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문슬기 기자= 이기형 감독이 팀을 이끈 건 햇수로 두 해째지만, 진정한 시작은 지금부터다.

인천유나이티드가 지난 시즌 극적으로 잔류할 수 있었던 데엔 이기형 감독대행의 역할이 컸다. 이 감독대행은 시즌 막판 팀을 맡아 6승 3무 1패의 성적을 만들었다. 강등을 걱정하던 인천은 마지막에 잔류라는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인천은 이 감독대행의 능력을 인정해 새 시즌을 앞두고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인천은 14일 태국 부리람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 감독 체제로 치르는 첫 전지훈련이다. 이 감독은 출국 3일 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풋볼리스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본격적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기에 앞서 이 감독의 향후 계획과 각오를 듣기 위한 만남이었다. 이 감독은 처음으로 갖게 된 ‘온전한 시즌’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을 이야기했다. 특유의 차분한 어조 속엔 힘이 있었다. 이 감독의 2017시즌은 이미 시작돼 있었다.

아래는 이기형 감독 인터뷰 전문.

- 2016시즌 막판에 팀을 맡아 6승 3무 1패의 반전 드라마를 썼다. 극적으로 잔류하고 무슨 기분이었나?

정말 믿기지 않았다. 나도 축구에 대해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당시엔 공격적인 축구, 재미있는 축구 등은 생각도 못할 때였다. 일단 무조건 강등만 피하자는 심정이었고, 실제로 팀 운영도 잔류에만 초점을 맞췄다. 목표를 이뤘다는 실감은 한참 후에 들었다.

- 덕분에 정식 계약까지 체결했다. 감독대행이 아닌 감독으로서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나?

11월 말에 구단과 새로 계약했기 때문에 새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온전히 계획할 수 있게 된 이후 구단에 “가급적이면 팀 구성을 마친 상태에서 전지훈련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다시 강등 압박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빨리 팀을 갖추고 하루라도 더 손발을 맞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단에서 뜻을 이해하고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 구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덕분에 우린 개편 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로 태국으로 떠날 수 있게 됐다.

- 지난 12월 8일 문선민 영입을 시작으로 제법 알차게 스쿼드를 보강했다.

말한 것처럼 전지훈련에만 집중하기 위해선 서둘러 팀을 구성하는 게 중요했다. 영입 전에 필요 포지션을 재점검하고 보강에 들어갔다. 공격을 비롯해 다양한 포지션에서 영입이 이뤄졌다.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기존 선수들까지 더해 잘 훈련한 뒤 매 경기 최적을 찾겠다.

- 공격과 미드필더 보강은 충분해 보인다. 측면 수비와 골키퍼 영입도 잘 됐다. 그러나 중앙 수비가 취약해 보이는데?

인정한다. 중앙 수비 숫자가 적다. 외국인 선수 부노자를 포함해 총 네 명이다. 지난 시즌엔 김대중과 이윤표가 역할을 맡았다. 스쿼드 보강을 거의 마친 상태지만, 추가 영입을 알아 보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이미 웨슬리, 부노자, 달리를 데려오면서 외국인 선수 자리를 모두 채웠지만, 아시아쿼터를 통해 한 명을 더 영입할 계획이다. 해당 선수는 중앙 수비와 바로 앞 수비형 미드필더를 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수비력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완성해야 한다. 그래서 더 빨리 새 시즌을 준비하려고 했다. 태국 전지훈련에서부터 수비 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 김동민, 김석호 등을 비롯해 총 9명의 신인 선수를 영입했다. 리스트엔 박명수, 김진야 등 인천이 키운 국가대표급 유스도 있다.

아직 어리고 유능한 선수들을 여럿 영입했다. 우리 팀의 미래도 고민해야 했다. 신인 선수라고 기회를 못 잡으라는 법은 없다. 부임 이후 선수들에게 제일 먼저 이야기한 것이 ‘간절한 선수라면 누구라도 그라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경기에 나설 최종 11명은 충분한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정해질 것이다. 어린 선수들도 출전에 대한 열의가 있고 잘 준비돼 있다면 얼마든지 나설 수 있다. 솔직히 유럽 선수들을 생각하면 마냥 어린 것도 아니다. 이미 유럽에선 18, 19세 나이로 세계 최고 클럽에서 뛰기도 하지 않나? 인천에 들어온 유망주들에게 이제 프로가 됐으면 자동적으로 무한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코칭스태프에게 인정받아 경기에 나서라고 했다.

- 코칭스태프 개편도 눈에 띈다. 수석코치 직을 없애고 피지컬 코치를 새로 들였다.

그간 생각했던 부분을 실천에 옮겼다. K리그엔 수석코치 개념이 있다. 그러나 우리 팀 사정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초보 프로 감독이다. 팀을 맡고 있는 권찬수, 박성철, 임중용 코치도 나와 함께 프로 무대를 배워가는 중이다. 서로 같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누구 한 명이 수석코치라는 책임감 짊어지게 되면, 본인도 부담되고 팀에도 제약이 생길 것이라고 판단했다. 수석코치라고 정해 놓으면 다른 코치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기도 어려워진다. 보다 활발한 소통을 위해 이 같이 선택했다. 피지컬 코치 영입은 선수들의 체력과 밸런스를 위해 오랜 시간 생각했던 부분을 구단의 도움으로 실천에 옮긴 것이다.

- 팀이 이미 갖춰진 만큼 어느 정도 장, 단점도 파악됐을 것 같다. 현 시점에서 강화할 점과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

공격이 특히 좋다. 영입도 만족스럽고 앞으로도 기대된다. 우리가 상승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도 강점이다. 과거부터 느낀 절실함이 우리 선수들을 더욱 자극한다. 선수 개개인도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면 더 좋은 경기력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선수 조합은 우리의 약점이다. 새로 영입되거나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한 신인 선수들이 많아 하나로 뭉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동계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단점을 짚고 집중적으로 훈련하다보면 충분히 올릴 수 있는 부분이다.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 인천은 전통적으로 ‘슬로스타터’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해결할 수 있나?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 초반에 처지면 시즌 중반 이후 올라서기가 몇 배로 더 힘들다. 의욕도 저하되고 이미 경기력도 떨어져 있다. 올해는 이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더 빨리 새 시즌을 준비한 것이다. 선수단을 빨리 구성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만큼은 최대한 초반에 좋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궁극적으로 이기형 감독이 인천에서 하고 싶은 축구는 무엇인가?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살려 화려한 축구를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팀에 맞는 모습은 아니다. 내가 그리는 인천은 끈끈한 팀이었으면 좋겠다. 상대가 강하면 우리가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질 때 지더라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을 원한다. 선수들을 긍정적으로 자극하기 위해선 나와 코칭스태프도 많이 노력해야 한다. 이미 우리 선수들을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올해 목표는?

지난해 강등권에 머물며 참 많이 고생했다. 올해는 제발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 팀의 목표를 상위 스플릿 진출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더 나은 감독이 되고 싶다. 올해는 내가 팀을 정식으로 맡은 첫 시즌이다. 그간 코치로 지내며 감독님들을 모셨을 때 왜 이렇게 주름살과 흰머리가 늘어나나 싶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된다. 상당히 부담이 되고 책임감을 느끼는 자리다. 기대감과 부담이 공존한다. 정식 감독으로서 이제 진짜 시작하는 만큼 좋은 시작을 알리고 싶다. 우리 선수들과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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