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맨체스터(영국)] 김동환 기자=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더비 데이(Derby Day)’가 펼쳐졌다. 축구에 대한 열기가 뜨겁기로 소문난 잉글랜드 북서부 최고의 더비가 펼쳐졌다. 맨체스터를 연고로하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 그리고 리버풀과 에버턴이 리버풀과 맨체스터를 오가며 축제를 만들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와 리버풀의 중앙역은 축구팬들로 가득했다. 맨체스터발 리버풀행 기차에는 에버턴의 구디슨 파크로 향하는 맨시티의 팬들이 가득했다. 리버풀의 하늘에 승리의 ‘블루 문’을 띄울 기세였다. 반대편 승강장에 위치한 리버풀발 맨체스터행 기차에는 올드트라포드로 향하는 리버풀의 팬들의 가득했다. 클롭 감독의 가면을 쓴 팬들은 주제 무리뉴 감독이 지키는 ‘꿈의 극장’을 점령하기 위해 길을 떠나고 있었다.

#전반전 : ‘블루 더비’ 머지사이드 승리, 과르디올라 ‘눈물’

한 시즌 동안 펼쳐지는 수 많은 리그 경기 중 일부이지만, 21번째 라운드는 특별했다. 공교롭게 두 도시의 팀들이 간절함을 안고 만났다. 경기가 먼저 펼쳐진 구디슨 파크의 주인, 에버턴은 상위권 도약을 위해 꿈틀대고 있었다. 리그 3경기 연속 무패를 달렸다. 맨시티는 지난 19라운드에서 에버턴의 이웃인 리버풀에게 0-1로 덜미를 잡혔다. 머지사이드 원정에서의 악몽을 떨쳐내고 선두권 도약을 꿈꿨다.

 

에버턴의 로날드 쿠만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담담했다. 목표인 챔피언스리그권 진입을 위해 맨시티를 반드시 잡고 올라서야 하는 간절함이 있었고,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가진 실력만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리도 가능하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중원의 핵 이드리사 게예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로 전력으로 이탈해 공백이 컸지만 조직력으로 맞서겠다는 각오였다. 맨유에서 이적한 모건 슈나이덜린이 있었지만 팀 적응 시간이 부족해 18세의 영건 데이비스를 내세웠다.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주춤거린 맨시티는 에버턴을 반드시 잡아야 다시 선두권 경쟁에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일카이 귄도간과 페르난지뉴가 징계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해 고민이 컸다. 결국 돌아온 공격이 핵 세르히오 아구에로에게 기대를 걸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에버턴을 상대로 리그 7경기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패배시 선두권에서 ‘추락’한다는 절박함이 무기였다.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맨시티가 지배했다. 특유의 끈끈함으로 에버턴이 공을 잡을 기회를 좀처럼 주지 않았다. 90분간 맨시티는 무려 70%가 넘는 점유율을 선보였다. 두드리면 열릴 것 같은 에버턴의 골문을 끊임없이 공략했다. 에버턴은 뒤로 물러서서 단단히 버텼다. 수비만 한 것은 아니다. 상대가 하프라인을 넘어 공격을 개시하면 강한 압박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공을 잡으면 무조건 최전방을 향해 연결했다. 루카쿠와 배리, 미랄라스가 달렸다. 그리고 전반 34분 루카쿠의 ‘한방’이 터졌다. 맨시티는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라인을 더 끌어올렸다. 후방이 느슨해졌고 후반 2분 케빈 미랄라스가 추가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후반 34분에는 톰 데이비스가 리그 데뷔골로 쐐기골을 박았다. 추가시간에는 아데몰라 룩만이 역시 데뷔골을 기록하며 축포를 쐈다.

 

‘거함’을 잡은 쿠만 감독은 경기 활짝 웃었다. 승리와 함께 상위권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것도 수확이지만, 데이비스와 룩만이라는 어린 선수들의 활약 역시 미소를 선사했다. 특히 데이비스는 에버턴의 유소년 시스템을 걸친 핵심 유망주로, 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로 주목을 받아왔다. 룩만은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지난 5일 찰턴애슬레틱에서 입단해 교체 맴버로 투입되었는데, 짧은 시간에 코칭스태프와 동료들 그리고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경기 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고개를 숙인 채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기회를 만들었지만 결국 문을열지 못했다”며 “이게 축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맨시티는 4위권 밖인 5위로 밀려났다. 6위 맨유와의 승점차는 2점으로 좁혀지게 됐다. 에버턴은 여전히 7위를 유지했지만, 상위권과의 승점차를 좁히며 상위권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경기 후 구디슨파크는 축제의 현장으로 변했다. 맨체스터행 기차에 오른 맨시티 팬들은 침묵을 지켰다.

#후반전 : ‘레드 더비’ 무리뉴와 클롭, 모두 울고 웃었다

맨체스터행 기차에 오른 리버풀의 팬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노멀 원(Normal ONE)’ 클롭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은 어느 때 보다 강했다. 지난 해 10월 안필드에서의 무승부를 재현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었다. 올 시즌 단 두 차례 밖에 패배를 기록하지 않은 탄탄함이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맨유와의 경기를 통해 승리를 거두고, 1위 첼시와의 격차를 줄인다면, 오랜 숙원인 리그 우승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었다. 힘찬 여정에 맨유라는 상대를 꺾을 수 있다면 천군만마와 다름없었다. 맨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리뉴 감독이 팀을 이끈 후 시즌 초반 주춤했지만 9경기 연속 승리, 15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순항을 거듭하고 있었다. 선두권 팀들의 선전 탓에 순위를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승점차는 꾸준히 좁혀가고 있었다.

 

양팀의 간절함은 올드트라포드를 찾은 팬들에게서도 묻어났다. 평소 다른 경기보다 2배 이상 많은 경찰 병력이 동원되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리버풀의 팬들은 조용히 경기장에 입장했고, 맨유의 팬들은 홈 경기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더욱 큰 목소리로 승리를 기원하며 원정팀을 맞이했다. 경기 전 양팀 감독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클롭 감독은 특유의 웃음이 넘쳤다. ‘노멀 원’의 첫 마디는 “평소대로(Normal) 경기를 하겠다”였다. “승리를 위해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리뉴 감독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긴장감이 표정에 흘렀다. 무리뉴 감독은 “최근 경기를 통해 맨유는 올바른 궤도에 올랐다. 정체성을 찾았고, 오늘도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승리의 길이다”라고 밝혔다. 표현은 달랐지만, 중요한 일전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선수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음을 뜻했다.

 

경기는 팽팽했다. 서로 강한 압박을 펼쳤고, 누구도 쉽게 상대의 골문을 노리지 못했다. 무게추가 기운 것은 전반 27분이었다. 포그바가 페널티 박스에서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밀너가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리버풀은 물러서지 않았다. 자기 진영을 더욱 탄탄히 했지만, 공격을 펼치려 했다. 맨유는 후반 시작과 함께 캐릭을 대신해 루니를 투입해 무게를 전방에 뒀다. 경기를 지켜보던 올드 트라포드의 팬들은 박지성의 응원가를 불렀다. 이미 팀을 떠난 선수이지만, 박지성이 현역 시절 보여줬던 모습을 현재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에게서 찾고 싶어했다. 후반에는 대부분 리버풀의 진영에서 경기가 펼쳐졌다. 승기를 잡은 리버풀은 시간을 적절히 끌며 상대를 자극했다. 몇 차례 맨유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미뇰레의 눈부신 선방이 빛났다. 끊임없는 맨유의 공격은 결국 골을 불러왔다. 후반 39분 즐라탄의 골이 터졌다. 펠라이니와 발렌시아가 함께 도운 득점이었다. 올드 트라포드는 용광로로 변했다. 팬들의 함성은 커졌다. 양팀은 여전히 강한 압박으로 맞섰다. 맨유와 리버풀 모두 90분간 올 시즌 평균 이하인 70%를 조금 넘는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어려운 경기였다. 4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고,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을 던졌지만 추가골에 실패했다.

 

양팀은 승점 1점을 나눠 가지며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맨유는 홈에서 무승부를 거뒀지만, 패배에 가까웠던 상황에서 탈출해 끈끈함을 보였다. 순위는 6위로 변함이 없었고, 16경기 무패기록을 이어가며, 무리뉴 감독이 언급한 궤도를 이탈하지 않았다. 정체성도 유지했다. 경기 후 무리뉴 감독은 “맨유와 리버풀 모두 평소보다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팬들에게는 재미가 있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며 “만약 시간이 더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래도 “경기는 계속되고, 맨유는 다음 경기를 통해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며 희망 섞인 이야기를 내놨다. 클롭 감독은 더욱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승점 2점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순위 역시 3위로 하락했다. 클롭 감독은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선수들은 정말 모든 것을 다 했지만, 나는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경기 전 보여줬던 환한 웃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후 귀가를 재촉하는 올드 트라포드의 팬들은 두 감독들과 대조적이었다. 리버풀 팬들은 원정지에서 패배를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만족한 채 리버풀행 기차에 올랐다. 맨유의 팬들 역시 나름의 자신감으로 뭉쳤다. 무리뉴 감독과 함께 패배하지 않는 팀으로 변모했다는, 당초 목표였던 4위권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저력을 가진 팀이라는 자부심이 넘쳐 흘렀다. 팬들만 보면, 양팀은 모두 승자였다. 맨체스터와 머지사이드의 대결은 1승 1무로 마무리됐다. 단순한 한 라운드 경기, 혹은 치열한 더비 관계를 가진 팀들의 대결을 초월했다. 두 도시간의 자존심을 건 싸움은 잉글랜드의 주말을 뜨겁게 장식했다.

 

사진=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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