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연맹과 신문선 총재 후보(명지대학교 교수)가 정관에 있는 단어 하나를 어떻게 해석햐느냐를 두고 맞섰다. 문제 단어는 어떤 직위나 관직이 비었다는 의미인 궐위(位)다. 

연맹 정관 제17조 5항엔 ‘임원은 임기가 만료된 경우라도 후임자가 취임할 때까지는 그 직무를 계속해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연맹은 이 조항을 들어 "총재가 부재 상황이 되면 권오갑 현 총재가 직무를 유지하게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이에 신 교수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신 교수는 단독 입후보한 본인이 낙선될 경우 제16조 1항 제7호를 근거로 들어 총재직이 궐위되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 연맹-신문선, 정관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

오는 16일 진행되는 총재 투표는 사상 첫 선거 방식이다. 이전까진 총재를 자연스럽게 추대했지만, 권 총재가 유임을 고사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각 경기 단체 회장을 선거로 뽑으라고 지시하면서 총재 후보자를 공모하게 된 것이다. 총재 선거엔 신 교수만 단독 입후보했다. 정관에 따라 찬반 투표로 총재를 선출하게 됐다. 투표권을 가진 K리그 대표자는 총 23명이다. K리그 구단 21표, 대한축구협회 2표다. 이중 과반인 12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신 교수가 제11대 총재로 부임할 수 있다. 만약 과반수의 표를 얻지 못할 경우엔 낙선하게 된다.

투표를 4일 앞둔 지난 12일 신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연맹의 정관 해석을 지적했다. 임원 임기에 따른 내용이었다. “스포츠 법 전문가 장달영 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현재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정관 해석은 잘못됐다. 후보가 총재로 선출되지 않으면 현재 총재가 계속 유지된다는 해석은 잘못된 정관이다. 오는 16일 열리는 대의원 총회를 기점으로 권 총재는 임기를 마치게 된다. 만약 신임 총재가 나타나지 않으면 총재직은 권 총재의 임기 만료에 따른 궐위 상태가 된다”고 했다. 궐위는 후임 총재가 정해지지 않아 공석이 됐을 경우를 의미한다.

신 교수는 본인이 낙선될 경우를 궐위 상태로 봤다. 이에 따라 정관 제16조 1항 제7호 ‘총재가 사임하거나 궐위되었을 경우엔 부총재가 직무를 대행한다. 만약 부총재의 직무 대행이 사유로 인해 업무가 불가능할 경우엔 총회에서 직무 대행자를 선임한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신 교수는 “궐위 시 직무대행을 규정한 정관 제16조 1항 제7호에 따라 새로운 총재가 선출될 때까지 부총재 등의 권한대행 체제가 되는 것이 올바른 정관 해석”이라고 했다. 신 교수 해석대로라면 자신이 낙선됐을 경우 권 총재가 직무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현 허정무 부총재가 총재 대행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언론과 연맹에 불만을 표했다. “총재 선거에 단독 후보로 공표된 후부터 많은 언론이 ‘연맹 정관상 후임 총재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권 총재는 임기 만료 후라도 새 총재 선출 전까지 그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내가 과반을 얻지 못하면 권 총재가 일정 기간 연맹을 이끌고 마치 스폰서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연맹 이사회에서도 비슷한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신 교수가 자신에게 불리한 해석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연맹은 같은 날 신 교수 주장을 반박했다. 연맹은 임원 임기와 관련한 정관 제17조 5항 ‘임원은 임기가 만료된 경우라도 후임자가 취임할 때까지는 그 직무를 계속해야 한다’를 근거로 들었다. 정관 그대로 단독 후보자가 낙선해 총재가 부재 시엔 권 총재가 직무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맹 관계자는 12일 ‘풋볼리스트’와 통화에서 “정관에는 총재가 사임하거나 궐위되었을 경우에 부총재가 직무를 대행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권 총재는 임기가 만료됐을 뿐 사임하거나 궐위된 게 아니다. 여기서 언급된 궐위는 사퇴, 사망, 질병 등 총재가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용된다. 따라서 정관 해석이 다를 게 없다. 대법원 판례(1996년 1월 26일 선고 95다40915, 1996년 12월 10일 선고 96다37206 등)로도 확인한 부분”이라고 했다.

# 이번 선거는 그림자 대결? 

신 교수가 단독 입후보했지만, 투표자들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가 아니다. K리그 한 관계자는 “신 교수가 경기인 출신으로 참신한 후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권 총재와 사실상 결선 투표를 치르는 상황에서 총재로 선출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관 논란이 일기 전 상황을 두고 이야기한 것이다. 대표자들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단순히 신 교수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연맹은 신 교수가 과반수 표를 얻지 못해 신임 총재를 뽑지 못할 경우 권 총재가 직무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같은 상황을 두고 신 교수는 궐위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신 교수와 권 총재 혹은 허 부총재의 대응 상황으로 압축할 수 있다.

때문에 정확한 정관 해석이 중요하다. 투표자들은 신 교수가 낙선했을 경우까지 고려하게 된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연맹 방침대로라면 권 총재-신 교수 구도가 만들어지고 신 교 주장이 관철되면 허 부총재-신 교수 구도가 된다. 허 부총재가 직무 대행을 하게 되면 60일 이후 다시 재선거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투표 참가자는 두 상황은 매우 다르게 볼 수밖에 없다.

신 교수는 “정관에 따라 새로운 총재가 선출될 때까지 부총재 등의 권한대행 체제가 되는 것이 올바른 정관 해석”이라면서 “절차를 밟은 후본는 분명 나 하나이지만, 권 총재와 싸움으로 선거 프레임을 만들고 분위기를 조장하는 언론과 이를 방조하는 연맹의 태도에 절망감을 느낀다. 연맹은 이제라도 권오갑 총재의 임기 연장설에 대해 명확하게 해석하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13일에도 계속된 양쪽의 '재반박' 

궐위 해석을 놓고 벌어진 다툼은 13일에도 계속됐다. 신 교수는 연맹이 내놓은 해석을 재반박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연맹의 입장은 정관 문언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고, 관련 대법원 판결의 사악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했다.

신 교수 측은 “연맹이 주장하는 임기만료의 경우에는 정관 제16조 1항 7호가 적용되지 않아 총재를 다시 선출하는 기한 및 절차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임기만료의 경우 총회에서 후임 총재가 선출되지 않은 경우에는 연맹의 결정에 따라서 임기 만료된 총재가 최장 4년간 총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총재의 임기를 정하고 총재를 투표에 의해 선출하도록 하는 정관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맹이 제시한 판례에 정관에 궐위에 따른 직무대행과 같은 규정이 없다"며 연맹이 제시한 판례를 이번 사안에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연맹이 기존 입장을 고수해 신임 총재가 선출되지 않아 현 총재가 임기 만료 후에도 계속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업무 수행의 유효성 여부에 대해 법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연맹도 다시 입장을 냈다. 연맹은 "정관 제17조 제5항은 총재를 포함한 임원은 임기가 만료된 경우라도 후임자가 취임할 때까지는 그 직무를 계속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6조 제1항 7호는 총재가 사임하거나 궐위되었을 경우 부총재가 직무를 대행하는 규정으로서, 17조 5항에서 임기만료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으므로 여기에서의 궐위는 임기만료에 의한 경우가 아니라 그 외의 사유로 인한 궐위된 경우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라고 했다.

 

이어 판례(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0915 판결,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다37206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다2107 판결 등)를 들어 재차 기존 입장이 틀리지 않았다고 했다. 임기만료된 구 이사(여기서는 권 총재)라도 법인이 그 공백으로 인해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면, 후임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구 이사가 직무수행을 할 수 있는 업무수행권이 인정된다는 내용이다.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단독] 김주영, 상하이상강서 허베이로 이적
EPL+라리가+K리그+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오프라인 강의
[人사이드] ‘광주의 기적’ 남기일 리더십의 비밀
벤틀리공장서 '해고' 당한 7부리그 선수, 아스널 입단
'음악에 취한' 맨유, 음원 플랫폼 파트너십까지 '확대'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