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 FC서울과 수원삼성 사이에서 선수가 오가면 늘 화제가 되고, 심하면 싸움이 난다.

전통적으로 팬들은 ‘나의 선수’가 ‘적의 선수’가 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배신의 아이콘 ‘유다’라는 별명을 붙이면서까지 해당 선수를 증오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리버풀 팬들은 마이클 오언이 해외를 거쳐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간 뒤 '레전드' 목록에서 오언을 지워버렸다. 서울과 수원은 K리그 대표 라이벌 관계다. 이상호의 이적이 주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수원에서 서울로 이적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당시마다 각 팀 팬들은 크게 반응했다. 선수 서정원은 유니폼 화염식을 목격해야 했다. 28일 이상호가 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이적하자 일부 팬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역대 사례 중 화제를 모았던 경우를 정리했다.

# 유니폼 화형식에 법정공방까지, 1999년 서정원

김호 전 수원 감독과 조광래 전 서울 감독이 서울과 수원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면, 서정원 현 수원 감독은 팬 사이의 적개심을 극대화시킨 인물이었다.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안양LG(서울 전신) 소속이었던 선수 서정원이 1998년 프랑스리그1의 스트라스부르를 거쳐 1999년 K리그로 돌아오면서 논란이 생겼다. 안양 복귀가 아닌 수원행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안양은 서정원에게 약속 이행을 조건으로 지급했던 이적료의 절반을 반환하라고 했다. 서정원이 이면계약을 이유로 안양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법정 공방까지 이어졌다. 분노한 안양 팬들은 수원과의 경기를 앞두고 서정원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불태우기까지 했다. 안양을 운영하던 LG스포츠는 이적료 반환 소송을 통해 3억 원을 받아냈다.

# 안양행 '설'만으로도 논란, 2004년 고종수

고종수는 프로 데뷔한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수원에서 활약했다. '고종수 사태'는 고종수가 수원의 동의 없이 2003년 일본J리그 교토퍼플상가로 이적하면서 불거졌다. 이적 과정에서 수원과 껄끄러운 사이가 된 고종수는 교토 입단 이후 입지를 잡지 못했고, 결국 이적 6개월 만에 방출됐다.

고종수는 이듬해 그라운드 복귀를 노리고 있었다. 문제는 고종수가 수원이 아닌 안양 이적을 타진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언론은 "고종수가 안양과 수원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고종수가 2004년 국내 선수 등록 마감일인 3월 2일에 수원 복귀를 확정하긴 했지만, 수원 팬들은 상당수 돌아선 상태였다. 방황하던 고종수는 5경기만 뛰고 2005년 수원을 떠났다. 이후 전남을 거쳐 대전시티즌에서 은퇴했다.

# '강제 이적' 논란까지 겹치다, 2006년 백지훈

K리그는 구단간 합의만 되면 선수 동의 없이 이적을 진행할 수 있다. 백지훈 이적은 2006년 당시 K리그 최고 이슈였다. 2003년 전남드래곤즈에서 프로 데뷔한 백지훈은 2005년과 2006년에 서울에서 뛰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계약 기간은 2년이었고, 이후 FA 신분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끝내 백지훈은 FA 자격을 얻지 못했다. 백지훈을 통해 이적료를 남기길 원했던 서울이 계약 6개월을 남겨두고 선수 합의 없이 수원과 이적을 진행했다.

백지훈은 7월 중순 언론을 통해 자신의 트레이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두 구단의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말한 백지훈은 해외진출 의사를 타의로 접어야 했고, 우여곡적 끝에 수원으로 향했다. 계약서에 서명한 뒤 백지훈은 “아쉽지만 존경하는 차범근 감독 밑에서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겠다”면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많이 사랑해준 서울 팬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듬해 5월 2일 백지훈은 수원 소속으로 서울전에 나서 득점에 성공했다.

# 백지훈 이후, 서울↔수원에 7년이 걸렸다

‘백지훈 사태’ 이후 서울과 수원의 직접적인 선수 이적은 7년간 없었다. 이적 불가 불문율은 2013년 이종민을 통해 깨졌다. 수원이 군에 입대한 오범석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종민을 영입했다. 이종민은 원래 2002년 수원에서 데뷔한 선수다. 당시 수원 관계자는 “이종민이 현역의 마지막을 친정에서 뛰고 싶어 했다”며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종민의 마지막 팀은 수원이 아니었다. 서울에서부터 부상으로 고생한 이종민은 수원 이적 후에도 7경기에 나선 게 전부였다. 결국 이종민은 2014년 K리그챌린지 소속의 광주FC로 이적했다. 광주에선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을 승격시키는 등 좋은 활약을 했다. 이종민이 있어야 할 곳은 서울도 수원도 아니었다.

사진=FC서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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