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6/2017시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쌍용’이 처한 상황은 비슷하다. 기성용(28)이 소속된 스완지시티와 이청용(29)이 소속된 크리스털팰리스 모두 강등권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두 팀 모두 시즌 도중 감독 교체를 통해 반전의 도모하는 혼란기를 보내고 있다.

팀 내 입지도 안정적이지 않은 편이다. 기성용은 크리스털팰리스와 경기까지 총 14경기에 출전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기간이 있었지만, 이중 선발 출전은 8차례.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는 6경기뿐이다. 이청용의 경우 12경기 출전에 그쳤고, 선발 출전은 네 차례뿐이었다. 

한국 시간으로 4일 새벽 크리스털팰리스의 홈 경기장 셀허스트파크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경기에서 두 선수의 그라운드 위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기성용은 선발 출전해 팀의 2-1 승리에 공헌했고, 이청용은 후반전 도중 워밍업 지시를 받았으나 막판 경기 상황이 급변하면서 다시 벤치로 돌아가야 했다. 

시즌 도중 부임한 밥 브래들리 감독까지 최근 경질한 스완지시티는 앨런 커티스 코치 대행 체제로 크리스털팰리스전을 치렀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오른팔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폴 클레멘트 감독의 부임이 확정된 가운데, 클레멘트 감독은 전반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다 하프타임에 벤치로 내려왔다. 신임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성용은 인상적인 경기를 했다.

#전반전은 기성용의 경기였다

지난 11월 에버턴과 경기 이후 발가락을 다친 기성용은 한 달 넘게 쉬었다. 이는 기성용에게 전화위복이 된 모습이었다. 경기 일정이 빡빡한 연말 연초 EPL 일정 속에 많은 선수가 지쳐있다. 기성용은 한 달 가까이 휴식을 취한 만큼 경기에 대한 동기 부여와 체력 비축이 충분했다. 경기 내내 폭넓은 움직임과 활기찬 플레이를 보였다.

최근 4연패를 당하고 있던 스완지시티는 전반 42분 수비수 알피 모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더로 선제골을 넣어 1-0으로 앞선 채 하프타임을 맞았다. 스완지시티는 번리와 올 시즌 개막전에서 승리한 이후 원정 경기에서 4연패 및 8연속 무승(1무 7패)을 기록하고 있었다.

의미 있는 원정지 전반 리드 과정에서 EPL 공식 중계 화면이 키플레이어로 지목한 선수는 기성용이었다. 87%의 패스 성공률을 가져가며 5.8km의 거리를 뛰었다. 반대로 크리스털팰리스에서는 공격수 크리스티앙 벤테케의 기록이 표시됐는데, 전반전 내내 스완지시티 수비를 위협하는 데 실패했다. 몸 상태에 이상이 있기도 했던 벤테케는 결국 후반전 시작과 함께 프레이저 켐벨과 교체됐다.

전반전은 기성용의 경기였다. 커티스 코치는 4-1-4-1 포메이션에 가깝게 선발 진용을 짰다. 포백 앞에 제이 풀턴을 배치해 수비 보호를 맡기고, 그 앞의 기성용에게 후방 빌드업과 공격 가담 등 연결 고리 역할을 부여했다. 원톱 페르난도 요렌테의 좌우에 길피 시구르드손과 웨인 라우틀리지가 자리했고, 중앙 지역에서는 잭 코크가 기성용의 2선 중앙 파트너로 섰다.

스완지시티 중원 운용의 핵심은 기성용이었다. 풀턴이 실질적으로 풀백의 전진에 따라 두 명의 센터백과 수비적으로 합을 이루고, 기성용은 그 앞 지역에서 볼을 쥐고 뿌렸다. 그가 뿌린 공이 상대 지역으로 넘어가 빌드업이 진전되면 코크의 옆 쪽으로 올라가 2선 공격을 지원했다. 기성용은 스완지에서 가장 움직임의 폭이 넓었던 선수다.

기점 패스와 2차 움직임 모두 매끄러웠다. 전반 도중에는 요렌테의 패스 타이밍이 늦어 기성용의 적극적인 문전 침투 플레이가 무산된 상황도 있었다. 전반전의 기성용은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를 했고, 스완지시티가 적지에서 경기 흐름을 장악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크리스털팰리스는 조 레들리가 복귀했으나 공 관리에 안정성이 부족했고, 제이슨 펀천과 요안 카바예 사이에 유기성도 부족했다. 

#스완지시티가 후반전에 밀린 이유

흐름을 바꾸기 위한 대응에 능동적인 쪽은 크리스털팰리스일 수 밖에 없었다. 크리스털팰리스의 새 수장이 된 샘 앨러다이스 감독은 부임 후 첫 경기였던 왓퍼드전에 1-1로 비겼지만 팀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후반전의 대응도 기민했다. 벤테케를 빼고 켐벨을 투입해 전방의 활동성을 높였다. 본래 좌측에 배치된 윌프리드 자하와 우측에 배치됐던 앤드로스 타운센드의 위치를 바꿔 스완지시티 수비에 혼란을 주고자 했다.

스완지시티의 올 시즌 숙제는 수비다. 클레멘트 감독이 새로 부임하며 겨울 이적 시장에 보강을 요청한 포지션도 수비수다. 커티스 코치는 풀턴을 실질적으로 세 번째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방식으로 이날 경기에 안정성을 담보했는데, 후반전에 풀턴이 경미한 부상을 입고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전반전에 유지한 경기 안정성이 손상됐다.

풀턴이 흔들리면서 기성용의 적극성이 떨어졌고, 동점골을 위해 기세를 높인 크리스털팰리스가 몰아붙이는 양상의 경기가 됐다. 스완지시티의 두 명의 미드필더가 수비 라인에 가깝게 내려가면서 크리스털팰리스 미드필더 펀천의 역동성이 살아났고, 따로 놀던 크리스털팰리스 공격이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후반 38분에 나온 마틴 켈리의 크로스 패스에 이은 자하의 동점골은 자하의 개인 능력이 빛난 슈팅을 통해 이뤄졌으나, 후반 내내 흐름을 가져오며 팀 사기를 회복한 것이 주효했다.

후반전 주도권을 내주고도 스완지시티가 기어코 4연패를 끊고 시즌 두 번째 원정 경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도 과감한 교체 카드 활용이 있었다. 후반 초반 주도권이 넘어가자 스완지시티는 후반 24분 풀턴을 빼고 르로이 페르를 투입했다. 코크가 기성용의 뒷 자리로 내려가고 페르가 2선에 배치됐다. 후반 26분에는 풀백에 변화를 줬다. 레프트백 닐 테일러를 빼고 베테랑 수비수 안젤 란젤을 투입했다. 카일 노턴이 왼쪽으로 이동하고 란젤이 우측에 배치됐다. 

이 두 장의 교체는 후반 43분 결승골로 이어졌다. 페르의 감각적인 로빙 스루 패스를 란젤이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문전으로 진입해 마무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득점 상황 이전에 둘은 중원 점유율과 수비 안정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었다. 후반 35분에는 라우틀리지 대신 네이선 다이어가 들어가 측면 지역의 체력을 보강했다. 스완지시티가 사용한 후반전 세 장의 교체 카드는 모두 효과적이었다.

후반전에는 볼 점유율에서 밀리면서 기성용의 영향력이 조금 떨어졌지만, 전반과 다름없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포지셔닝 측면에서 매번 적절한 선택을 했다. 관중석과 벤치를 오가며 지켜본 클레멘트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만한 경기를 했다. 

브래들리 감독도 부임 초기 기성용을 빌드업의 중심으로 여겼는데, 갑작스런 부상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 이날 경기로 기성용이 후반기 스완지시티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완지시티는 이날 승리로 승점 15점에 도달해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17위 크리스털팰리스와 승점 차가 1점으로 좁혀졌다.

#운명의 1월, 기회 찾아야 하는 이청용

크리스털팰리스는 후반 8분 타운센드를 빼고 바카리 사코를 투입해 측면 공격에 변화를 줬다. 이 때 이청용도 함께 몸 풀기를 지시 받았다. 사코가 투입 후 준수한 모습을 보였고, 자하의 존재감이 확실했기 때문에 이청용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다시 리드골을 내준 뒤에는 시간이 많지 않아 높이에도 강점이 있는 조던 머치가 마지막 교체 카드로 투입됐다. 

자하는 크리스털팰리스 측면 공격에서 가장 확실한 카드다. 타운센드와 사코도 이청용 보다 앞서 있다. 앨러다이스 감독 체제에서도 이청용에겐 선발 기회를 잡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팀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지만 이청용에겐 기회가 한 번 더 남아있다. 자하가 코트디부아르 국가 대표로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스완지시티전은 자하가 대표 차출전 치른 마지막 경기였다.

여전히 선발 명단에서 우선 순위는 타운센드와 사코의 몫이지만, 오는 주말 친정팀 볼턴원더러스와 FA컵 경기에는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자하가 없는 1월은 이청용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 기간에도 희망의 증거를 찾지 못하면 정말 더 늦기 전에 이적할 수 있는 팀을 찾아야 한다. 출전 기회를 도모하는 동시에 새로운 팀을 찾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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