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김기희는 2016년을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보냈다.

 

2016년 2월, 김기희는 갑자기 전북현대 유니폼을 벗고 상하이선화 유니폼을 입었다. 양 구단은 이적료 600만 달러(약 74억 원)를 주고 받았다. 김기희는 상하이선화에서 뎀바 바와 오바페미 마르틴스, 프레디 구아린 그리고 지오반니 모레노와 함께 뛰었다. 상하이선화는 리그 4위를 차지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했다.

 

대표팀은 달콤하지 않았다. CSL에서 뛰는 다른 수비수들과 함께 ‘중국화’ 논란에 휩싸였다. 김기희는 지난 11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실수하며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홍명보 항저우뤼청 감독을 비롯해 거의 모든 전문가가 급격한 ‘중국화’는 어불성설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그 논란은 사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

 

2017년, 김기희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상하이선화는 그레고리오 만사노 감독과 이별하고 거스 포예트 감독을 선임했다. 김기희는 포예트 감독이 “영국 축구”를 주문한다고 했다. 김기희는 박지성 전 동료이자 세계적인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와 함께 뛴다. 테베스에게 패스하는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대표팀에서는 상대와 ‘중국화’ 논란을 함께 상대해야 한다. 논란은 이성적으로 사라지지 않지만, 가장 빨리 논란을 잠재우는 방법은 좋은 경기력으로 러시아 월드컵 본선 티켓을 획득하는 일이다. 김기희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오는 3월 23일 중국에서 벌어지는 중국과의 최종예선 6차전은 가장 중요한 일전이다.

 

2016년 한해 동안 많은 일을 겪었고, 다시 중요한 한 해를 시작하는 김기희를 인터뷰했다. 김기희는 화두를 피해가지 않았다. 조심스럽지만 솔직했다.  

 

다음은 김기희 인터뷰 전문.

-테베스 팀 합류는 미리 알고 있었나?

이적설이 나왔을 때부터 (합류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된다. 유명세만 좋은 게 아니라 스타일도 마음에 든다. 뎀바 바도 좋은 선수지만, 테베스처럼 빠르고 저돌적인 선수가 더 좋다. ACL 플레이오프 때문에 전지훈련은 일본 오키나와로 짧게 간다. 테베스는 1월 10일쯤 오키나와로 합류한다고 들었다.

 

-CSL을 경험한 한국 수비수들은 거의 모두 뎀바 바를 가장 어려운 상대로 꼽았었다

뎀바 바도 진짜 좋은 선수다 하지만 더 좋은 선수가 많이 CSL로 와서 상대적으로 조금 평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장쑤쑤닝에 있는 테세이라와 마르티네스는 아시아 선수들이 더 막기 어려운 것 같다. 테세이라와 마르티네스는 빠르고 밸런스도 좋고, 기술까지 뛰어나 마크하기 정말 어렵다.

-상하이선화에서 CSL을 1년 경험했다

CSL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약한 리그가 아니라고 느꼈다. 외국인 선수가 워낙 좋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런 선수들 보며 중국 선수 기량이 느는 게 보인다. 중국 선수도 이제 몸 관리도 잘한다. 1년 동안 그런 걸 직접 봤다. 앞서 언급했듯이 상대한 외국인 선수 수준도 정말 높다. K리그에서는 데얀이 가장 어려웠는데, 여기는 거의 다 데얀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CSL 데뷔전이 한국 감독이 지휘하고 한국 선수가 많은 연변이었다. 친한 후배 윤빛가람과 맞붙었다

이적 후 첫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에서 제일 좋은 구단인 전북에서 왔고, 팬도 열정적’이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CSL 첫 경기부터 관중이 (운동장에) 꽉 찼다. 분위기가 정말 엄청났다. (윤빛)가람이도 경기 끝나고 ‘오랜만에 A매치 한 기분’이라고 말하더라. 연변은 조선족으로 구성돼 있어서 그런지 다른 중국팀과 다르게 조직력이 좋아 까다로운 팀이었다. 게다가 K리그 팀 같은 끈끈함도 있다. 끝까지 한다.

 

-상대한 팀 중에 가장 분위기가 좋은 팀은 어디였나?

아무래도 광저우헝다가 가장 좋다. 항상 관중이 4만 이상 들어오는 팀이다. 경기장에 가만 압도 당하는 느낌이다. 가장 어려운 원정이다. 헝다는 조직적인 팀이다. 같은 선수구성으로 오래 뛰었기 때문에 다른 중국 팀과는 느낌이 다르다. 허술한 구석이 없다. 홈에서는 우리가 이겼는데 거의 1대9로 밀리다가 골만 넣어서 이겼다. 골 넣은 이후에는 ‘텐백’을 썼다(웃음).

-상하이상강과 벌이는 ‘상하이더비’는 엄청나게 치열하다고 들었다

상하이더비 처음 해봤는데 열기가 장난 아니다. 축구가 아니라 싸운다. 축구가 안 된다. 팬들도 경기장 밖에서 싸운다. 상하이더비에서 뎀바 바가 정강이 골절 당한 날은 기억에 남는다. 순시앙이라고 (뎀바 바에게) 파울 한 선수가 상하이 중심에서 식당을 한다. 선화 팬들이 며칠 동안 그 집이 장사를 못할 정도로 장악한 일도 있었다. 앉아서 물만 하나 시키고 앉아 있었다고 들었다. 상강에 (김)주영이 형이 있었다. 주영이 형도 상하이더비는 장난 아니라고 하더라.

 

-중국에서는 원정 다니는 것도 어렵다고 하더라. 상하이는 그나마 교통이 좋은 편인가?

상하이는 중간이다. 이동에는 별 문제가 없다. 2시간이면 어디든 다 간다. 아 연변 빼고(웃음). 연 연변이 제일 멀다. 게다가 거기 가면 뭔가 말리는 게 있다. 선수들도 자기들이 홈에서 강하다는 걸 알고 있다. 연변 원정 가서 이긴 팀이 많이 없다. 우리도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팀(1무 1패)이 연변이다. 내년에는 꼭 이겨야 한다.

 

-거스 포에트 감독이 새로 부임했다. 만나보니 그레고리오 만사노 감독과 많이 다른가?

이틀째 봤는데 전임 감독보다 더 열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요구하는 것도더 많다. 훈련 프로그램도 더 강도가 센 것 같다. 생소한 훈련도 많다. 우루과이 사람인데 자기가 추구하는 축구는 영국식 축구라고 하더라. 피지컬적인 측면을 많이 요구한다. 뛰는 것도 많이 한다. 피지컬 코치도 데리고 왔는데 수준이 정말 좋은 것 같다. 세계적인 스태프들과 일하는 것도 색다른 일이다.

 

-상하이는 대도시다. 생활은 어렵지 않았을 것 같다

상하이는 한국과 똑같다. 가족들은 동계훈련 때는 한국에 있고 시즌 개막하면 상하이로 올 예정이다. 처음에는 중국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막상 생활해보니 축구 시장도 엄청나게 크고, 생활도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원정 다녀봐도 대도시는 다 잘 돼 있더라.

 

-CSL에는 한국 선수와 감독도 많다. 맞대결해보니 어떤가?

(김)영권이랑 (홍)정호, (장)현수, (정)우영이랑 모두 친하다. 맞대결하면 그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하는 지 알기 때문에 더 즐겁다. 상대에 한국 선수 있으면 경기가 즐겁다. 경기 전에 ‘이긴 사람이 밥 사자’라고 말한다. 경기 끝난 후에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연변에서는 우리가 져서 분위기가 안 좋았다. 그래서 윤빛가람과 밥을 먹지 못했다.

 

-CSL 적응은 순조로웠지만 대표팀에서는 ‘중국화’ 논란이 있었다

어찌됐건 우리 때문에 그 이야기가 나온 게 사실이다. 경기에서 실수한 것은 극복하거나 이후 활약으로 대체가 가능한데, 그런 논란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았다. 경기 중 실수는 나올 수밖에 없다. 축구는 실수가 반복해서 나오는 운동이다. 나도 선수 생활 중 계속 실수를 했다. 중국에 왔다고 해서 실력이 한순간에 떨어지는 게 아니다. 그렇게 비춰지는 부분이 아쉽긴 하다.

 

-논란이라는 게 그렇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CSL을 경험한 이들은 아니라고 하는데, ‘중국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나도 K리그에서 가장 좋은 팀인 전북에 있었지만, 상하이 와서도 성장했다. 내가 유럽갈 수 있었다면 유럽에 갔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 이적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유럽 구단이 K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를 좋은 조건으로 데려갈 수 없는데, 팀이 바라는 조건은 높다. 그런면에서 내가 내린 결론이 CSL 이적이었다. 좋은 외국인 선수가 많으니 그들을 수비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어쨌든 논란은 좋은 실력으로 없앨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표팀은 2017년 매우 중요한 경기를 치러야 한다

대표팀은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중국전(2017년 3월 23일)은 매우 중요한 경기다. 일단 뽑힌다면 누가 경기를뛰든 간에 준비를 잘해야 한다. 우리 팀 선수가 중국 대표팀에 갈 가능성이 큰데, 나도 함께 갈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 팀 중국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은 왜 이렇게 잘 뛰냐’는 이야기를 한다. (질문: 중국 동료들이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나?) 솔직히 말하면 중국 축구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K리그가 아닌 그 위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더 위를 꿈꾼다는 이야기다. 그런 걸 보면 K리그도 어느 정도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한다.

 

-팀에서 잘 뛰어야 대표팀에 갈 수 있다. 2월부터 경기를 치러야 한다. 올 시즌 목표는?

팀 차원에서는 ACL 본선에서 16강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개인적인 목표도 ACL에서 좋은 성적을거두는 것이다. 전북이 ACL 우승한 걸 보면서 부러웠다. 리그도 중요하지만 ACL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브리즈번로어와 플레이오프 치를 것 같다. 테베스를 믿어야 한다(웃음). 외국인 선수를 더 영입한다는 확실한 이야기는 없는데, 앙헬 디 마리아 소문이 도는 것 같다. 디 마리아도 오면 좋겠다(웃음).

 

사진=풋볼리스트, 상하이선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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