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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와 풋살 해 봤니? 김보경이 같이 하재!
김정용 기자 | 승인 2017.01.09 14:41

[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7일 저녁, 국가대표 미드필더 김보경이 수원에 나타났다. 수원 월드컵경기장이 아니라 바로 옆 풋살파크에 등장한 김보경은 1.5리터 생수병 6통 묶음을 들고 있었다. “저 오늘 물 나르러 왔는데요. 주최자가 해야지 누가 하겠어요.”

잠시 후 김보경의 친구들이 가져온 걸개엔 ‘제1회 KBK 풋살리그’라는 대회명이 적혀 있었다. 김보경의 이름을 딴 대회다. 이 이름은 일종의 농담이다. 김보경은 대회 사무국을 설립하지도, 재단을 만들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공 한 번 차려다 점점 일을 키운 것이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

 

#김보경팀, 전문 선수팀, 김보경 동생과 친구들, 추첨으로 뽑힌 팀…

김보경의 설명에 따르면 발단은 소박했다. 김보경은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들과 가벼운 풋살을 즐기려 했다. 지인들 위주로 5팀을 만들려 했다가 아는 사람들이 한둘 끼며 7팀으로 늘어났다. 이때부터 김보경의 독특한 정신세계가 발휘됐다. 김보경은 승강제가 있는 3시간짜리 대회를 만드는데 ‘꽂혀’ 있었고, 그러려면 경기장을 3면으로 늘리고 10팀으로 참가팀을 맞춰야 했다.

김보경이 긁어모은 팀은 국가대표도 있었고, 오늘 처음 본 사람들끼리 급조한 팀도 있었다. 김보경과 친구들 팀, 오재석(감바오사카)과 임종은(전북현대)이 포함된 전현직 프로선수팀, 김보경의 친동생과 친구들, 사촌 처남이 소속된 성균관대 동아리 파이어볼스 등이 합류했다. 임종은은 수원의 재활센터에서 몸을 만들려다 김보경의 부름을 받고 왔다며 목에 수건을 두른 차림으로 터덜터덜 나타났다. 김재오 전북 의무트레이너는 대학 시절 동문들과 ‘FC한스’로 공을 차려던 차에 김보경의 초청을 받았다.

마지막 10번째 참가팀은 페이스북 이벤트로 뽑았다. 한 팀이 부족하자 김보경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초대장’ 사진을 올렸다. “1월 7일 수원에서 풋살 같이 하실 분 계신가요? 팀 만들어서 오실 분 딱 한 팀 구해봅니다!” 금새 댓글이 100개를 넘어가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고, 김보경은 사다리 타기 휴대전화 앱을 통해 한 팀을 선정했다. 선정된 팀은 마침 전북 서포터, 현대자동차 직원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김보경, 임종은과의 만남을 가장 기뻐할 사람들이었다.

#주최자 겸 회장 겸 주심 겸 주무 겸 선수 : 김보경

김보경은 KBK 풋살리그라는 이름까지 붙었지만 정식 대회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친목 모임이라는 걸 강조했다. “이거 정식 대회 진짜 아닙니다. 친목이에요 친목.” 남자들끼리 모여 풋살을 하든 위닝일레븐을 하든, 대회 이름을 붙이고 내기를 걸어야 된다며 일을 키우는 친구들은 어디에나 있다. 이번엔 그런 짓을 국가대표가 했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었다.

김보경이 만든 대회 규정은 다음과 같다. 세 개 구장은 클래식, 챌린지A, 챌린지B의 서로 다른 디비전에 쓰인다. 세 개 구장에서 동시에 경기가 시작됐다가 동시에 끝난다. 각 팀은 승리할 경우 승격하고, 패배할 경우 강등된다. 클래식 팀은 계속 이겨야 1부 리그에 남아있을 수 있다.

“제가 만든 KBK 풋살리그 규칙의 핵심은 승강제거든요. 보시면 클래식 구장에만 간식이 있죠? 클래식에서만 저걸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클래식에서만 좋은 나이키 공을 쓰고요, 챌린지에선 낡은 공을 씁니다.”

김보경은 이 규칙을 만든 뒤 팀 후배들에게 카톡으로 보내 “괜찮냐?”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컴퓨터로 이런 거 처음 만들어봤는데, 어려웠네요! 경기 룰 만드느라 머리 엄청 아프더라고요.”

김보경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불자 옆에 있던 친구가 “야 저거 진짜 X아이네”라고 감탄했다. 김보경이 시간을 재 달라며 옆에 있던 일반인 참가자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자 국가대표의 소지품을 들고 있게 된 참가자가 옆에 있던 친구들에게 자랑을 시작했다. 김보경은 이날 가장 바빴다. 간식을 날라서 클래식 구장에 옮겨놓고, 공의 상태를 확인하고, 각 팀 주장들을 불러 가위바위보를 통해 참가 리그를 정하고, 규칙을 설명했다.

협찬도 들어왔다. 삼양식품에서 일하는 김보경의 친구가 경품으로 김치찌개면을 가져왔다. “바이럴 마케팅도 할 겸 가져왔다”고 했다. 걸개에 써 있는 협찬사가 마냥 농담인 건 아니었다.

#“저거 보려고 지금까지 기다린 거 아니냐?”

김보경은 주최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인지 자꾸 강등돼 챌린지B까지 내려갔다. 김보경이 대충 뛰는 것처럼 보이자 구경하던 일반인 참가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침내 김보경이 절묘한 퍼스트 터치로 수비를 제치고 강슛을 날리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그중 한 명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야, 저거 보려고 지금까지 기다린 거 아니냐?”

김보경이 무리한 개인기를 시도하다 공을 빼앗기기도 하고, 슬슬 뛰며 여러 명의 참가자들을 두루 상대한 반면 오재석과 임종은은 달랐다. ‘선수팀’은 첫 경기에서 김보경 팀에 4골을 내주고 대패했다. 오재석은 김보경에게 가는 패스를 끊으려고 슬라이딩 태클까지 했다. 첫 경기에서 진 뒤 선수팀 멤버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전현직 선수답게 차원이 다른 압박과 패스 속도로 일반인 참가자들에게 프로의 세계를 살짝 경험시켜줬다. 클래식에 가장 오래 머무른 팀이었다. 임종은은 대회 초반 둔한 몸놀림 때문에 김재오 트레이너에게 “야 기린, 뭐하냐?”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몸이 풀린 뒤엔 팬텀 드리블로 골키퍼를 제쳐가며 계속 골을 넣었다.

클래식에 있는 오재석이 챌린지B에 있는 김보경에게 “졌어?”라고 의기양양하게 외치자 김보경은 못 들은 척했다. 대신 김보경은 ‘김보경과 공 한 번 차 보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온 여러 참가자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줬다. 중학생 선수 정채현 군도 참가해 어른들을 제치고 골을 넣었다. 환호성이 터졌다.

마지막 참가팀의 일원인 이중건 씨는 전주가 고향이고 전북을 응원한다며 “김보경의 드리블에 당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전부터 유명한 선수와 일대일을 하는 게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는데 이젠 알 것 같다”고 했다. 김보경의 동생 친구로서 참가한 이진규 씨도 만족한 대회였다. “원래 선수들은 급이 높은 사람들끼리만 차려고 할 텐데, 김보경 선수가 일반인까지 같이 차자고 하셨다더라. 취지가 좋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보경이 형과 악수도 했다. 인간적이고 좋은 분이라고 느꼈다.”

#오재석, 임종은과 함께 팬과 어우러진 시간

오재석은 굳이 열심히 뛸 필요 있었냐는 질문에 “아, 저는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나가야 돼서요. 운동을 좀 해야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오재석의 소속팀 감바오사카는 지난달 말까지 일왕배에 참가했고, ACL 플레이오프 때문에 2월 7일부터 일찌감치 새 시즌을 시작한다. 휴가가 거의 없다. 플레이오프를 통과할 경우엔 전북현대가 있는 H조에 편성된다. 이날 동료로 뛴 임종은과 3월엔 적으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전북 선수들은 클럽월드컵까지 소화했기 때문에 조금 늦은 겨울휴가를 보내고 12일에 소집, 13일 아랍에미리트연합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대회를 마친 뒤 김보경, 오재석은 수십 벌의 유니폼에 사인을 하고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빴다. 모든 순서가 마무리된 뒤 쓰레기 더미로 향한 김보경이 분리수거를 시작했다. 김보경은 기자에게 “2회 대회를 만약에 하게 되면 같이 뛰시죠”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김보경은 국가대표 선수가 아니라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동네 친구처럼 축구팬들을 만났다.

사진= 김보경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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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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