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화성] 한준 기자= “김민우 선수가 우리 팀에 왔을 때, 사간도스는 J2리그에 있었다. 힘든 시기를 같이 겪었다. 김민우 선수와 함께 사간도스도 함께 성공했다. 김민우는 사간도스 팬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을 받은 선수였다.” (다케하라 미노루 사간도스 대표이사)

12일 오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삼성클럽하우스에서 2017시즌 수원삼성의 첫 미디어데이 행사가 있었다. 9일 국내 소집 훈련을 시작한 수원은 13일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을 떠나기 앞서 서정원 감독 및 신임 코칭 스태프, 그리고 이적생을 비롯한 주요 선수들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2010년 일본클럽 사간도스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오직 J리그와 사간도스에서만 뛰었던 김민우(27)에게, 수원 입단 후 첫 행사는 한결 편했을 것이다. 이 자리에 자신의 전 소속팀 대표이사와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수원은 22일로 예정된 가와사키프론탈레와의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 앞서 18일 사간도스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로 최종 담금질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수원은 김민우 영입으로 사간도스와 인연을 맺었고, 이번 프리시즌 경기 이후에도 유소년 단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하기로 약속했다. 

‘2009 FIFA U-20 월드컵’ 8강 진출 과정에 결정적인 3골을 기록하며 주목 받은 김민우는 유럽 진출 기회를 아쉽게 놓친 이후 2010년 일본에서 프로 선수가 됐다. 이후 올림픽 대표와 국가 대표로 선발되며 국내 팬들을 만났지만, 런던 올림픽이나 브라질 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들지 못해 아주 친숙한 얼굴이 되지는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첫 A매치 득점을 이룬 주인공 김민우는 군 문제로 인해 사간도스를 떠나 K리그 무대에 도전하게 됐다. 김민우는 어린 시절부터 꿈의 팀이었던 수원에 왔다는 점에서 정든 사간도스를 떠난 아쉬움을 지우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수원 도전은 ‘2015 동아시안컵’ 이후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는 대표팀 복귀의 문을 열어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풋볼리스트’는 고국에서 프로 경력 제2막을 연 김민우의 일본 생활, 그리고 수원 출사표를 조금 더 깊이 물어봤다. 다음은 김민우와 인터뷰 전문.

-데뷔 후 7년을 일본에서 보냈다. K리그 첫 도전이다.
일단 이렇게 수원삼성이라는 좋은 구단 들어오게 돼서 영광이다. 어릴 때부터 좋아한 팀이다. 서정원 감독님도 청소년 대표팀에서 같이 했다. 서로 잘 안다. 그런 부분도 수원에 오게 된 큰 이유다.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기대되고 설렌다. 지난해 FA컵 결승전을 인터넷으로 봤다. (K리그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게도 물어봤다. 잘 맞을 것 같다고 얘기해주더라. 일단 그 부분은 내가 지금부터 하기 나름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일본에서 꾸준히 잘했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활약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활약하면서 최대한 대한민국 선수로써, 부끄럽지 않도록 많이 노력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사간도스에서도 좋은 대우를 해줬고, 존중해줬다. 그래서 이런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7년 간 일본 생활은 보람이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사간도스 팬들과 작별했다.
행복한 선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던 자리였다.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김민우라는 선수를 일본에 좋은 이미지로 남겨놓고 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본에서 7년을 보내며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내가 날 판단하기는 부끄럽지만, 주위에 물어보면 어릴 때는 저돌적인 플레이만 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팀 동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런 부분에서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전에 다른 팀의 제안도 있었을 텐데 사간도스에 7년 있었던 이유는?
제안이 한 번 있었다. 하지만 사간도스에서 나를 존중해주고, 대우해줬다. 사간도스에서 우승을 한 번 하고 싶은 게 목표였다. 내가 성장하기 위해선 우승 트로피를 한번 들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남았다.

-지난해 외국인으로 주장을 맡았다. J리그에서는 역대 세 번째(홍명보, 정우영, 김민우)로 주장을 맡은 한국 선수였다.
축구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다. 다만 주장은 중요한 자리에서 나서서 말을 해야 한다. 일본에선 특히 그런 일이 많다. 어떻게 말을 할지가 가장 스트레스였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팀 동료들이나 코칭 스태프가 뒤에서 잘 도와줬다. 축구 인생을 하면서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일본에 가기 전에 유럽 진출이 무산됐었다.
네덜란드 팀(PSV에인트호번)에서 오라고 했는데 잘 안 맞았다. 감독님께 말씀을 드리지 않고 간 것도 내 실수이고,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한다. 모든 부분이 잘 안 맞고, 엇갈렸던 것 같다. (그 이후) 왜 J2리그로 가냐는 말도 많이 있었다. 일본에서 내가 더 결과를 내야 하고,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도 모르게 많았던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사간도스 1년 차에 힘들었던 부분이었다.

-7년이나 뛰었지만 어린 나이에 첫 프로 생활을 일본에서 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처음 1년 동안은 언어도 훈련도, 모든 면에서 힘들었다. 윤정환 감독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1년 차에는 많이 힘들었다. 일본은 가까운 곳이지만, 용병이라는 부담감이 나도 모르게 있었다. 결국 오버 트레이닝 때문에 갑상선항진증에 걸렸었다. 그 당시에는 ‘선수를 포기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내가 왜 힘든 지 몰랐다. 시즌이 끝나고 병원에 가서 갑상선항진증인 걸 알았다. 그때 운동장 한 바퀴도 제대로 못 뛰었다. 왜 그런지 모르니 스트레스가 많았다. 주위에 한국인 선배 형들도 있었지만 말 못할 부분이 많았다. 혼자 많이 앓았다. 

-어떻게 극복했나?
아직 어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해서 여기서 떨어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했다. 시즌이 끝나고 휴식기간에 병원에 갔다. 전지훈련도 쉬면서 안정을 찾았다. 내가 아직 어려서 치료가 빨랐던 것 같다. 그 고비를 넘기고 나서 더 나은 선수로 성장한 것 같다. 2년 지나면서 생활이 편해지고, 선수들과 생활도 잘되면서 플레이도 편해지고 조금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일본 선수들과 관계는 어땠나?
선생님도 없이 혼자 일본어 공부를 했다. 숙소 생활을 하면서 옆방 형들 방에 찾아가서 알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스타벅스에도 같이 가서 공부를 하고 그랬다. 지금도 사간도스에 있는 22번 이케다 케이 선수, 그 형이 외국인 선수를 잘 챙겨주셨다. 먼저 밥도 먹자고 하고. 내가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형이다. 많이 찾아가고, 스타벅스도 같이 많이 간 형이다. 많이 의지가 되고 도움을 많이 받은 형이다. 그런 형들과 친해지면서 대화도 하면서 (일본 생활이) 좋아졌다.

-도스는 일본 도시 중 생소한 곳이다. 어떤 동네인가?
정말 시골이다. 차로 돌면 한 시간도 안 걸려서 다 돌아볼 수 있다. 도스 사람들이 잘 챙겨주고 반겨주셨다. 도시에 축구팀이 하나라서 응원을 많이 해주셨고 뒤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축구하기 좋은 동네였다. 후쿠오카로 차를 타고 30분이면 가니까 자주 나가봤다. 

-외국 생활이 축구 밖의 삶에 남긴 의미는?
일본에서 7년간 생활하면서 일본어를 배울 수 있었던 건 축구뿐 아니라 인생에서 소중한 일이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걸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일본어 공부는 더 하고 싶다. 잃어버리지 않고 싶다. 후회되는 부분은, 조금 더 여러 동네를 시간 날 때 여행했다면 하는 마음이다. 그걸 못해서 많이 아쉽다. 더 많은 곳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런 후회가 남는다.

-사간도스에 유독 한국 선수가 많았던 이유는?
대표이사님이 한국 선수들을 좋아하셨다. 일본 선수와 다른 한국 선수 특징을 좋아하셨다. 사간도스는 J리그의 다른 팀과 달랐다. 더 많이 뛰고, 롱볼도 많고, 피지컬적으로도 강했다. 일본의 팀 중에 그런 팀은 우리 밖에 없었다. 그런 부분이 잘 통한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 잘 적응할 거라고 생각하고, 믿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처음으로 유럽 감독과 일했다. 이탈리아 출신 피카덴티 감독과 하면서 새로웠던 점은?
일본에서 프로 데뷔 이후 지금까지 왼쪽 라인으로만 뛰었다. 이탈리아 감독님이 오면서 오른쪽 미드필더를 봤다. 또 주장을 처음 시켜 주셨다. 감독님이 이탈리아 분이라 세심하게 가르쳐 주셨다. 수비 라인이나 몸의 자세, 위치 등 하나하나 다 알려주셨다. 그런 부분이 많이 달랐다. 전술 훈련을 굉장히 많이 했다. 처음에는 좋지 않았지만 후반기에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원에서도 여러 포지션을 뛸 수 있는 점을 서정원 감독이 기대했다.
아직까지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눠보지는 못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역할을 말씀 드릴 수 는 없다. 나도 일단 여러 포지션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훈련하고 있다.

-수원에 오면서 주변에서 조언을 받은 것이 있나?
(오)재석이가 일단, 수원에 가니까 응원가부터 외우라고. 그런 얘기를 해주더라. 내가 응원가를 잘못 부르니까 빨리 외워두라고. (웃음) 그래도 잘 적응할거라고 잘 맞을 거라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안심이 됐다. 결국 내가 어떻게 하는지 달려있으니 노력해야 한다. (김)보경이는 내가 수원 왔다고 하니 ‘무섭겠네~’ 그런 얘기 하더라. 난 그냥 웃어 넘겼다. 

-밖에서 본 수원은 어땠나?
작년에 리그에서 안 좋았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좋아하는 팀이었고, 서정원 감독님과 인연도 있었으니까. 일단 수원은 상위권에 있어야 하는 팀이다. 개인적으로는 문전에서 세밀함과 마지막 패스 부분에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좋았던 점은 강화하고, 안 좋았던 부분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상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원과 인연이 없는데 이미 팀에 대한 자부심이나 애정이 강한 것 같다.
어릴 때 고종수 선수를 좋아했다. 수원을 굉장히 좋아해서 꼭 한번 뛰어보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 수원삼성 경기를 봤다. 성남에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성남과 경기를 보러 가게 됐었다. 그때 고종수 코치님이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다. 고종수 코치가 두 골을 넣는 걸 본 기억이 있다.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지만 사간도스에서만 7년을 있었다가 새로운 팀에 와서 낯설 것 같다.
되게 많이 어색했다. 일단 내가 이렇게 나이가 많은 선수라고는 생각 안해봤다. 동생들이 되게 많다. 내가 중고참이다. 친구도 지금까지 없다가 (서)정진이가 와서 생겼다. 다들 인사를 하니까.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도 인사해야 할 것 같은데, 어색했다. 염기훈 등 선배 형들은 다 아니까 인사를 하지만, 밑에 있는 선수가 워낙 많다. 딱 보면 어린지 아닌지 잘 모르잖아요. 나 보다 나이 많을 것 같은 선수들도 있고. (웃음)

-사간도스에서 왼발 전담 키커였다. 수원은 왼발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나도 프리킥으로 골을 넣어봤지만 여기서 전담 키커를 할 정도는 아니다. 사간도스에는 왼발잡이가 많이 없다. 거기선 그래도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는데, 여기 오니 왼발잡이가 워낙 많다. 살짝 자신감이 떨어졌다. (염)기훈이 형에게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전담키커에) 도전은 하겠지만, 일단 배워야 할 것 같다.

-일본에서 팬서비스를 잘하기로 유명했다.
팬 서비스는 언제든지 오케이다. 하지만 그것 보다 선수는 경기장 안에서 보여줘야 한다. 경기장에서 최대한 수원삼성이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내 할 일이다. 그런 부분을 먼저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다.

-사간도스와 바로 프리시즌 대결을 한다. 이적하자마자 사간도스에 다른 유니폼을 입고 가게 됐다.
뜻 깊을 것 같다. 좋을 거 같기도 하지만, 다른 유니폼 입고 가는 게 기분이 묘할 것 같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수원삼성과 사간도스 구단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최대한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수원은 올 시즌 ACL에 나간다. 여러모로 기대가 큰 상황이다. 목표는?
우승이다. 사간도스에서도 몇 년 전부터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개인적으로도 노력했는데, 혼자 생각으로는 안되는 게 축구다. 수원은 우승을 더 해야하고,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우승 기회는 사간도스보다 많을 것 같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그 목표를 위해 최대한 잘 준비하겠다.

-개인적인 목표는? 
개인적인 목표도 우승으로 하고 싶다. 개인 기록 보다는 팀으로 우승해보는 게 간절하다. 어떤 대회든 하고 싶지만 되도록이면 리그 우승이 더 좋을 것 같다.

-첫 공식전이 가와사키와 ACL 경기다. 수원 선수들 중에는 누구보다 익숙한 상대일 것 같다.
지금 감독이 바뀌어서 어찌될지 모르겠는데, 작년까진 정말 패스가 많은 팀, 짧게 짧게 상대 진영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팀, 패스나 기술적으로 수준이 높은 팀이다. 어려운 팀이다. (Q.지난시즌에 골맛을 본 팀 아닌가?) 맞다. 골 넣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 팀과 좋은 기억이 많다. 무서움이나 두려움은 없다. 굉장히 주도권을 잡고 경기하는 팀이라 힘들 수 있다. 많이 뛰고, 상대보다 강하게 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국가대표팀에 돌아가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서고 싶은 꿈도 있지 않나?
기회가 된다면 가고 싶지만, 일단 선수는 소속팀에서 잘하고 결과를 내야 한다. 이 팀에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내 할 일이다. 그걸 하다 보면 대표팀이라는 결과도 따라올 수 있다.

-K리그클래식 개막전이 슈퍼매치다.
후쿠오카 더비 보다 더욱 큰 라이벌 경기라고 생각한다. K리그 안에서도 굉장히 주목 받는 경기다. 그런 경기에 나도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고, 영광이다. 정말 뛰고 싶었던 경기고, 이기고 싶은 경기다. 슈퍼매치는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 FA컵 결승전도 그렇고, 어릴 때도 본 적이 있다. 대학 시절에 직접 상암에 가서 본 적이 있다. 분위기가 대단했다. 내가 언제 저기에서 뛸 수 있나 생각하며 봤었다. 그때도 수원을 응원했다. 항상 수원을 응원했다. 

-수원팬들에게 각오를 전한다면?
처음으로 K리그에서 플레이하게 됐다. 여러분들의 응원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경기장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진=풋볼리스트, 사간도스 홈페이지,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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