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강릉] 한준 기자= 2007년 대구FC 소속으로 전성 시대를 열기 시작한 이근호(32)는 그 해 처음 태극 마크를 단 것을 시작으로 지난 10년 간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2008년에 대구 소속으로 35차례 공식 경기에서 15골을 몰아친 이근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 다녀왔고, 2009년에 주빌로이와타로 이적하며 일본 J리그 무대로 향했다.

일본에서 이근호의 거침 없는 돌파와 득점 행진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엔트리에는 아쉽게 들지 못했으나 유럽 무대에 진출할 기회도 있었다. 유럽행 무산 이후에는 감바오사카로 이적해 기세를 잃지 않았다.

군 문제로 인해 2012년 울산현대 이적을 통해 국내 무대로 돌아와야 했던 이근호는 그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아시아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경력 정점의 순간의 상주상무해. 이근호는 K리그챌린지 무대로 내려 가야했다.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K리그챌린지 MVP를 수상하며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을 스스로 열었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골 맛을 봤고, 군 복무 2년의 시간이 지난 뒤 이근호는 카타르 클럽 엘자이시로부터 거액의 시작 제안을 받았다. 이근호의 질주가 주춤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카타르 무대에서 주전 경쟁은 생각 보다 쉽지 않았고, 2015년 여름 전북현대 임대로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임대 기간이 끝난 뒤 2016년 제주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제주에서 이근호는 2군에서 주로 생활해야 했던 첫 번째 클럽 인천유나이티드 이후 풀시즌 최소 득점(5골)을 기록했다. 2015 호주 아시안컵 이후 국가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황혼기로 향하던 시점, 이근호는 2017시즌 강원FC 이적 소식과 함께 다시 무대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이근호는 2017시즌 강원의 1호 영입이고, 강원은 이근호의 10번째 팀이다. ‘저니맨’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이근호는 “다 내가 원했기에 이적한 것”이라고 했다. 이근호는 왜 그토록 자주 팀을 옮겨야 했을까? 그때마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강릉에서 이근호를 만나 직접 물었다.

다음은 이근호와 인터뷰 전문.

-강원이 지금 화제의 중심이다. 비시즌을 어느때 보다 바쁘게 보낸 것 같다. 인터뷰도 많았다.
그렇다. 엄청. 그래도 시간을 쪼개서 (아내와 시간을) 어떻게든 보냈다. (아내에겐) 항상 미안하다. 팀을 자주 옮기는 것도 미안하고. 어쩌겠나. 이런 남자를 만났는데. 그렇게 살아야죠. 제주에서도 합숙은 아니었고, 강원에서도 집에서 출퇴근 한다. 강릉에 집을 구했다.  

-강원이 10번째 클럽이다. 인천에서 3년을 보낸 뒤로 한 팀에서 길게 있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원치 않은 이적은 없었다. 다 내가 원했기에 이적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 팀에) 오래 있으면서 안주하는 것 보다, 자꾸을 팀 옮기며 도전하는 것이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팀에 가서 적응하는 것은 문제 없다. 나는 빨리 빨리 적응하는 편이다. (이사할 때) 짐 싸는 게 좀 힘들 뿐이지, 다른 건 문제 없다. 아내가 힘들 것이다. 

-새 팀에 적응하는 게 익숙하다고 했지만, 매 시즌 준비하는 데 어려움 있지 않나?
즐기는 편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감독, 코치님들과 하는 게 재미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맞추는 것을) 나름 즐기는 편이라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한 팀에 오래 있어서, 조금 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 보다 이게 더 나은 것 같다. 1년 만 있어도, 시즌을 잘 치르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익숙해지는 것도 있고, 똑 같은 패턴의 경기를 계속 나가다 보면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이적해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 

-다른 나라를 다니면서 스스로 바뀐 점도 많을 것 같다. 
많은 나라를 가본 것은 아니다. 일본과 카타르, 딱 두 나라를 다녀왔다. 가서 축구적인 것만 보는 게 아니다. 다른 나라에 가면 문화와 생활적인 면에서도 외국 선수들이 하는 걸 보고 많이 느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무조건 축구만 잘하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 뿐 아니라 문화적인 면도 보고, 특히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축구는 당연한 것이고, 축구 외적인 면에서 느낀 게 많다. 예전에는 축구가 1순위였다. 지금은 가족이 앞서 있다. 가족을 위해 축구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마인드가 바뀐 것 같다. 

-축구 선수로서 보다는 사람으로서 변화가 큰 것 같다.
한 마디로, 예전에는 무조건 가족의 희생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다. 나를 중심적으로 생각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 가족의 희생도 필요하지만, 내가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그로 인해 책임감도 갖게 됐다. 가벼운 예로, 축구 외적으로 운동이 끝나고 나서 휴식 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한다. 가족과 시간 보내며 스트레스도 풀고, 경기 외 시간에 충실해졌다. 

-월드컵까지 나가면서 꾸준히 상승세였다. 엘자이시로 향한 이후로 지난 2년 간은 경기력 면에서 사실 침체된 느낌이 있었다. 
제대한 날, 그날 저녁에 바로 카타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아마 억압받던 자유를 되찾다 보니 (웃음) 느슨해진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무래도 카타르에 간 것 자체가 리그 경쟁력 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선택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지 않았나 싶다. 두 가지를 다 잡을 수는 있는 건 아니니까. (Q.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은가?) 아니다. 다시 그때로 가도 선택했을 것이다. 워낙 돈을 많이 주니까. 무시 못한다.

-유럽 진출 기회가 무산된 것이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평생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기억인 것 같다. 남아공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기회가 있었다. 유럽에 못 나간 것이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가지 못한 것보다 충격이 더 컸다. 그런 점에서 평생 후회가 되지 않을까… 지금 뛰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축구 선수로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컵 등 큰 무대를 꾸준히 경험했다. 해외 생활과 더불어 그래도 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은?
가장 큰 건 월드컵이었다. 4년 전 대회에 못 나간 것도 있고. 가보니 분위기 자체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컸다. 이래서 월드컵을 ‘꿈’이라고 하는구나. 그런 면에서 많은 걸 느꼈다. 중압감뿐 아니라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축제였다. 선수들에게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 운동장 입장부터 짜릿함이 있었다. 월드컵을 뛰고 나서는 오히려 부담감이 더 생겼다. 이제 내게 주어지는 기대에 기본은 해야 하니까. 경기 할 때 이정도는 보여줘야 한다는 그런 마음이 생긴 것 같다. 

-브라질 월드컵을 경험한 뒤에 목표점을 바꾼 계기가 있나?
나이가 있었다. 그 당시에 군대를 갔다 왔고. 나이 자체가 유럽을 나가기에는 많았다. 알아 보기도 했는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았고. (조건의) 차이가 너무 컸다. 군에 있으면서 2년 동안 무일푼 이었던 것도 컸다. 조건을 무시 못할 때였다. 한 번 실패했을 때, 그 때가 타이밍이었다. 그때 못 나가니 쉽지 않더라. 이제는 나도 가장이 됐고. 지금은 그 점이 가장 큰 것 같다.

-국내 복귀 이후에도 어려웠던 것은?
지난 2년 동안에는 준비 기간 자체가 좋지 않았다. 동계 훈련을 거의 못했으니까. 전북에 갈 때는(운동을) 두 달 쉬다가 들어갔다. 제주에 갈 때도 4개월을 쉬다가 들어갔다. 동계 훈련이 축구 선수에게는 엄청 중요하다. 1년 동안 뛸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하는 시간이다. 시즌 중에는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도 근력 운동 등 따로 준비를 할 수 없다. 그게 경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 부분에서 준비하지 못했다. 강원에 오면서는 두 달 간 준비 시간이 있으니, 충분히 몸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번에는 시작부터 같이 하니까. 올해는 기대가 된다. 

사진=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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