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강릉] 한준 기자= 2016년 겨울. ‘승격팀’ 강원FC의 대대적인 투자는 아시아 챔피언 전북현대의 소식까지 집어삼켰다. 강원은 2017년 한국축구의 화두다. 강원의 1호 영입은 국가 대표 공격수 이근호(32). 이근호의 영입이 있었기에 다른 9명의 영입이 가능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이근호는 자신이 만든 파문이 강원을 넘어 K리그 전체로 퍼지길 바라고 있다. “강원이 잘 돼야 이런 투자가 당연한 일로 인식 될 것이다.” 강원 이적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내린 이근호는 그 선택이 파격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투자가 위축된 K리그의 활성화를 위한 책임감으로 무장해 있다. '풋볼리스트'는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강원FC의 클럽하우스 오렌지하우스에 짐을 푼 이근호를 만나 강원 도전의 의미를 물었다.

다음은 이근호와의 인터뷰 전문.

-강원 이적은 터닝 포인트이지만, 이전 경력으로 보자면 낮은 단계의 팀으로 가는 파격적인 선택이다.
내가 강원에 간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파격적으로 보더라. 난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일이다. 제주에 있었다면 ACL에 나갔겠지만, 승격팀 강원을 상위권 팀으로 만드는 일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강원이라는 팀이 자리하던 위치를 생각하면 파격일 수 있다. 결정하는 과정에 고민이 깊었을 것 같은데?
24시간, 하루도 안 걸렸다. 고민 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봤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사인했다. 처음에 에이전트 대표님이 얘기를 먼저 해주셨다. ‘생각 해봐’ 그랬을 때는 ‘설마’ 그렇게 생각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엄청 적극적으로 제의하더라. 찔러보는 수준이 아니라 영입을 위한 제스처를 취했다. 진짜구나. 나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내 친구 백종환 선수가 주장으로 있었다. 김승용 선수도 그 당시 협상 진행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도 이 친구들이랑 하면 괜찮겠다. 재미있는 축구를 해볼 수 있겠다. 워낙 서로 잘 알고, 잘 맞으니까.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겠다. 같이 힘을 쏟아 보자. 제안을 받았을 때 지도자 교육 기간이라 종환이랑 같이 있었다. 내가 먼저 얘기했다. 제안 받고 다음 날 바로 결정했다. 그 친구들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미디어데이에서 정조국을 득점왕으로 만들기 위해 도움을 많이 주고 싶다고 했다. 과거는 직접 득점도 많이 했다. 경기 스타일을 바꾼 것인가?
예전에 득점을 많았을 때도 도움을 많이 했다. 내 스타일 자체에 관해 말한 것이다. 골을 안 넣겠다는 건 아니다. 내 스타일 자체가 팀을 위해 찬스를 많이 만들어내고, 내 움직임을 통해서 활로를 여는 플레이를 한다. 그런 얘기를 한 것이지, 무조건 어시스트를 한다는 건 아니다. 내가 어시스트만 하는 선수도 아니고. 나 역시 올해 골을 많이 넣고 싶다. 작년에 제주에 있을 때는 스트라이커나 사이드 윙포워드를 보지 않았다. 섀도우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로 게임을 제일 많이 뛰었다. 내가 골을 못 넣은 것도 있지만, 수비적인 부담도 컸기 때문에 공격 포인트가 적었던 부분이 있다. 올해는 작년 보다는 많이 공격 포인트를 올리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공격 지역에서 모든 위치를 볼 수 있다. 어디가 가장 편한가?
투 스트라이커를 보면 그게 제일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윙포워드나 사이드 미드필더 좋다. 가운데 미드필더만 아니면 딱히 가리는 거은 없다. 작년에 제주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봤다. 스리백을 세우는 수비적인 전술로 나가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

-승격 하는 과정의 강원 경기를 봤는지? 본인의 스타일과 잘 맞을 것 같나?
아마 강원 경기를 K리그클래식까지 포함해도 제일 많이 봤을 것이다. 친구 종환이가 어서 매번 관심있게 경기를 봤다. 작년에 경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최윤겸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이 뭔지 알고 있다. 전방에서 압박하고, 볼 소유를 많이 하고.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좋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 수비도 걱정이 된다. 클래식에는 좋은 용병도 많으니까. 작년 전술을 그대로 갈지는 모른다. 아직 감독님과 전술적인 이야기는 안 했다. 백지상태다. 동계 훈련에 가서 첫 전술 미팅할 때, 알 수 있을 것 같다.

-승격한 멤버가 많이 떠났다. 강원이라는 팀의 정체성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우선 감독님이 그대로 계신다. 수장이 있으니,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을 잘 한다면 문제 없을 것이다. 능력이 좋은 선수가 많이 왔기에 금방 습득할 것이다. 기우일 뿐이다. 작년에 제주를 예로 들자면, 베스트11이 그 전 시즌과 비교하면 8명 정도가 바뀌었다. 그렇게 많이 바뀌었지만 팀 컬러는 그대로 가져갔고. 그런 점에서 강원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강원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우려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승격을 이룬 기존 선수들과 융화하는 문제다.
고민이 많이 된다. 파격적인 부분이라면 기존 선수가 많이 없다는 것이다. 7~8명 정도다. 클래식에 오게 된 것도 그 선수들 덕이고, 그 선수들이 잘했기 때문에 이런 투자가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 선수들을 챙겨야 한다. 운동장 밖에서는 먼저 챙기고, 한 발 더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그렇다고 그 선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과장된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프로니까. 솔직하게, 동등한 입장의 경쟁을 한다면, 기존 선수들도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경기에 나간다면, 그에 맞는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 이름만으로 경기에 나간다면 용납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 

-새로 창단한 팀 같다는 얘기도 있다. 조직력에 대한 우려가 크다. 
내가 생각하기에 호흡은 같이 운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 중 문제가 있을 때 비디오 미팅 통해서,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많이 주고 받아야 한다. 운동을 같이 한다고 조직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축구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밖에서 식사하면서 얘기하거나, 같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우리 팀에 나이 많은 선수들이 많다. 다들 경험이 많기에 알 것이다. 

또 하나는, 선수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입된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하지만,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팀으로 수비를 할 때는 공격을 좋아하는 선수도 해야 한다. 내 주장을 고집하기 보다 팀으로 잘할 수 있는 방향의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많이 영입됐다. 그 선수들이 다 뛸 순 없다. 경기를 못 나가도 역할이 있다. 벤치 분위기를 이끌어 내야 한다. 거기서 고집을 부린다면 팀이 망가진다. 우리 팀에 그럴 선수는 없을 거라고 본다. 

-예전에 뛰면서 소통이 잘 된다고 느꼈던 경우가 있나?
매번 좋았다. 울산에 있었을 때, (곽)태휘 형을 중심으로 소통을 하면서 잘 됐다. 그때 (김)승용이랑 뛰었는데, 서로 포지션이 양쪽 윙, 사이드 미드필더였다. 자리에 구애 받지 말고 자연스럽게 체인지를 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갔고, 경기 안에서 잘 이뤄졌다. 제주에 있었을 때는, 전반기에 공격력이 좋아서 주목 받았지만, 수비력이 안좋아서 골도 많이 먹었고, 지기도 많이 했다. 그때 선수들끼리 비디오를 보면서 이런 걸 고치자고 하고 나갔다. 후반기에는 실점이 줄었고, 3위까지 했다.

-조태룡 대표가 ACL을 목표로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2위를 목표로 잡았는데, 승격팀이니 잔류 걱정해야 하는 게 먼저라는 시선도 있다.
우선 그런 우려와 걱정 모두 다 감사하다. 관심을 많이 받는다는 거니까. 당연히 다른 팀에서 볼 때 무모하게 보일 것이다. 콧방귀를 뀔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런 대표님의 모습이 너무 좋다. 처음부터 우리가 어렵다고 접고 들어가는 것 보다는, 높은 목표를 세운다면, 그만큼 더 노력해야 하니까. 그런 인식을 선수들에게 심어주는 것 자체가 좋다. 매력적이고 신선하다. 나 또한 처음에는 우리 목표는 잔류이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듣다 보니 그 목표를 갖는 게 맞는 것 같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작년에 상주가 6강에 오르고, 수원이 하위 스플릿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나. 우리도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쉽게 되지 않은 일이니 도전할 가치가 있다.

-우려하는 동시에 K리그에서 유일하게 투자를 하는 팀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도 크다.
책임감을 느낀다. 선수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 우리가 잘해야 다른 팀들이 투자할 것이다. 그렇게 투자가 많아져야 선수들의 몸값이 올라 갈 수 있다. 다른 선수들도 덕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잘해야 한다고 선수들끼리 얘기한다. 충분히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그런 동기부여가 있다.

-베테랑 선수가 된 입장에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도 있다. 
이제 나 개인적인 것 만 해서는 안된다. 어릴 때는 내가 할 것만 잘 하면 됐다. 이제는 중간에서, 형들과 사이에서 해야할 역할이 있다. 제주에서도 그런 역할을 했는데 재미있더라. 난 그런 역할을 꺼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의미도 있고. 친구 종환이가 주장으로 혼자 애쓰는 걸 옆에서 많이 봤다. 워낙 자주 붙어 다녔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승용이도 그런 스타일이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

-경험 있는 선수들이 많이 와서 장점이 있지만, 체력적인 문제에는 우려가 있다. 
그 부분만 해결 되면 된다. 선수들이 서로 희생해야 한다. 모든 경기에 뛰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나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 경기에는 컨디션 좋은 선수가 뛰는 게 당연하다. 그런 컨트롤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어떤 선수도 전 경기에 출전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이 점만 다들 인식한다면 잘 될 것이다. 

-강원에서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선 팀이 목표로 하는 것에 다가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개인이 당연히 잘 해야 한다. K리그 자체가 지금 일본, 중국에 비해 투자도 적고, 이런 상황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원의 행보가 파격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투자 자체가 당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년 간 침체되어 있었다. 이런 행보가 맞다는 인식을, 우리가 각인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내 목표는 강원FC의 성공이다. 그게 나의 개인적인 목표다. 

-2018년에 러시아 월드컵이 열린다. 대표팀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대표팀은 내가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남들이 얘기해줘야 한다. 내 입으로 대표팀에 가고 싶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게 쉬운 곳이 아니다. 올해 내가 잘 하면 기회가 올 수 있지만, 아직까지 보여준 게 없다. 우선 강원에서의 성적이 중요할 것 같다.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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