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깊다. 격렬함 속에는 치열한 고뇌가 숨어 있다. 보이지 않는 축구의 세계로 들어가려면 다리가 필요하다. ‘풋볼리스트’가 축구에 지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마련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축구를 둘러싼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준비한다. <편집자주>

“동계훈련이 중요해요. 선수에겐 한 시즌 동안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기간이예요.” 올해 강원FC로 이적한 공격수 이근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고전했던 이유로 이적 과정이 지체되면서 프리시즌 훈련을 팀과 함께 보내지 못한 것으로 꼽았다. 

K리그 팀들은 1월 체력 훈련, 2월 전술 훈련 및 연습 경기 등으로 3월 개막하는 리그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K리그의 시즌 준비 상황을 살펴보면 유럽이나 인근 J리그와 비교했을 때 긴 편이다. 상대적으로 오프 시즌 휴식기도 짧다.

또 하나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점은 프리시즌 체력 훈련의 강도다. 국내 팀들의 체력 훈련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극한까지 몰아 간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체력 훈련 강도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전 중심으로 경기 체력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감바오사카에서 5년 차 시즌을 맞이한 국가 대표 수비수 오재석은 수원삼성과 강원FC에서 활약한 뒤 일본으로 건너 갔다. 국내에서도 체력훈련 강도가 강하기로 유명한 김학범 감독의 지도를 받아 봤고, 일본에서도 훈련 강도가 약하기로 유명한 감바에서 뛰고 있다.

두 방식을 모두 경험해본 오재석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몸 상태가 좋았을 때는 김학범 감독님과 함께 했을 때, 그리고 감바의 방식으로 훈련했을 때다. 강한 체력 훈련을 했을 때, 점프력 등 몸이 통통 튄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바에서는 팀 훈련 외 선수의 개인 훈련까지 제한할 정도로 훈련량이 적다. 그런데도 몸이 좋았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일본 J리그는 물론, 유럽 구단의 경우 선수의 개별 훈련을 실제로 구단이 엄격하게 금지하는 경우가 있다. 유럽에서 네 시즌 동안 뛴 윤석영도 한국보다 유럽 팀 훈련량이 적다고 했다. 유럽과 일본 모두 부상 방지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기본적으로 운동량이 많으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는 얘기다. 

오재석은 “감바의 피지컬 코치가 얘기하기로는, 프리시즌에 강한 훈련을 하지 않아도 결국 시즌을 진행하다보면 체력 상태는 평균에 수렴한다고 한다. 프리시즌에 많은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에서 경험한 훈련 방식에 대해 “강한 체력 훈련은 정신적 측면에서 우선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미 한국식 훈련에 익숙한 오재석은 여전히 추가적인 개인 훈련으로 꾸준히 몸 만들기에 임하고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프리시즌을 준비하게 된 과학적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정답은 없는 것일까?

국내 스포츠의학 권위자인 스피크 퍼포먼스센터의 정태석 박사는 “프리시즌의 강한 체력 훈련은 선수들의 체력을 더 빠르게 끌어올린다. 시즌 초반부터 강한 체력 상태로 시즌을 치를 수 있다. 적은 운동량으로 시즌을 준비하면 서서히 몸 상태가 올라간다. 후반기에는 몸 상태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정 박사의 말대로 동계 훈련 강도가 높은 K리그 팀들의 경우 초반부터 강렬한 경기를 보인다.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체력적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일본 J리그 팀들의 경우 후반기 들어 경기력이 상승 곡선을 그리며 정점의 경기력을 보인다. 두 리그의 시즌 막판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

또 하나 결정적 변수가 있다. 한국의 경우 오프시즌 선수들의 휴식기간이 2~3주 가량으로 짧다. 유럽의 경우 한 달 가량 휴가를 준다. 한 달의 시간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오프시즌 권고 사항이기도 하다. 계절적 차이에 따라 한 달 이상을 쉬는 리그도 있다. 일본의 경우 일왕배 참가 일정이 변수다. 매해 1월 1일에 경기를 한다. 일왕배 8강 이상의 성적을 내는 팀들은 휴가가 한 달 미만으로 짧아지고, 일찍 탈락한 팀은 50일 가까이 늘어나기도 한다.

정 박사는 휴식 기간의 차이가 훈련 강도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했다. “오프시즌이 짧으면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 올리는 것이 용이하다. 반면 휴식기간이 길다면 그만큼 선수들의 몸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갑자기 강도 높은 훈련을 할 경우 부상 위험이 커진다. 긴 휴식이라면 한 달 정도다. 짧은 것은 2주다. 한 달 가량 쉬는 리그의 프리시즌 훈련 강도가 높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도 있다.”

2주라는 시간은 스포츠 과학적으로 의시있는 시간이다. 선수가 훈련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면 탈훈련 효과가 발생한다. 2주 동안은 그동안 운동으로 쌓은 근력이나 감각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 2주를 넘어가는 시점부터 탈훈련 효과가 높아진다. 한국 선수들은 2~3주 가량의 휴식 기간을 부여 받기 때문에 몸 상태가 크게 떨어지지 않은 와중에 프리시즌에 돌입한다.

2016시즌 K리그 일정은 여느 때보다 일찍 끝났다. 각 팀들은 2주 가량 마무리 훈련을 한 뒤 선수들에게 휴가를 줬다. 유럽이나 일본에서 마무리 훈련은 보통 존재하지 않는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휴가에 돌입한다. 전통적으로 한국 축구는 합숙이 많았고, 겨울 훈련도 길었다. 선수에게 긴 휴가를 주고, 개별적으로 몸 관리를 맡겨온 문화가 아니다.

유럽이나 일본 선수들이 한 달 가량 휴가를 갖지만, 한 달 동안 아예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탈훈련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액티브 레스팅’ 개념의 개인 운동으로 최소한의 몸 상태를 유지한다. 정 박사는 “유럽이나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쉴 때는 각자 프로그램을 갖고 개인 운동을 하면서 쉰다”고 했다. 

어떤 방식이 더 옳고 그른 것은 아니다. 더불어 피지컬 코치의 컨디셔닝 목표는 모두 시즌이 가면 갈수록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선호한다. 강한 훈련으로 시즌 초반부터 체력을 끌어올리는 계획을 짰다고 해서,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에는 여름 휴식기나 시즌 진행 도중 적절한 휴식으로 선수단의 몸 상태를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모든 선수들의 몸 상태와 체력 상태가 같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휴식 기간 동안 몸 관리 상태도 제각각이다. 코칭 스태프는 프리시즌 일정이 시작되면 선수의 개별 컨디션을 과학적으로 체크해 각자 상황에 맞는 강도의 훈련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획일적인 방식은 몇몇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처방이 될 수 있다. 

글=한준 기자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단독] 김주영, 상하이상강서 허베이로 이적
EPL+라리가+K리그+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오프라인 강의
[人사이드] ‘광주의 기적’ 남기일 리더십의 비밀
벤틀리공장서 '해고' 당한 7부리그 선수, 아스널 입단
'음악에 취한' 맨유, 음원 플랫폼 파트너십까지 '확대'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