶었고, 그 힘든 가운데 이겼던 경기도 있거든요.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뛰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임금 일부를 받지 못한 채 고양이 없어졌고, 몇몇 팀의 계약 제의가 있었지만 한 달 반 정도를 팀 없이 보냈다. 서울이랜드에서 먼저 제의가 왔을 땐 정말 기뻤다고 한다. 이도성은 지속 가능한 선수 생활에서 그치지 않고 30대 중반에도 더 성장하고 싶어 한다. 성실하게 플레이해 온 한 축구선수의 꿈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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