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래 전남드래곤즈 감독

[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 2016년 노상래 전남드래곤즈 감독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슈 메이커’였다.

노 감독은 부각되는 걸 원하지 않는 성격이다. 팀의 목표도 ‘조용히 강하게’로 설정했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만큼은 예외였다. 자진 사퇴, P급 라이선스로 화제의 중심이 됐고, 시즌 막판에는 팀 사상 첫 상위 스플릿과 최고 성적인 5위로 주목을 받았다. 노 감독은 한 해 동안 지옥과 천국을 모두 경험했다. 본인은 꺼렸지만 그는 이슈를 몰고 다녔다.

노 감독과 만난 건 지난해 12월 18일이었다. 그가 파주NFC에서 P급 라이선스 교육을 막 마친 시점이었다. 노 감독은 특유의 사람 좋은 인상으로 자신과 팀에 관련된 한 해 이슈를 언급했다.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보면서는 ‘지옥’이었다 했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는 ‘천국’이라 했다. 노 감독과의 대화는 지옥과 천국을 되짚는 식으로 진행됐다. 기사는 노 감독 목소리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편집했다. 

# 지옥 하나. 자진 사퇴 후 번복

이미 2015년 하반기부터 힘들었다. 우린 그해 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 기분 좋게 2015시즌을 열 수 있었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8월부터 시즌 종료까지 2경기만 승리하고, 무려 13경기를 무승했다. 2014년 말에 전남을 맡아 2년차 때 겪은 일이었다. 너무 달랐던 전, 후반기라 충격도 컸다.  

부진은 2016년까지 이어졌다. 나름 겨울 동안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기는 게 쉽지 않았다. 내용이 크게 문제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결과가 나지 않아 괴로웠다. 초반 6경기에서 3승 3패하면서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5월 이후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너무 막막했다.

개인적으로 전남에 대한 애착이 크다. 선수 시절 전남에서 행복했다. 지도자로서 처음 프로 팀을 맡은 것도 전남이었다. 전남에서 코치하며 경험을 쌓았고 후에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처음 달아봤다. 나로 하여금 전남이 망가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5월 5일 인천유나이티드전을 마치고 사퇴를 결심한 건 그 때문이었다. 내가 빨리 나가야 후임 감독이 오더라도 빨리 새롭게 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민망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퇴를 번복한 것도 결국 전남을 위해서였다.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하려 했는데, 무책임하게 떠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다시 그 상황이 된다면 조금 더 깊게 고민했을 것 같다. 당시엔 사퇴가 최선이라고 여겼지만 꼭 그런 게 아니었다.

전남은 1월 5일 국립현충원에서 2017시즌 출정식을 가졌다.

# 지옥 둘. P급 라이선스

P급 라이선스 문제가 불거진 건 공교롭게도 팀의 성적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7월을 기점으로 우리 팀 성적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모든 선수들이 큰 힘이 됐지만, 특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영입한 자일의 영향이 컸다. 자일은 2015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던 선수였다. 토미 효과도 있었다. 토미는 K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였다. 영입 실패를 막기 위해서 밤낮으로 선수지원팀원들과 스카우터와 영상을 돌려봤다. 선수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다. 저녁 먹으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새벽까지 분석에 들어갔다. 많이 피곤했지만 그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토미의 플레이를 분석하며 기존 우리 수비 라인을 다시 점검했고, 전반기에 문제가 됐던 수비 불안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한껏 자신감이 붙던 시기에 P급 라이선스가 터졌다. 개인적으로 팀과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전반기의 부진이 있었기 때문에 후반기엔 꽃길만 걷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긍정적인 요소들이 나 때문에 모두 묻힌 것이다. 사실 억울한 부분도 있긴 하다. 코치 생활하며 라이선스 교육을 받았다면 좋았겠지만 순간마다, 시기마다 그러지 못한 사정들이 있었다. 팀에 소속된 상태에서 몇 주씩 교육을 받고 오는 게 쉽지 않았다. 팀 사정 등을 고려해서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교육을 받으며 조금은 체증이 풀렸다. 2017년엔 우리 선수들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의욕도 생겼다. 나 때문에 문제될 것들을 모두 지우고 싶다. 우리 팀이 더 빛나게 해주고 싶다.

# 천국. 최고 성적 5위

시즌을 마치고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정말 감격스러웠다. 앞서 지옥을 경험했기 때문에 믿기 어려운 순위이기도 했다. 서서히 올라오긴 했지만 막상 5위라는 결과를 보니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어려운 가운데 잘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차츰 순위가 올라가는데 ‘이러다 다시 떨어지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들었다. 모두가 느꼈다시피 2016년 K리그는 정말 박빙이었다. 모두가 상위 스플릿 진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고, 상위 2개 팀을 제외한 모두가 강등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오르는 과정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 건 상반기에 겪었던 부진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구단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믿음을 줬다.

2015년엔 상반기에 상승세였다가 하반기에 하락세를 탔다. 2016년엔 반대로 상반기에 부진했다가 하반기에 반등했다. 지난 두 시즌의 경험은 2017년을 더 자신 있게 만든다. 새 시즌엔 과거 오르락내리락 하던 경험을 통해 무난히 올라가는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2017년 조용히 강한 팀이 되고 싶다. 이미 힘든 건 충분히 겪어봤으니 이제 지옥은 거부하고 싶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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